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의 한 농민. (사진=파라과이투자청)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파라과이의 ‘물 불평등’ 문제는 세계 각국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사항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역시 파라과이의 주민들이 겪고 있는 '물 부족' 사태를 9월 호 특집기사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 바 있다.

르몽드의 특파원 기욤 보랑드에 따르면 파라과이의 농민들은 여름이 끝날 때쯤에 수확과 파종을 하려면 하루에 두 번씩 살충제를 뿌려야 한다고 전한다. 오염된 우물 물 때문에 면역 체게를 갖추지 못한 아이들이 아픈 것은 일상인데, 안타깝게도 대안은 없다. 반면 비옥한 땅의 토지와 물을 뺏으려는 전쟁은 진행 중이다. 이중 등록된 부동산등기를 무기삼은 콩밭 대지주와 농민들 간의 분쟁은 일상이 되었다.

◆ 생수회사들은 신이 났다 

이 틈에 득을 본 것은 생수업체들이다. 특히 1990년대부터 포장생수의 인기가 높아졌다. 특히 콜레라가 창궐하던 시기라서 생수는 비교적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이 시기에 보틀링(물을 용기에 담는 공정) 공장들은 내륙 안쪽으로 이전해야 했고, 이 때문에 강물 처리공정 비용이 상승했다. 그러나 지하수의 오염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다. 지하수에 독성물질인 질산염 농도가 평균수치보다 2.5배 높게 나타나고, 하수집하·처리장 낙후 때문에 대장균이 검출된다. 10년 전부터 수도 일대의 지하수의 오염상태가 심해지고 있다는 연구들이 속출했다.
 
불안이 확산되는 분위기를 틈타 생수회사들은 돈을 벌기 시작했다. 파라과이 마트 진열대에는 생수들이 끝없이 줄지어 있다. 지하수에서 뽑아낸 수억 리터의 물들을 정수처리한 후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고가에 팔아치우는 것이다. 10년 전에는 “청정한 지하수”에서 바로 뽑아 올렸다고 광고하더니, 지금은 “양질의 정수처리 기술”을 앞세운다. 국민들은 공공 수도망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위생당국은 자꾸 지하수에서 독성물질이 발견됐다고 발표하는 상황이라서, 브랜드 생수업체들이 더욱 득을 본다. 

코카콜라의 생수브랜드 다사니의 시장점유율은 40%를 넘어섰다. 오라시오 카르테스 대통령가문이 소유한 그룹의 생수브랜드는 150개가 넘는다. 파라과이 생수상공회의소(CAPAM)에 의하면, 2016년 생수산업 규모가 6190만 달러였으며, 2017년 총매출이 전년 대비 평균 20% 증가했다. 그러나 이 모든 브랜드들이 철저히 관리되는 브랜드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2017년 11월, 파라과이 식품안전청(INAN)은 위생허가 등록을 하지 않은 26개 생수브랜드를 적발했다. 

농업은 오염된 지하수의 1차 피해자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통계부가 발표한 파라과이의 물 소비 형태를 살펴보면, 가정이 10%, 산업이 20%인 반면, 식품업 및 집약농업이 70%를 차지한다. 특히 식료품 생산에 사용되는 물 추정치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높다. 파라과이는 세계 4위 콩 수출국이다. 콩 1kg을 생산하는데 물 1800리터가 필요하다. 2016~2017년 생산량이 사상 최고치인 1060만 톤에 달했으니, 약 200억㎥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이는 프랑스 연평균 물 소비량(330억㎥)의 3분의 2에 달한다. 

코카콜라의 생수 브랜드인 다사니(왼쪽)은 파라과이 생수시장 점유율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유력 업체이다. (사진=연합뉴스)

◆ 거버넌스의 실패

상술했다시피, 수자원 자체는 풍부한 편이다. 하지만 그들은 수자원을 제대로 활용할 제도도, 인프라도 부족하다. 총체적 난국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많은 사람들은 입을 모아 거버넌스의 실패를 이야기한다. 지방정부의 부정부패도 일상적이다. 국가재정 배분을 포함해 국가의 정책개발 및 수행능력을 고려하면, 국민의 요구를 충족해준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나라도 한 때 풍부한 수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물 부족 국가’의 오명을 쓴 적이 있다. 제주도는 아직까지 안심할 만한 상황이 못 된다. 제주는 섬이라는 특성상 마시고 생활하는 모든 물을 지하수에 100% 의존하는데, 최근 제주의 지하수위가 관측 이래 최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최근 제주가 지하수위가 낮은 분포를 보이는 것은 강수량의 문제가 크다고 분석한다. 1~11월 제주의 누적 강수량이 전년 대비 71%, 평년 대비 77%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 이와 함께 인구와 관광객 증가도 원인으로 지목했다. 대규모 관광개발사업도 잇따르면서 제주의 물 사용량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것만이 문제일까. 제주도에서 지하수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은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도개발공사다. 2017년 한해 사용량은 105만 톤으로 지하수 사용 요금만 51억4481만 원에 달한다. 이어, 제주공항 45만790톤(3억6567만 원), 공판장 35만4768톤(1억4767만 원), 모 호텔 29만7146톤(1억9374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6곳은 모두 골프장이 차지했다.

지하수 사용 상위 6개 골프장의 사용량은 243만3436톤으로 요금은 29억105만 원이다. 원수대금은 업종과 사용량에 따라 요금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상수도보다는 저렴하다. 더군다나 2015년 5월 도시계획조례가 개정되면서 주민들이 지하수를 이용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설상가상으로 지하수의 수질 악화도 동시에 대두되는 문제다. 제주시의 한 아파트의 경우 지하수 수질이 나빠져 지하수 취수를 중단하고 상수도를 공급 받는 시설공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상수도 역시 누수율이 높아 효율은 더욱 악화된다. 땅으로 스며들어야 할 물들이 각종 개발로 하천을 따라 바다로 흘러가면서 지하수 수위를 더욱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역시 더 늦기 전에 제대로 된 실태조사와 관리계획 마련이 절실하다. 소득의 2~30%를 물 구매에 사용하는 아순시온 주민들의 사례를 강 건너 불 보듯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파라과이의 생수 업체들 역시 가장 많은 물을 사용하지만, 주민들은 그 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같은 상황은 언제고 가까운 시일 안에 되풀이될 수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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