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시켜
-메이 총리 불신임안까지 등장...향후 정국은 불투명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 높아...각국은 우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영국이 대혼란에 빠졌다.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의정 사상 최대 표차로 부결됐다. 집권당인 보수당 내에서도 반대표가 쏟아졌다. 테레사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까지 등장했다. 3월 29일로 나가는 날은 잡아놨는데, 그 전에 중심을 잡아야 할 의회부터 해산될 분위기다.

영국 하원이 현지시간으로 15일 실시한 표결에서 정부의 브렉시트 합의안은 의원 639명 중 반대 432표로 부결됐다. 찬성은 202표로 격차가 230표나 됐다. 현직 총리의 정책이 부결된 표차로는 영국에 의회 민주주의가 도입된 이후 최대다. 

표결 직전까지 메이 총리는 의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투표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선택에서 브렉시트를 명령한 국민의 목소리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호소했다. 각료들도 나서 메이의 협상안을 부결시키면 ‘노 딜 브렉시트’로 가거나 '노 브렉시트'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표결 결과가 참패로 드러나자 메이 총리는 보수당 내에서 총리 불신임안을 논의하는 것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코빈 노동당 대표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의회 차원에서 총리 불신임안을 표결하자는 안을 제출했다. 총리 불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14일 이내에 내각에 대한 신임안이 하원에서 의결되지 않으면 조기 총선이 열린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앞으로가 더 걱정
  
메이 총리는 표결 직후 초당적으로 하원 중진의원들과 회담을 갖고 브렉시트 합의안에 무엇이 더 필요한지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정치권은 정국을 극한으로 몰아가면서 EU를 압박해 양보를 끌어낸다는 생각일지모르지만, EU는 재협상에 부정적이다. 
  
영국 정치권이 대책 없이 표류하면 ‘노 딜 브렉시트’라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오는 21일까지 메이 총리가 ‘플랜 B’를 제시해야 하지만 특별한 안이 나올 도리가 없다. 일부 EU 회원국들도 파장을 최소화하는 비상 법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가령, 영국의 금융 서비스 회사가 기존 라이선스를 기준으로 해당 국가에서 당분간은 계속 사업할 수 있다는 식이다.

한국 정부도 노 딜을 대비해 오는 23일 영국 정부와 피해를 줄일 방안을 논의한다. EU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노 딜 브렉시트가 되면 경제적으로는 재앙이다. 양 측간 사람과 자본의 이동이 제한되는 것은 물론이고 관세가 갑자기 부활해 유럽 전역이 마비 상태에 놓이게 된다. EU는 이를 염두에 두고 이미 브렉시트 일자를 7월까지 늦출 수 있다고 한다.
 
브렉시트가 취소되는 상황도 시나리오 중 하나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영국이 일방적으로 브렉시트를 취소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메이 총리는 “정부의 합의안을 부결시키면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 브렉시트로 가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가능성이 높지 않다. 

영국 정치권이 국민투표를 통해 가결된 브렉시트를 자신들의 정치력으로 되돌릴 역량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두 번째 국민투표가 실시될 것인지도 주목된다. 일부 의원들은 이미 브렉시트를 철회할 것인지, 메이의 협상안에 찬성하는지를 국민에게 물어보자는 국민투표안을 제안했다. 

노 브렉시트를 주장하며 시위에 나선 런던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 노 딜 브렉시트는 왜 최악의 시나리오인가
  
정치권이 선거전략으로 꺼내든 브렉시트는 결국 영국을 분열과 혼돈 속으로 밀어 넣었다. 노 딜 브렉시트 우려만 커진 현재의 혼란은 영국을 넘어 EU와 전 세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 와중에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은 현재의 혼란이 노 딜 브렉시트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노딜 브렉시트가 3월 말부터 현실화되면 영국이 EU관세동맹에서 갑자기 빠지게 되기 때문에 물자공급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또 EU와 FTA를 맺었던 모든 국가들이 영국과 원활한 교역을 할 수 없게 된다. 영국에게는 더욱 문제다. 영국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대외경제의존도가 높아 현재 식품수입 3분의 1을 EU에 의존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10월 “영국 전역의 일부 주민들이 쌀, 파스타, 말린 과일, 물 등을 비축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영국군 역시 노 딜 브렉시트를 대비해 비상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기업들도 변화하는 정치 지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영국에 승용차를 무관세로 수출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만 약 15억 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하지만 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승용차에는 10%관세가 붙게 된다. 이런 관세폭탄을 피하기 위해선 3월 말까지 영국과 별도의 양자 FTA를 맺어야 한다.  
  
또 현재 영국엔 국내기업 100여 곳이 진출해 있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이들의 행정비용이나 물류비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외교부 당국자는 “이 기업들이 본부를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에 피해를 최소화 하기위해 한ㆍEU FTA와 비슷한 수준의 한ㆍ영 FTA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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