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파당 유적지 둘러싸고 갑론을박 이어져

인도네시아 서(西) 자바의 파당 산(Gunung Padang)에 조성된 거석문화의 흔적을 놓고, 인도네시아 발굴팀과 외부 전문가들 사이에 불편한 논쟁이 시작됐다.

인도네시아 발굴팀은 “파당 유적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피라미드”라고 주장하지만, 발굴방법에 신뢰성이 적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 논쟁이 잦아지려면 신뢰할만한 고고학적 발굴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파당 산 유적지 ⓒ 위키피디아
파당 산 유적지 ⓒ 위키피디아

이 거대 유적지를 처음 발견한 것은 네덜란드의 식민주의자들이었다. 서(西)자바의 넓은 언덕을 가로질러 만든 이 복잡하고 거대한 석기 구조물 흔적은 곧 동남아시아의 신비한 거석문화로 세계에 소개됐다.

그리고 지난 주, 워싱턴 DC에서 열린 2018년 미국지구물리학회(AGU American Geophysical Union) 연례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연구가 발표되며 파당 유적지는 과학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게 됐다.

당시 인도네시아 발굴팀은 “파당 산에 있는 이 오래된 유적지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피라미드 형태의 구조물”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지구물리학회에서 “2만년도 넘은 피라미드”라고 발표 

이들은 수 년 동안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파당 구조물은 1만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는 기초를 가지고 있으며, 오래된 구조물이 겹겹이 층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포스터 전시물을 통해서 “이 구조물은 단지 거대한 구조물의 윗부분만 덮고 있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15헥타르(약 4만5천평)에 달하는 경사진 지역을 덮고 있다”고 말했다.

 

발굴팀의 포스터 전시 내용 중 일부 ⓒ Danny Hilman Natawidjaja
발굴팀의 포스터 전시 내용 중 일부 ⓒ Danny Hilman Natawidjaja

인도네시아 과학자들은 땅을 파고 들어가는 레이더인 GPR(ground penetration radar)를 비롯, 다양한 첨단 기술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파당은 눈에 보이는 인공구조물이 다가 아니라, 선사시대의 여러 기간에 걸쳐서 건설된 몇 개의 층으로 이뤄졌음을 발견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파당 유적지의 가장 윗 부분은 화산폭발에 의해 형성된 돌을 가지고 만든 바위 기둥, 바위 벽, 길과 공간 등으로 되어 있다. 파당의 지표면을 파고 내려가면 1~3m 아래쪽에는 두 번째 층이 나온다.

발굴팀은 이에 대해 “지금까지 사람들은 이 두 번째 층이 자연 암석층이라고 잘못 해석했다”고 주장했다.

발굴팀에 따르면, 이 두 번째 층이 실제로는 또 다른 바위를 가지고 행렬 같은 형태로 구성한 인공 바위층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층 아래로는 또 잘 정돈된 돌로 이뤄진 세 번째 층이 나오는데, 그 안에 거대한 지하 공동이나 방들이 들어있다는 것이 발굴팀의 주장이다.

이 지하 공간은 가장 낮은 4번째 층위에 만들어졌는데, 4번째 층은 사람 손으로 다듬어진 현무암 바위로 만들어진 것이다.

발굴팀이 수행한 방사선 탄소 연대 측정법에 의하면 첫 번째 층은 대략 3,500년 됐다. 두 번째 층은 8,000년, 세 번째 층은 약 9,500년에서 28,000년 사이의 유물로 추정된다.

 

파당 유적지 ⓒ 위키피디아
파당 유적지 ⓒ 위키피디아

그렇다면 이렇게 복잡한 고대 거석 유적물이 지어진 목적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연구 책임자인 인도네시아과학연구원(Indonesian Institute of Sciences)의 지구물리학자 대니 힐만 나타위자자(Danny Hilman Natawidjaja) 박사는 “아마도 종교적인 이유에서 지어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만약 발굴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선사시대 사회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개념을 크게 뒤집는 매우 중요한 발견이 될 것이다.

나타위자자 박사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선사시대는 원시적이고 미개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 구조물은 그 같은 생각이 틀렸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국제 고고학계 의구심은 여전

문제는 현재 이 모든 것이 단지 추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발표내용이 피어리뷰(peer review)를 거치지도 않았기에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탄소 연대 측정법은 불확실성이 많아 보완 증거가 없으면 전문가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

 

파당 유적지 위치 ⓒ 구글 지도 캡쳐
파당 유적지 위치 ⓒ 구글 지도 캡쳐

이에 수년 전부터 많은 고고학자들이 언론을 통해서 발굴방법의 과학적인 토대에 대해 의구심을 제시했다. 인도네시아 내부에서조차 과장됐다는 의견이 다수일 정도다.

어쨋든 이 거대 유적지에 대한 연구자들의 관심은 확실히 끌었다는 것이 학계의 평가다.

향후 고고학자들이 정확하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추가 조사를 벌이면 모든 논란이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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