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
-의류산업, 라나플라자 비극 잊고 재도약 준비
-IT나 제약업의 성장도 주목해야…국내에서도 주목 필요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최근 방글라데시가 그간 받아왔던 정·재계에서의 ‘후진국’이라는 평가에 전면 반박하고 있다. 1971년 서파키스탄으로부터의 독립 이래 점철되었던 만성적인 빈곤, 자연 재해, 그리고 최근 미얀마로부터 유입된 75만5000명에 이르는 난민 사태는 방글라데시를 대표하는 키워드로써 사람들의 기억 속을 지배하곤 했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소식이지만, 방글라데시는 최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들 중 하나다. 특히 의류 산업의 경우 거의 10년 동안 6%의 꾸준한 성장을 기록해왔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성장세다. 특히 6월부터 하반기 의류산업의 성장률은 7.86%에 달했다. 1974년의 대기근 이래 현재 방글라데시는 1억6000만 명의 자급자족이 가능한 사회로 변모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은 2009년 이래 무려 3배나 뛰었다. 올 해에는 1750달러(한화 약 200만 원)에 달한다. 절대 빈곤선(하루 1.25달러, 한화 약 1500원 이하 수입)아래 사는 사람의 수는 같은 기간 19%에서 9%로 줄었다. 

◆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 “방글라데시의 성장은 가속화 될 것”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는 자신감에 넘친다. 올해 초 니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방글라데시의 성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가속화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방글라데시의 성장세는 정부의 기대치를 뛰어넘고 있다. 수출은 매해 15~17% 증가하고 있다. 6월까지 수출량 367억 달러(한화 약 38조 원)을 기록했는데, 2019년 목표인 390억 달러(40조 원)을 이미 거의 따라잡았다. 이에 하시나 총리는 “1971년 건국의 50주년을 맞는 2021년 500억 달러(60조 원)의 수출 실적을 기록하는 것으로 목표를 변경했다”고 말한다.

250만 명에 달하는 방글라데시 해외 노동자들의 송금액도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매해 18%씩 성장해 우리 돈으로 연 15조 원이 내수 경제로 흘러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하시나 총리의 목표는 2009년 야심차게 시작한 ‘디지털 방글라데시’의 확산이다.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는 이웃국가 인도를 발판삼아 일어설(leapfrogging) 스타트업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인도가 이미 강점을 보이는 제약업도 방글라데시가 나날이 성장하는 산업 중 하나다.

이에 정부는 국가 전역에 100개의 경제특구를 구축하는 작업에 열중이다. 11개는 이미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었으며, 79개는 건설이 진행 중이다. 방글라데시 은행의 수석 연구원인 파이살 아메드에 따르면 “이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도 관련이 있다. 그간 우리의 높은 인구밀도는 마이크로파이낸스나 저비용의 건강보험 같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하지만 우리는 상대적으로 희소한 토지자원을 좀 더 잘 활용해야 한다. 그 답은 곳곳에서 기능하고 있는 산업단지와 경제특구다”라고 말한다.

◆ 라나플라자 아픔 딛고 성장하는 의류산업

방글라데시의 간헐적인 성공을 논하는 데 있어 의류산업은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 될 소재다. 오늘날 방글라데시 경제에서 450만 개의 고용을 보장하며, 현재 제조업 수출물량의 80%을 차지하고 있는 기간산업이다. 

물론 시련도 있었다. 2013년 있었던 라나플라자 사건이 분수령이었다. 라나플라자 사건이란 무허가 복합건물 ‘라나플라자’가 붕괴되어 10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라나플라자에는 4층짜리 쇼핑몰이 무허가로 8층짜리 건물로 증축되어 있었으며, 자라·망고 등 글로벌 의류업체의 생산 공장이 입주해있었다. 2013년 4월, 붕괴가 일어나기 전날 건물 벽에 금이 가있다는 사실이 발견됐지만, 건물주와 관리인은 여공들의 등을 떠밀며 출근을 종용했다. 결국 역대 건물 붕괴 사고 중 최다인 114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라나플라자 붕괴 당시 현장. (사진=연합뉴스)

