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 이동거리 1만3,000㎞ 넘어

사전에서 ‘willow warbler’를 검색하면 ‘버들솔새’ 또는 ‘연노랑솔새’라고 나온다. 버드나무같이 연노랑색 털이 섞인 솔새라는 뜻이다. 솔새는 휘바람 소리같은 노래를 부르는 새이다.

버들솔새는 끊임없이 재잘거리면서 즐겁게 휘파람 같은 경쾌한 노래 소리를 낸다.

음악가로 치면 모차르트를 닮았다고 할 수 있다. 경쾌하고, 맑고, 밝고, 빠르다.

사실 새 소리를 글로 오롯이 표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기자는 유튜브를 틀고 ‘willow warbler’를 검색한 다음, 그 노래소리를 들어보길 권하고 싶다.

휘파람 소리같은 버들솔새의 아름다운 곡조는 수십분을 듣고 있어도 조금도 질리지 않는다.

몸 길이가 11~12.5 cm에 무게라고 해 봤자 7~15 g에 불과한 이 조그마한 새가 저렇게 지치지 않고 즐거운 노래를 계속 부르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런데 최근 버들솔새가 노래만큼 신기한 특징을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러시아의 겨울을 피해 남쪽으로 이동하는 버들솔새의 상상을 초월한 이동거리가 측정된 것.

버들솔새 Credit: Kristaps Sokolovskis
버들솔새 Credit: Kristaps Sokolovskis

과학자들이 측정한 거리는  1만3,000㎞킬로미터가 넘는다. 편도 이동거리가 그 정도이니 왕복으로 치면 2만6.000㎞가 넘는 것이다.

룬드대학교 위치추적 장치로 측정

스웨덴 룬드대학교(Lund University)연구팀은 최근 버들솔새가 얼마나 멀리 이동하는지 비행항로를 측정한 내용을 이동생태학(Movement Ecology) 저널에 발표했다.

버들솔새는 여름에 러시아 북동지역에서 새끼를 낳는다. 룬드대학교 생물학자들은 캄차카반도 마가단(Magadan) 지역 연구원들과 공동으로 버들솔새의 등에 아주 작은 데이터 수집장치를 달았다.

연구진은 그 다음 해에 수집장치가 달린 버들솔새를 출발지역에서 다시 잡았다. 이후 등에 부착한 장치로부터 데이터를 내려 받아 분석하는 작업을 가졌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시베리아 동부를 출발한 버들솔새는 남서 아시아를 거쳐 지중해 동부를 지나갔다.

버들솔새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비행을 계속, 마침내 겨울철 목적지인 케냐, 탄자니아에 도착했다. 이 거리는 대략 1만3,000㎞에 달한다.

버들솔새 이동경로 ⓒ Lund University
버들솔새 이동경로 ⓒ Lund University

더 놀라운 사실은 버들솔새의 비행거리가 이보다 더 길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점이다. 데이터 기록장치의 배터리가 다 되는 바람에 1만3,000㎞ 이상의 기록은 저장되지 않았다.

룬드대학교 생물학과의 수산 오케손(Susanne Åkesson)교수는 “아마도 배터리가 나간 다음에도 버들솔새는 동남 아프리카 지역까지 1,000㎞는 더 날아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물론 버들솔새보다 더 멀리 가는 새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 기록은 더 큰 새에서 나온 것이다. 버들솔새가 철새처럼 이동할 때의 몸무게는 약 10g 밖에 되지 않는다.

오케손 교수는 “정말 놀랍다. 이렇게 작은 새가 적어도 편도 1만3,000㎞를 이동한다. 이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버들솔새가 태어난 바로 그 첫 해에 그 먼 여정을 혼자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또 버들솔새가 아프리카의 어느 지역에서 월동하는지를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게다가 새들이 어떻게 긴 여정을 방향 착오 없이 가는지를 추적, 2개의 대안이 되는 메커니즘을 확인했다.

새들이 이렇게 긴 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마지막 빙하작용이 일어난 다음인 1만년 전부터 1만5,000년 전 사이에 일어난 진화의 결과이다.

노래하는 철새들은 체내의 이동 프로그램에 의해서 움직인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새들은 시간을 입력하고, 먹이를 보충하면서 이동로를 정한다.

그러나 새들이 긴 거리를 이동할 때 어떤 나침반 장치를 이용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이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연구팀이 추정한 가장 간단한 시나리오는 동물이나 물고기들이 길을 찾을 때 이용하는 ‘태양 나침반’, 혹은 지구자기장의 변화를 가지고 방향을 찾는 ‘자기장 경사나침반’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중 ‘태양 나침반’은 태양의 편광(偏光)을 이용해서 방향을 인식하는 것이다.

새가 이용하는 또 다른 방향지시장치인 ‘자기장 나침반’은 러시아 서식지와 이동하는 지역 사이의 서로 다른 지구 자기장의 경사치를 이용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나침반이 이동 중 어떻게 사용되는지 혹은 두 나침반이 주종관계를 이루며 작용했는지 구분하기는 매우 어렵다. 두 나침반이 서로 보완하면서 작용했을 수도 있다.

연구팀은 정확한 탐구를 위해 세 마리의 수컷 버들솔새가 모두 유사한 방법으로 움직인 것에 주목했다.

이들은 이동경로,겨울을 보내는 장소, 중간에 쉬는 곳이나 전체적인 이동시간까지 모두 비슷했다. 이들의 첫 번째 중간 경유지는 서남 아시아였으며 최종 목적지는 동남 아프리카였다.

연구팀은 “버들솔새는 아마도 태양나침반이나 혹은 자기장의 변화를 이용한 자기장 경사나침반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다소 수정된 형태를 사용한다”고 추정했다.

연구팀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들의 긴 여행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해 심층적인 분석을 이어갈 예정이다.

북극 갈매기는 왕복 9만㎞ 이동 

그렇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멀리 이동하는 새는 무엇일까. 제비갈매기과에 속하는 북극제비갈매기(Arctic Tern)로 기록되어 있다.

북극제비갈매지 ⓒ 위키피디아
북극제비갈매지 ⓒ 위키피디아

이 새는 북극 및 유럽 아시아 북미 등 넓은 지역의 북극 아래 지역에서 서식한다. 북쪽에서 번식기를 지나면 각 대륙의 해안선을 타고 남쪽으로 내려와 남극 해안에서 여름을 보낸 다음 6개월 뒤에 다시 북극지방으로 돌아간다.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에 서식하는 북극제비갈매기는 왕복 거리가 무려 7만900㎞에 이르고 네덜란드에서 서식하는 북극제비갈매기는 이 보다 더 먼 9만㎞를 이동한다. 이 새는 날기도 하지만, 날개를 편 상태에서 미끄러지는 활공도 잘 한다.

북극제비갈매기는 크기로 따지면 중간크기로서 길이는 28~39cm에 날개길이가 65~75cm이며 수명은 15년에서 30년으로 장수하는 편이다.

북극제비의 이동경로. 붉은 색이 서식지이고, 초록색이 이동경로, 아래쪽 하늘색이 월동하는 남극해안지역이다. ⓒ 위키피디아
북극제비의 이동경로. 붉은 색이 서식지이고, 초록색이 이동경로, 아래쪽 하늘색이 월동하는 남극해안지역이다. ⓒ 위키피디아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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