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레브의 노인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불안요소
마그레브의 노인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불안요소
  • 박종호 기자
  • 승인 2018.12.31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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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의 부테플리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마그레브’(Maghreb)는 서방의 끝을 뜻하는 아랍어다.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리비아 등의 국가들을 통칭하기도 한다. 이들 국가에게는 공통적인 고민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고령자인 국가 원수의 건강이다. 이에 누군가는 실제 권력을 행사하는 ‘비선실세’가 당연히 존재할 것으로 넘겨짚기도 한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11월 기사를 통해 병들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 몸이 편치 않은데다가 나라를 자주 비우는 노인, 그리고 세 번째는 정상적인 업무를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늙어버린 노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이것이 중앙 마그레브의 세 나라(모로코, 알제리, 튀니지)를 묘사했다. 9000만 명 이상의 마그레브 인구 60%가 30세 미만으로. 이들은 젊은 국가들이다. 15~20%의 높은 실업률을 포함한 사회경제적 문제 속에서도 활력 넘치는 젊은이들과 권력에 집착하는 무기력한 지도층은 명백한 대조를 이룬다.

◆ 알제리의 부테플리카는 병들고 거동이 불편해

알제리의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2014년 5월 중증 뇌졸중에 걸린 채로 4선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당시 선서를 하기 위해 국민 앞에서 연설을 했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 이후로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항상 휠체어를 탄 채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는 자멜 울드 아베스는 10월 81세의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5선에 도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발표에 대해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아직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는 수도 알제 서쪽에 위치한 관저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여론은 현직 대통령의 건강을 놓고 갑론을박이 활발하다. 9월 상공회의소는 대놓고 알제리는 새로운 후보가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야당 인사들은 물론 한 때 집권 여당에 몸담았던 지식인들 역시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할 상태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며 5선 연임은 불법이라고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의 주장의 근거는 헌법 제102조에 적혀있다. 알제리의 헌법 102조는 “헌법제판소는 대통령이 중병 때문에 국정을 운영할 능력이 없을 경우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할 수 없는 상태임을 선언하도록 의회에 만장일치로 제안한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들의 요청을 이미 2014년에 거부한 바 있다. 올해에도 같은 제안은 같은 이유로 거부되었다. 그러나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이미 유세에 나설 수도 없는 상태다.

◆ 튀니지의 에셉시, 나이가 너무 많아서 걱정

튀니지의 베지 카이드 에셉시 대통령의 상황은 알제리 대통령보다 나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에셉시 대통령은 정기적으로 국민과 소통하며 국가의 혼란한 정치상황을 이끌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나이는 올해 92세다. 에셉시 대통령의 공식 일정은 일상 업무 위주로 축소됐다. 더구나 심장병 전문의인 사위를 늘 대동하는 에셉시 대통령의 모습에, 그에게 건강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여당 인사들도 같은 의견이다. 내각의 책임자들마저 “에셉시 대통령이 국가를 운영할 정도의 기력도, 정부 내부의 분열을 잠재울 에너지도 남아있지 않다”고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암시한 바 있다. 하지만 에셉시 대통령은 이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를 거부한다. 에셉시 대통령은 대신 9월 한 TV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12월 대선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늙었다고 하는데, 나처럼 정신력으로 무장된 사람이야말로 대선에 나가야 합니다”고 주장했다.

튀니지의 에셉시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해외병원에 ‘상주’하는 모로코의 지도자

모로코의 모하메드 6세의 건강 이상은 보기보다 심각하다. 그는 해외 병원에 자주 입원한다. 그런데도 그의 병세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작년 1월 프랑스의 장 글라바니 의원은 모하메드 6세가 진행성 질환을 앓고 있으며 코르티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로부터 1주일 후, 글라비니 의원은 다시 의회 앞에서 모로코 국왕의 건강 상태에 관한 의료 정보는 따로 없다며 기존의 발표를 공식적으로 부정했다.

국왕의 건강상태보다 더욱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종종 자리를 비우는 국왕의 행동이다. 모로코 전문 기자 이그나시오 셈브레로는 2017년 4월부터 9월까지 국왕이 전체 일정의 45%를 해외에서 보냈다고 밝혔다. 기록적인 수치다. 2018년 2월 말 파리에서 심장 부정맥 수술을 받은 모하메드 6세는 한 달 반이 지나 모로코로 귀국했다. 수행원과 연예계 인사 몇 명을 대동한 모습이 간혹 포착된 그의 사진 여러 장이 SNS에 퍼졌다. 2018년에 모하메드 6세는 일정의 최소 1/3을 해외(가봉, 프랑스 등)에서 보내면서 15세 아들 물레이 하산 왕자가 성인이 되면 왕위를 양위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짙어졌다.
 

◆ 안정에의 집착은 불안을 드러낸다

이들에게는 또 하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끊임없이 ‘안정’을 강조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정부가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모로코의 모하메드 6세는 정기적으로 군 내부인사의 ‘물갈이’를 시도한다. 작년 10월에도 한 차례 대규모 숙청이 있었다는 내부 소식통의 전언이도 있다. 마치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과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고도 볼 수 있다. 김정은과 모하메드 6세 모두 지도자가 해외에 있을 때 쿠데타의 위협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이들은 쿠데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군부를 끝없이 감시한다. 이 점에 있어서는 알제리의 부테플리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알제리의 민간신문 <르 마텡>은 2014년 기사를 통해 부테플리카와 김정은을 비교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사진=르 마텡)

2011년에 시작된 튀니지의 민주주의는 기반이 여전히 취약하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다시 쿠데타의 망령을 소환한다. 6월에는 로트피 브라헴 내무장관이 급작스럽게 경질됐다. 정부 측은 튀니지 연안 케르켄나 섬에서 수십 명이 사망한 밀항선 난파 사건이 결정적인 이유라고 밝혔다. 하지만 항간에는 브라헴 내무장관이 외부세력과 결탁한 쿠데타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팽배한 상태다.

또 다른 전직 내무장관 모하메드 나젬 가살리는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는 내란죄와 평화 시기에 외국 군대를 움직인 죄로 고소를 당했다. 근본주의에 속하는 엔나흐다 정당도 국가반역죄의혹을 피하진 못했다. 2015년에 일어난 두 명의 정치계 인사의 암살 사건의 내막을 밝히려는 위원회는 엔나흐다 정당이 국방부를 정탐했다고 밝혔다. 

알제리에서도 2019년 대선을 앞두고 군사 쿠데타의 위협이 높아졌다. 부테플리카를 입후보시키려는 이들이든, 대체자를 찾아내려는 이들 모두 상대방을 향한 ‘선제 공격’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가령, 2년 전부터 군부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인사이동도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10월에는 군부 고위급 5명이 ‘부정축재’와 ‘직권남용’으로 구금됐으나 대통령이 사면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어, 11월에는 다른 장군 3명, 그리고 8월에 임명된 벨밀루드 오트만 군대 치안 중앙청장이 동시에, 그리고 갑작스레 경질됐다. 

마그레브 지역의 지도자들은 모두 병석에 누웠거나 자리를 비운 상태다. 권력을 탐하는 세력에게는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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