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원권 지폐.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원-달러 환율이 최근 안정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 금리인상 여파로 변동 위험에 휩싸인 신흥국 통화와는 뚜렷이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원화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극복하고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서울외국환중개 자료에 의하면 고시 매매기준율 기준 원-달러 환율은 최근 6개월간 1100~1140원대, 최근 2년간 1050~1150원대에서 등락폭을 보이고 있다. 안정적 흐름이다. 평균으로 보면 ‘안정세’가 더 뚜렷하다. 평균환율은 최근 3개월 1123.77원, 6개월 1124.37원, 1년 1105.93원 등이다. 평균선을 약간 오르내리는 데 그친다.

원화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전통적으로 신흥국 통화로 간주돼왔다. 하지만 변동성 축소는 원화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뜻한다. 권민수 한국은행 외환시장팀장은 “작년 연초에 미 금리인상으로 신흥국 통화가 요동칠 때도 원화는 안정적이었고, 심지어 일부는 한국으로 들어오기도 했다”며 “주요 선진국 통화와 비슷하게 움직이면서 ‘원화가 신흥 통화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선진 통화로 공식 분류되는 건 아니지만 “신흥국 통화 중 안전자산”으로 인정받는다는 얘기다.

원화 가치 안정의 배경으로는 견고한 펀더멘털과 한반도 정세 변화가 꼽힌다. 외환보유고(1월 말 4055억 달러)는 중국·일본 등에 이어 세계 8위다. 경상수지(2018년 750억 달러)는 83개월째 흑자행진하고, 국내총생산 대비 경상수지 비율도 국가신용등급이 유사한 나라들에 견줘 상위권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역사상 가장 양호한 외환건전성으로, 글로벌 금융불안이 국내로 쉽게 전염될 가능성은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국가신용도를 나타내는 한국 국채도 0.32%포인트(1월31일)로 사실상 최저치를 경신 중이다. 최근 1년간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크게 떨어졌고 영국·프랑스(0.36%포인트)보다 낮아졌다. 국제금융센터는 “양호한 펀더멘털에 북-미 정상회담 기대감 등이 반영되면서 안전자산으로서 원화 및 한국 채권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수출·수입업자들의 민감한 시장 움직임에서도 드러난다. 한 관계자는 “요즘 수출기업은 환율이 1200원대 쪽으로 오르려 하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즉각 시장에 내다 팔고, 1100원대 쪽으로 내려간다 싶으면 수입업자가 수입대금 결제에 필요한 달러를 즉각 시장에서 사들이는 수요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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