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욱 회장, 운전사 상습폭언·폭행 이후 2년10개월 만에 승진
[데일리비즈온 이동림 기자]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52)이 14일자로 회장에 취임했다. 운전기사 상습폭언·폭행 ‘갑질’로 “자숙 하겠다”는 말을 남긴 지 2년10개월만이다. 이 회장은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창업주인 고 이재준 회장의 손자다. 이번 승진은 3대로 이어지는 후계 승계 작업의 마무리이자 3세 경영의 본격화로 평가된다.
그간 이 회장의 회장 승진과 3세 경영은 이미 예고된 터라 특별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다. 지난 2007년 대림산업의 지주회사격인 대림코퍼레이션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 2011년 대림산업 대표이사 부회장, 2015년엔 다시 대림코퍼레이션 최대주주(52.3%)에 오르면서 그룹을 이미 장악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3월 대림산업은 이사회를 통해 당시 이 부회장 등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했다. 대표 중심 경영에서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전환하기 위한 경영진 교체라는 게 해임 이유였지만 사실상 운전기사 ‘갑질’로 국민적인 공분을 산데 따른 조치였다. 다만 이 회장의 사내이사직은 그대로 유지돼 향후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허울뿐인 조치’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회사 측은 경영수업과 성과로 경영능력을 입증했다고 강조한다. 이 회장이 27살에 대림엔지니어링에 입사해 그룹의 양축인 건설과 석유화학 부문을 오가며 과장, 차장, 부장, 상무, 전무를 차례차례 오가며 충분한 실력을 갖췄다는 것.
이 회장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주도하고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세계 3번째로 고반응성 폴리부텐 제조기술 개발에 성공하는 등 회사의 이익을 증대하는 데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는 게 대림산업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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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행보가 썩 달갑지 않은 이유는 뭘까. 앞서 이 부회장은 2015년 8월∼9월 사이 운전기사 이모씨가 운전을 제대로 못한다고 욕설하며 운전 중인 이씨의 어깨 등을 주먹으로 때린 혐의로 기소돼 2017년 1심에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국내 한 매체는 이 부회장의 운전기사를 지낸 피해자의 말을 인용해 “이 부회장은 인간 내비게이션이자, 도로에서 차량 중계자였다. 이 세상에 있는 욕이란 욕은 그의 입에서 다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어 그는 “이 부회장의 운전대를 잡은 지 며칠 만에 환청이 들리고 불면증에 시달렸다. 대림산업 근처에는 가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스트레스에 시달려) 오죽했으면 3일 동안 밥을 한 끼도 못 먹었다. 운전 지시도 까다로워 계속 긴장하고 있는 데다 뒤에서 계속 욕하고 인격을 무시하는 발언이 날아오니까 밥이 도무지 넘어가질 않더라. 살이 빠졌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가장 속상했던 건 사람을 종이컵보다 더 쉽게 버린다는 것이다”라며 이 부회장은 기사가 있는 상태에서도 예비기사를 상시 모집했고 예비기사가 마음에 들면 사전 통보도 없이 바로 자른다고 폭로했다. 이에 이 회장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 회장은 물론 회사 임원들의 잇따른 갑질 논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와 지배 구조개편 논란은 사회적인 질타의 대상이었다. 그럴 때마다 이 회장은 사내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한 채 회사 경영에 참여해 왔다. 그런 그가 들리는 자숙의 시간 없이 그룹을 이끄는 총수로 복귀했다면 이는 시기상조가 아닐까.
이동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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