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브라질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지난해 10월 연방의회 선거가 끝난 이후 낙관론이 60%를 돌파했으며, 하원의원 513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물갈이’된 것도 향후 국정에 대한 기대심리를 드러낸 결과라는 평이다.

그렇다면 브라질 국민은 현재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까? 일반적으로는 재정균형과 성장세 회복, 고용 창출 등이 꼽히지만, 정책 담당자들은 입을 모아 연금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역시 얼마전 취임사에서 이 점을 강조했으며, 파울루 게지스 경제장관은 아예 연금개혁을 보우소나루 정부의 가장 중요한 도전 과제로 꼽았다. 그는 “연금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브라질은 앞으로 최소 10년간 지속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금개혁은 재정균형과도 관련이 크다. 매우 후한 공공부문 연금이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연금 지출 비중은 2016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GDP의 11.3%인데, 이는 프랑스와 독일 사이의 수치다. 그러나 브라질은 이들 국가와는 달리 아직 고령화와는 거리가 있는 국가다. 65세 이상의 인구를 20~64세 인구로 나눈 부양비율은 12%에 불과해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다.

젊은 국가에 속하는 브라질의 연금 비중이 벌써부터 이렇게 높다면, 향후 고령화가 진전됨에 따라 국가 경제의 부담은 현 고령화 국가를 초월할 것이다. 결국 재정지출을 감축하기 위해서는 연금 개혁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가능하다. 

각국의 GDP 대비 공적연금 지출 비중과 노인부양비율 (65세 이상 인구를 20~64세 인구로 나눈 비율). (자료=OECD)  

현재 브라질의 연금 시스템에는 빠르면 50대 초반에 은퇴가 가능하다. 배우자 사망에 따른 유족연금도 꽤나 후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공공부문 은퇴자들이 조기 은퇴 후 다른 직업을 갖고 이중으로 소득을 얻거나 은퇴한 고위공직자가 젊은 여자와 결혼하여 연금수령 시기를 늘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브라질은 54세 시점에서 받던 임금의 70%를 연금으로 지급하는 ‘후한’ 공적연금 제도를 운영 중이다. 그러다보니 연금 수령자인 퇴직 공무원들과 결혼하려는 젊은 여성들이 증가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실제로 한 73세의 전직 공무원은 월 7000달러를 연금으로 받고 있는데 이는 브라질 평균 임금의 10배 수준이다. 반면, 그의 아내는 30세다. 브라질에서는 남편의 연금을 재혼한 부인이 남편 사망 후 승계하여 그녀의 사망 시점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경우 재혼한 부인이 80세를 넘겨 사망한다고 가정한다면, 50년 이상 연금을 수령하게 된다. 퇴직 공무원이 실제 일한 기간보다 최소 10년부터 많게는 30년 이상 연금수령 기간이 긴 셈이다. 이로 인해 전임 테메르 정부는 50세 이하 남성, 45세 이하 여성에게는 새로운 연금 프로그램을 적용할 것이라 밝혔지만, 관련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 인기있는 개혁은 아닐 것이다. 개혁이 어떻게 진행되든, 미래 기대되는 예상 소득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더 오래 일해야 하고, 은퇴가 늦어지게 되는 공공부문 종사자들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할 것이다.

좌파 정치인들의 반대도 무시할 수 없다. 일반 법안과 개헌안이 하원을 통과하려면 각각 257명과 308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연금개혁안을 통과시키는 데도 308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전체 하원의원 513명 가운데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은 110여 명에 불과하다. 좌파 성향 8개 정당 소속 의원은 150명 수준이다. 나머지 250여 명의 의원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에 보우소나루 정부 경제팀은 테메르 정부가 마련한 연금개혁안을 수정·보완해 새로운 연금개혁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이 만성적인 재정적자에서 벗어나고 투자등급을 회복하려면 연금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데 합의가 모아진 까닭이다.

국제신용평가회사들 역시 연금개혁안이 올해 상반기에 연방의회를 통과해야 브라질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도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브라질의 트럼프’라 불리며 브라질 내에서 대안 우파의 길을 제시했던 보우소나루의 첫 번째 도전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의 리더십은 취임 초기부터 커다란 과제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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