정상회담을 마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으로 서명한 회담 합의문을 들고 사진 촬영을 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북미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으로 서명한 회담 합의문을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상희 기자] 한반도 정세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북미 협상은 전통적으로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과 대북제재의 해제를 요구하는 북한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태다. 다행인 점은 북미회담에서 긍정적인 성과가 도출된다면 비핵화와 연계한 경제제재 해제 조치가 이루어질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비핵화에 따른 대북경제제재 해제: 분석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대북제재가 어떠한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지를 제안한다. 이에 KIEP은 UN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비롯해 미국과 일본의 대북제재, 해제과정에서의 쟁점, 해제로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 등에 대해 다루었다. 또한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정상화 사례를 바탕으로 시사점을 제공했다.

KIEP은 UN 안보리가 권고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외에 북한에 대한 특별한 제재수단이 없다고 밝힌다. 그렇기에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이라는 제재 수단을 통해 UN 회원국의 충실한 대북제재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KIEP의 한 관계자는 “2017년 3월부터 대북제재는 상대적으로 실효성이 급증하고 있다”며, “제재 효과 분석에서 무역 실효성은 높아지고 있으나, 시장 실효성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UN 안보리의 대북제재 해제는 각 제재 수단별 효과를 고려하여 이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가령, 우선 효과가 가장 큰 북한광물 수출 제재부터 수산물과 의류·섬유 관련 제재, 해외파견근로자 관련 제재, 원유·정제유 수입 제재, 합작투자 제재 순으로 북한의 비핵화 정도에 비례하여 제재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KIEP 측의 의견이다.

미국의 경우 UN 안보리 차원의 다자제재 외에도 국내법에 의해 독자적인 대북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 입법에 근거하는 제재 △ 대통령 행정명령에 근거하는 제재 △ 장관의 지시에 의해 취소될 수 있는 규정에 의한 제재가 그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제재 면제나 유예와 같은 수단을 활용하면서 상황의 진전에 따라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제재 유예 및 면제는 단기적으로 제재 해제와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뿐더러 제재 시 언제든 다시 제재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의 대북경제 제재는 대북납치자 문제를 시작으로 2006년 이전부터 추진되었다. 대체적으로는 자국의 정치적 이슈를 국제화함으로써 6자회담에서의 비핵화 프로세스를 어렵게 해 왔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동시에 대북제재 해제과정에서 북한에 큰 경제적 혜택과 보상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가령, 북한의 핵폐기에 따른 경제적 보상에 있어 국제적 분담금까지 감안한다면 일본은 북한의 비핵화 이후 경제 부흥을 위한 중요한 자금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북한이 동 배상금을 이용해 자본재를 수입하고 북한 내 생산기반 구축에 활용하면 북·일 간 무역이 급증하는 것 외에도 북한의 대외교역구조가 대폭 변화할 것이라는 추측이 그것이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와 관계정상화 사례로 미국의 베트남 경제제재 해제과정과 쟁점 등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미국과 베트남 간의 관계정상화 이전에는 미국의 베트남에 대한 경제제재 수단으로 무역제한, 원조제한, 고립화 등 세 가지로 나누어서 분석했다.

베트남의 개혁개방을 이끌어냈던 도므어이 전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생전 모습. 그는 지난 10월 타계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베트남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 방식은 현재 북미 간 논의되는 비핵화 방식에 비추어 보면 프런트 로딩방식(front loading)과 단계적·동시적 방식이 결합됐다는 평을 얻고 있다. 초기 베트남은 캄보디아 내 베트남군 철수를 단행하고 미군 유해송환 및 발굴에도 협력했다. 미국은 이에 상응하여 4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양국은 상당부분 상호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미국의 대(對)베트남 제재 해제과정을 보면 제재 해제 초기인 1991년에는 베트남 외교관 여행규제 완화 등 베트남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이후 1993년에는 국제금융기구의 대(對)베트남 원조허용, 무역관련 제재 완화 등 베트남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큰 제재의 해제 순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협상의 초기단계인 1991년부터 1994년까지 대부분의 경제제재는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행정명령으로 해제되었다. 즉, 미국 대통령의 입장에서 본인의 행정명령으로 가능한 경제제재를 먼저 해제한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정치적 명분이었다. 반면 최종적으로 해제된 잭슨-바닉 수정조항(Jackson-Vanik Amendment)의 종료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했다. 그 결과 해제에 상당한 기간이 소모되었으며, 이러한 제재 해제과정은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은 경제제재 해제로 인해 상당한 경제적 수혜를 입었다. 1980년 278.4억 달러 수준이었던 베트남의 명목 GDP는 2017년 2,204억 달러로 약 8배 증가했다. 또한 외국인직접투자(FDI)와 정부개발원조(ODA) 추이를 통해서도 미국과의 관계정상화가 베트남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대북제재의 해제 방향과 우리 정부의 정책과제에 대해 제언하고 있다. 대북제재의 실권은 미국이 가지고 있어 우리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역할에 대해 베트남의 사례를 바탕으로 고민해 볼 가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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