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욱 회장, 운전사 상습폭언·폭행 이후 2년10개월 만에 승진

 

이해욱 당시 부회장은 지난 2016년 3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수송동 대림산업 본사에서 열린 정기 제69기 정기 주주총회에 들러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이 모든 결과는 저의 불찰”이라고 말했다.
이해욱 당시 부회장은 지난 2016년 3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수송동 대림산업 본사에서 열린 정기 제69기 정기 주주총회에 들러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이 모든 결과는 저의 불찰”이라고 말했다.

[데일리비즈온 이동림 기자]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52)이 14일자로 회장에 취임했다. 운전기사 상습폭언·폭행 ‘갑질’로 “자숙 하겠다”는 말을 남긴 지 2년10개월만이다. 이 회장은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창업주인 고 이재준 회장의 손자다. 이번 승진은 3대로 이어지는 후계 승계 작업의 마무리이자 3세 경영의 본격화로 평가된다.

그간 이 회장의 회장 승진과 3세 경영은 이미 예고된 터라 특별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다. 지난 2007년 대림산업의 지주회사격인 대림코퍼레이션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 2011년 대림산업 대표이사 부회장, 2015년엔 다시 대림코퍼레이션 최대주주(52.3%)에 오르면서 그룹을 이미 장악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3월 대림산업은 이사회를 통해 당시 이 부회장 등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했다. 대표 중심 경영에서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전환하기 위한 경영진 교체라는 게 해임 이유였지만 사실상 운전기사 ‘갑질’로 국민적인 공분을 산데 따른 조치였다. 다만 이 회장의 사내이사직은 그대로 유지돼 향후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허울뿐인 조치’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회사 측은 경영수업과 성과로 경영능력을 입증했다고 강조한다. 이 회장이 27살에 대림엔지니어링에 입사해 그룹의 양축인 건설과 석유화학 부문을 오가며 과장, 차장, 부장, 상무, 전무를 차례차례 오가며 충분한 실력을 갖췄다는 것.

이 회장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주도하고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세계 3번째로 고반응성 폴리부텐 제조기술 개발에 성공하는 등 회사의 이익을 증대하는 데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는 게 대림산업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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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행보가 썩 달갑지 않은 이유는 뭘까. 앞서 이 부회장은 2015년 8월∼9월 사이 운전기사 이모씨가 운전을 제대로 못한다고 욕설하며 운전 중인 이씨의 어깨 등을 주먹으로 때린 혐의로 기소돼 2017년 1심에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국내 한 매체는 이 부회장의 운전기사를 지낸 피해자의 말을 인용해 “이 부회장은 인간 내비게이션이자, 도로에서 차량 중계자였다. 이 세상에 있는 욕이란 욕은 그의 입에서 다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어 그는 “이 부회장의 운전대를 잡은 지 며칠 만에 환청이 들리고 불면증에 시달렸다. 대림산업 근처에는 가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스트레스에 시달려) 오죽했으면 3일 동안 밥을 한 끼도 못 먹었다. 운전 지시도 까다로워 계속 긴장하고 있는 데다 뒤에서 계속 욕하고 인격을 무시하는 발언이 날아오니까 밥이 도무지 넘어가질 않더라. 살이 빠졌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가장 속상했던 건 사람을 종이컵보다 더 쉽게 버린다는 것이다”라며 이 부회장은 기사가 있는 상태에서도 예비기사를 상시 모집했고 예비기사가 마음에 들면 사전 통보도 없이 바로 자른다고 폭로했다. 이에 이 회장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 회장은 물론 회사 임원들의 잇따른 갑질 논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와 지배 구조개편 논란은 사회적인 질타의 대상이었다. 그럴 때마다 이 회장은 사내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한 채 회사 경영에 참여해 왔다. 그런 그가 들리는 자숙의 시간 없이 그룹을 이끄는 총수로 복귀했다면 이는 시기상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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