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마할이 보이는 인도 아그라의 전경. (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한국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문태훈(30)씨는 작년 여름휴가를 인도로 다녀왔다. 워낙 인도음식을 좋아하는 데에다가 남인도는 치안도 안전하고, 또 동남아 못지않게 휴양지도 많은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었다. 남인도의 휴양지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고, 전반적인 물가 역시 방콕이나 다낭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이었다. 

호기롭게 떠난 여행이었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다음 날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을 때부터 실망이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가 없을 줄은 짐작했지만, 채식 문화가 일반적인 지역의 특성을 미리 파악하지 못한 탓이었다. 커리도 몇 종류 먹어보았지만 한국에서 좋아했던 그 맛이 아니었다. 

호텔 안에서 먹는 음식은 차라리 좋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길거리 음식은 먹지 말라고 전했기 때문이다. 위생 상태를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레스토랑에서 해산물을 먹다가 배탈이 난 후로는 더더욱 신경이 쓰였다. 기대했던 ‘먹방’을 즐기지 못하니 짜증만 났다. 기대했던 여행과는 너무 달랐다.

물론 에어컨 시원하게 나오는 레스토랑의 음식들은 괜찮았다. 한국보다는 저렴하고 가성비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굳이 인도까지 와서 파스타나 브런치를 먹어야 하나라는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한 끼에 우리 돈 500~1000원 하는 현지 음식을 먹고 싶지는 않았다. 어지간히 무던한 태훈 씨였지만 인도는 달랐다.
 

인도 첸나이의 잉글리시 티룸. (사진=박종호 기자)
인도 첸나이의 한 카페. (사진=박종호 기자)

자연히 이전에 열심히 돌아다녔던 동남아 각국과 비교가 되기 시작했다. 방콕과 푸켓, 세부 등과 비교할 때 이 곳의 호텔 값이 특별히 싸지도 않았다. 더군다나 식사는 어지간한 규모 이상의 레스토랑에서 해결해야 했다. 드물게 소고기 스테이크도 우리 돈 만 원으로 즐길 수 있다고 하지만, 굳이 인도에서?

태훈 씨는 “모든 것이 애매했다”고 말한다. 심지어 인도는 거리에서도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보다 멀다. 여행비를 계산해보니, 싱가포르에서 한동안 푹 즐기다 올 정도의 금액이 나왔다. 먹거리를 빼고는 특별히 나쁜 기억은 없었지만, 재방문 의사는 잘 모르겠다. 다음에는 차라리 재작년에 갔던 말레이시아 페낭에 가서 인도 음식을 먹겠다고 한다.  

인도 여행과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 같지만, 사실 기업인들에게 전하는 인도 진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특히 중국에 공장을 지은 기업인들은 중국에서의 사업비용이 높아지자, 대안으로 인도를 고려하곤 한다. 투자 환경이 과거 중국보다 우호적이지는 않다지만, 중국보다 훨씬 저렴한 인건비에다가 영어가 통한다는 장점까지 있기 때문이다. 이미 현대자동차라는 성공사례도 있다.

하지만 가보기 전까진 모른다. 가보면 다르다. 인도 첸나이에서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이동석(51)씨는 “오고 나서야 오지 않는 이유를 알았다”고 설명한다. 이어, “몰라서 안 오는 사람도 있겠지만 돈 냄새를 맡고도 안 올 사람은 없다. 몰라서 안 오는 것이 아니라, 안 오는 이유가 있어서일 것이다”라고 말한다.

물론 버티면 대박은 터질 것 같다. 값싼 중국제를 제외하자면 변변한 경쟁자도 없다. 현지인들에게는 유럽이나 미국의 유명 제품이 너무 비싸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분명 보인다. 비집고 들어가면 그 다음은 12억 인구의 소비 시장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버티기’가 너무 어렵다.

인건비가 싼 것은 맞다. 하지만 와서 보니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이 되고 속된 말로 ‘합이 잘 맞는’ 근로자들은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솟는다. 오히려 근로자들을 구하는 것 부터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영어를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 인력이 대다수다.

인프라 문제는 두고두고 골치다. 걸핏하면 전기가 나간다. 얼마 전까지 타밀나두 주 정부에서는 정해진 시간 동안은 전력을 공급하지 않는 정책을 펴기도 했다. 공업용수 구하는 것도 두고두고 문제다. 일단 식수부터 구하기 힘든데, 하물며 공업용수랴. 자재가 드나드는 도로는 애초에 기대하기 힘들다. 진출 초기에는 비용을 들여 도로를 닦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동석 씨는 애초에 대안으로 생각했던 베트남 시장이 절실하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지방정부가 앞다투어 도로를 닦고 세제 혜택, 부지 임대료 등에서 혜택을 준다. 노무 환경도 인도보다 나은 것 같다. 영어 되는 직원을 기대하고 인도로 왔더니 베트남에서는 한국어가 되는 직원들을 구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통관 업무는 어찌나 오래 걸리는지, 인도양을 건너오는 컨테이너선은 네 달이 되도록 소식이 없다.

12억 시장도 부풀려진 것만 같다. 인구의 반은 우리 제품을 애초에 사지도 못할 극빈층이라는 것은 여기 와서야 알았다. 구매력이 있는 계층은 이미 중국산이 장악했다. 상류층이라 부를 이들에게는 한국산 제품이 매력이 없다. 동석 씨는 중산층은 다 어디로 갔나 의아하다.

인도 시장이 매력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동석 씨에게는 현대자동차가 길을 닦아놨으니 다행이다 싶으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야하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게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태훈 씨와 동석 씨의 고민은 같다. 그들 모두는 인도로 여행(투자)하는 것을 권장하나, 제대로 알아보고 가라는 조언을 잊지 않는다. 인도가 여행(투자)지로서 얼마나 위험한 지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판단하라는 것이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등산이나 다니지말고 신남방으로 가라'거나 '한글 선생님으로 취업해라' 등을 권한다. 그들도 위 같은 문제를 먼저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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