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에 참석하는 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이 여의도 국회 앞에 집결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이렇게까지 길게 갈 줄 알았을까. 택시업계는 20일 3차 집회를 열고 카풀의 전면반대에 힘을 실었다. 업계측 추산으로는 무려 12만 명을 동원된 파업이다. 대규모 집회의 규모 역시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숨죽이고 있던 카풀업계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다. 다양한 이벤트를 내세워 오히려 시장 확대를 시도하는 등 두 업계가 마치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질주하고 있다. 상생의 길을 모색할 사회적 타협안이 절실하지만 이해당사자가 많아지며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 택시업계는 ‘생존권 보장하라’

전국의 택시 노동자 12만 명이 20일 하루 운행을 멈추고 서울 여의도로 집결해 ‘카카오 카풀’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 뒤 ‘불법 카풀 비호하는 정부는 각성하라’등의 구호를 외치며 마포대교를 향해 행진했다. 10월에 7만 명, 지난달에 4만 명이 모인 가운데 1·2차 집회를 연 택시업계는 10일 택시기사 최 모씨의 분신 사망 사건을 계기로 12일부터 국회 근처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한데 이어 이날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최씨의 분신이 또 다른 도화선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택시업계의 입장은 최씨가 손석희 JTBC 사장에게 보내는 유서에 잘 드러나 있다. 최씨는 유서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를 비판했다. 최씨는 "카풀의 취지는 차량 정체를 줄이기 위해 정부에서 같은 방향으로 출퇴근하는 이웃끼리 같이 차량을 이용하라고 허용한 것"이라며 "최근 카카오는 불법적인 카풀을 시행해 사업 이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카풀의 취지를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카풀의 요금을 택시요금의 70~80% 수준으로 해 20%의 수수료를 취하겠다고 하는데 승객을 수송한다면 정부에서 유상 운송요금을 신고하고 허가를 얻은 후에 미터기를 장착하고 그에 따른 정상적인 요금을 받아야 한다"며 "카풀 요금을 카카오에서 무슨 근거로 책정해서 손님에게 받을 수 있는지 정부는 답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10일 집회 신고는 3만 명으로 되어 있었지만 주최 측은 12만 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당초 1만대 가량 모일 것으로 추정됐던 택시는 2000여 대가 모였다. 박권수 전국개인택시연합회장은 이날 집회에서 "정부와 국회는 실행 가능성 전혀 없는 해결책과 해결책을 실시해 100만 택시 가족들 분열케 하고 있다"면서 "이런 해결책들은 실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부담으로 생각되게 하여 우리를 집단 이기주의로 결정체로 만들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집회에는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TF(태스크포스) 위원장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 정치인들도 다수 참석했다. 전현희 위원장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여러분의 절박함을 잘 새겨 생존권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나경원 원내대표는 "택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은 이번 카풀 정책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주장해 카풀전쟁이 정치권으로 비화할 조짐도 보였다.

◆ 카풀 업계는 마케팅 강화…할인 이벤트까지 등장

이런 가운데 카풀업계는 이날 하루 다양한 할인 이벤트를 내놓으면서 오히려 마케팅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는 카풀 시범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이용자들에게 올해 연말까지 한번 쓸 수 있는 3만 원짜리 쿠폰을 제공했다. 카카오측은 이와 함께 카풀 운전자들에게도 이날 운행하면 최대 1만 포인트를 주는 행사를 준비하기도 했다.

또 다른 카풀업체인 풀러스는 이날부터 연말까지 연결비용 2000원을 내면 카풀을 이용할 수 있는 플러스투게더 무상카풀 나눔 이벤트를 진행했다. 풀러스 측은 CBS노컷뉴스에 “연말 연초 교통대란을 앞두고 풀러스가 시민들의 이동 편익을 도모하고자 파트너 유저와 함께 풀러스투게더 무상 카풀 나눔 이벤트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연말 교통수요가 증가해 시민의 이동편익을 위해 나섰다는 말이지만 택시업계의 파업을 틈타 카풀업계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렇듯 택시업계는 파업과 집회로 압박하고 카풀업계는 당근으로 여론에 호소하는 형국이다. 이렇게 마주보고 달리는 두 업계가 정면충돌이라는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은 지난 19일 4개 택시단체 대표들이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당초 민주당은 카풀과 택시업계의 상생 방안 마련을 위해 TF를 꾸리고 대책 마련에 주력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사회적 대타협기구 가동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타협기구에는 택시업계와 카풀업계,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이 참여하게 된다지만 카풀업계는 아직 타협기구 참여를 공식적으로 요청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아직 사회적 타협기구 참여요청을 듣지 못했다”면서 “요청이 온다면 이를 검토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만들어진다면 쟁점은 ‘카풀의 허용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81조는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해 사람을 태운 뒤 운임을 받을 수 없도록 하면서 단서조항에 출퇴근 때는 예외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출퇴근 때라는 시점을 두고 카풀업계와 택시업계 간 이견이 있어왔다. 카풀업계는 출퇴근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시간과 관계없이 출근과 퇴근 때 각각 한 번씩 하루 두 번만 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고는 입장이다. 반면 택시업계는 아예 ‘카풀영업’을 하지 말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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