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새 음악 플랫폼 ‘플로’ 서비스. (사진=SK텔레콤)<br>
SK텔레콤의 새 음악 플랫폼 ‘플로’ 서비스. (사진=SK텔레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다른 듯 같은 SK텔레콤과 카카오의 사업전략이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통신업계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국내 대표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인 카카오가 여러 사업 분야에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한 전문가는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4차 산업 혁명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말한다. 

기존 산업에서 1위를 지켜온 SK텔레콤이 모바일 플랫폼에서 덩치를 키워온 카카오를 추격하고 있는 모양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카풀 논란으로 카카오 택시가 주춤하는 사이 ‘T맵 택시’에 대한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쳤다. 거기에 7일엔 ‘멜론 할인 중단’을 선언했다. SK텔레콤은 “카카오의 음악 서비스인 ‘멜론’에 대한 할인 혜택을 오는 28일 중단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플랫폼인 플로(FLO)의 경쟁력이 확보됐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그동안 카카오의 음악 서비스인 멜론과 ‘적과의 동침’을 지속해 왔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플로’를 출시한 뒤 이달 멜론에 대해 할인 혜택을 전격적으로 폐지했다. 플로에 대해선 여전히 5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동시에 ‘멜론’ 충성 고객이 SK텔레콤을 이탈할 가능성도 크다. SK텔레콤은 말하자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결단의 배경에는 인공지능(AI) 플랫폼 시장에서의 주도권 다툼이 숨어있다. SK텔레콤과 카카오는 AI 플랫폼 시장에서도 맞붙고 있다. 가정용 AI 스피커는 물론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정보+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AI 음성 서비스가 적용된다.

AI 음성 서비스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콘텐트가 바로 음악이다. 멜론 충성 고객 입장에선 ‘멜론’을 들을 수 있는 AI 스피커를 사고, 멜론이 지원되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AI 플랫폼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음악 콘텐트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여기에 모빌리티(차량) 분야도 빼놓을 수 없다. 택시 등 차량의 운행 정보를 통해 수집한 빅데이터는 AI 스피커를 통해서 얻는 정보보다 훨씬 효용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 역시 “승차 공유 서비스가 자리잡지 않은 국내 시장에선 택시가 거의 유일한 차량용 빅데이터 정보 수집 수단”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앱 '누구'가 장착된 T맵. (이미지=SK텔레콤)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앱 '누구'가 장착된 T맵. (이미지=SK텔레콤)

내비게이션 시장에선 반대로 카카오가 SK텔레콤을 추격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자사 AI인 ‘누구’를 적용한 ‘T 맵 X 누구’를 선보인 데 이어 카카오는 카카오 내비에 자사 AI인 ‘카카오 아이(i)를 적용한 바 있다. 

남승용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향후 AI 플랫폼이 기업과 고객, 기업과 기업을 연결하는 주요 수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자기 회사의 AI 경쟁력을 확대 할 수 있는 위치정보·결제·콘텐트 등 전방위적인 분야에서 기업 간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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