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수익성 적은 철도노선 잇따라 페지
-대도시로부터 소외되는 중소도시들

몽뤼송 시를 떠나는 한 기차. (사진= 몽뤼송 페이스북)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대도시 중심 정책 때문에 소외된 중소도시가 입는 피해는 고립, 낮은 수입, 청년과 고학력자 이탈, 빈곤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오늘날 논의되고 있는 분권화도 그러한 집중화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오늘날 프랑스에서 불고 있는 ‘노란조끼’ 운도 역시 시작은 마크롱의 집중화로부터 시작된다.알리에 도(道)에 소재한 몽뤼송 시의 이야기는 이러한 주장에 신빙성을 더해준다. 제대로 된 철도교통을 유지하기 위한 고군분투가 다른 분야에까지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

알리에 도의 가장 큰 도시는 몽뤼송 시다. 그런데, 몽뤼송 시 주민들이 기차를 타고 주도인 리옹에 가려면 반드시 환승을 해야 하며 최소 3시간 30분이 걸린다. 경로에 따라 4~5시간이 소요되기도 예사다. 그에 비해 몽뤼송 시에서 리옹까지는 직선거리로 183km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약 3배 먼 거리에 있는 릴의 주민보다 리옹까지 가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 몽뤼송 시의 ‘교통’ 애환

다니엘 코팽 지역철도보존위원회(Coderail) 운영위원은 지난 9월 르몽드 특파원과의 인터퓨에서 “모든 곳에 가까우면서도 모든 곳에서 멀다”고 몽뤼송 주민들의 상황을 요약했다. 

프랑스의 중심지에 있는 몽뤼송은 과거 철도교통의 요충지였다. 나폴레옹 3세 당시 현재의 철도 시스템이 완비되었고, 그가 1864년에 차량의 차축과 철로로 만든 개선문 아래를 지나서 공장을 방문했을 때 주민들은 그를 대대적으로 환영한 바 있다.

반면 지역 의원들은 작년 4월 또 한 번 주민들에게 ‘철도를 위한 행진’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단, 이번 행진은 철도 노선 폐지 반대가 목적이다. 철도 노선을 유지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르몽드에 따르면 몇 년 전부터 경영수익을 위해 몽뤼송에서 부르주와 비에르종을 거쳐 파리로 가는 노선처럼 이용객이 적은 ‘중소 철도노선’을 폐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정부에 속속 제출되고 있다. 작년 2월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에게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장시릴 스피네타 전직 에어프랑스 CEO도 같은 내용을 주장했다.

필리프 총리는 곧바로 정부가 노선 폐지안은 고려하고 있지 않은 모양이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지난 4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철도 공공 서비스 개편”으로 “유의미한 모든 노선”을 유지할 것이라는 뜻을 드러냈다. 무의미한 노선은 폐기될 것이며, 그러한 의미의 기준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기준으로 결정된다는 뜻일 것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기자 장 미셸 뒤메의 지난 5월 기사에 따르면 1980년대에는 몽뤼송과 파리를 잇는 직행 노선이 매일 6~8대 운행됐지만 지금은 2대뿐이다. 몽뤼송에서 동서를 잇는 노선은 주간과 야간에 각각 두 번씩 왕복 운행됐다. 4년 전에는 이 노선들도 모두 문을 닫았다가, 인근 지자체의의 배려로 보르도-몽뤼송 구간이 2017년 12월 재개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코팽 운영위원은 “몽뤼송이 파리에서 더욱 멀어졌다”고 지적했다. 몽뤼송에서 파리는 불과 직선거리로 281km에 불과하다. 1988년만 해도 기차로 파리까지 2시간 후반대면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지금은 최소 30분이 더 소요된다. 그것도 아침 5시 36분에 출발하는 급행열차를 타고 중거리 노선을 오가는 환승역의 노선 시간에 맞췄을 때나 가능한 얘기다.

이 기차를 놓치면 한 시간 후에 같은 환승역까지 운행하는 시외버스를 타야 한다. 이 경우 파리에 도착하는데 총 4시간이 걸린다. 출근시간(8시 11분)에 출발하는 직행노선은 어떨까? 코펠 운영위원은 “기관차를 디젤에서 전기로 바꿔야 해서 약 20분 간 정차해야 한다. 거기다 이 시간대의 노선은 다른 중소도시로 돌아가서 시간이 더 걸린다”고 말한다. 

◆ 대도시끼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파리-오를레앙-클레르몽페랑-리옹(POCL) 고속철도 노선을 신설해 현재 파리-리옹 노선으로 집중된 승객을 분산시키려던 사업안이 무기한 연장된 것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모두가 바라던 계획이었지만, 왜 실패했을까?

중부 구간 곳곳에 투자가 부족했던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된다. 특정 구간은 비전력 단선철도로 지점에 따라 속도가 크게 제한된다는 것이다. 궤도 고정구와 신호 장치는 언제 고장 날지 몰라 잘 살펴야 한다. 프랑스의 중심이라는 특성 탓에, 결국 그 어떤 곳에서도 중앙을 차지하지 못하게 된 꼴이다. 

프레데릭 라포르트 몽뤼송 시장은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장점이 장애물로 전락했다”고 한탄했다. 이들에게는 파리행 기차만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철도의 폐쇄는 대도시와의 단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리옹행 노선의 운행이 중단된 데 이어 파리행 노선의 잠정적 폐쇄는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실질적이면서도 상징적인 단절을 의미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중앙정부의 관료들은 몽뤼송에 국도와 고속도로 연결망이 잘 갖춰져 있다고 반박한다. 

대도시가 친환경 에너지를 내세워 자동차 사용을 줄이려 노력하는 가운데, 중소도시는 오히려 자동차 사용을 늘릴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쉽게 말해 몽뤼송에 살면서 자동차가 없으면 꼼짝도 할 수 없다. 몽뤼송 상공회의소 부회장인 장클로드 페로는 2017년 자차의 주행거리가 7만km에 달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설상가상으로 파리의 중앙정부는 ‘통행료 인상과 제한속도 시속 80km 규제’의 도입을 고려중에 있다. 이 안이 현실화될 경우 산술적으로 봤을 때 지방도로 이동시간이 12.5% 증가한다. 여기에 마크롱은 지난 1월 유류세 인상을 단행했다. 노란조끼의 물결이 전역을 휩쓸기 약 10개월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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