라나플라자의 비극은 방글라데시를 넘어 국제사회를 움직였다. 자신이 즐겨 입는 저렴한 옷이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의 인건비와 안전 비용을 절감해 얻은 대가라는 사실을 알게 된 서구 소비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글로벌 기업 책임론도 거세게 일었다. 이는 원청인 글로벌 의류업체 200곳으로 하여금 현지 노조와 함께 ‘방글라데시 화재 및 건물 안전 협약’을 출범하게 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성과는 극적이었다. 지난 4월 기준, 초기 조사를 시행한 의류 공장 2022곳 중 85%가 안전문제를 개선했다. 사망자 5명, 부상자 10명 이상을 기준으로 한 대형 안전사고의 수도 해마다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협약은 2021년까지로 연장됐다. H&M을 비롯해 대부분 기업도 연장에 동의했다.

한편에서는 다소 엉뚱하게도, 공장 자동화와 안전성의 상관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자동화는 위 협약과는 관련이 없는 사항이지만, 자동화가 생산성 개선과 노동자 처우 개선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가령, 방글라데시의 로컬 기업 자이언트 그룹사의 의류 공장에서는 노동자가 천을 자르고, 다듬고, 실로 이어 맞추는 기계를 보조한다. 다른 한 쪽에서는 대부분이 여성으로 구성된 300여 명의 노동자가 마름질을 하고 옷에 장식을 다는 기계를 작동한다. 노동자들 역시 만족하는 분위기다. 자이언트 사의 노동자들은 수차례 로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00% 자동화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직원들을 아플리케(천 조각을 덧대거나 꿰맨 장식)나 수를 놓는 작업에 배치함으로써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방글라데시의 변화는 미중 무역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모멘텀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터키, 미얀마 등이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기존 의류산업의 위치를 위협할 수 있는 경쟁자로 손꼽히긴 하나, 전문가들은 방글라데시가 이들 국가에 비해 이제는 크게 뒤쳐지지 않을 것이라 예측한다. 이미 산업의 공고화도 진행 중이다. 방글라데시의 의류 공장 수가 최근 5년 간 22% 줄었다지만, 관계자들은 이는 산업이 효율적으로 개편되는 과정이라고 평가한다.

◆ FDI 대신 IT로 ‘맞춤 성장’ 속도 낸다

과거 FDI(해외직접투자)는 방글라데시 경제의 강점이 아니었다. 하시나 총리의 9년 임기간 2008년 약 1조에서 현재 3조 3000억 원으로 약 3배 가까이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지만, 인근 국가인 베트남이나 미얀마에 비해서는 뒤쳐진다. 이에 많은 정부 관계자들은 세계은행에서 매년 발표하는 ‘기업하기 좋은 국가 순위’에서 늘 방글라데시가 저평가 받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이달 발표된 순위에서 방글라데시는 190국가 중 176위를 기록했는데, 관료주의와 부족한 인프라 등이 부진한 이유로 손꼽혔다.

이에 하시나 총리는 ‘디지털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IT 분야에 적극적인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국가 전체에 12개의 IT 테마 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다카에는 AI, 로봇 등에 초점을 맞춘 글로벌 아웃소싱 기업들이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타도 인도(BEAT INDIA)'를 외친다. 빠른 시일 안에 주요 원청 국가인 인도의 기업들을 뛰어넘는다는 각오다.

이에 방글라데시의 소프트웨어와 IT 서비스의 수출액은 약 8000억 원에서 이번 회계연도 안에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방글라데시의 로컬 기업 테크노헤이븐의 CEO이자, 방글라데시 소프트웨어&IT서비스 협회의 공동 창립자 하비불라 카림은 니케이와의 인터뷰에서 2021년까지 IT 수출액 5조 원 목표에 대한 질문에 “매우, 매우 힘든 목표이지만 그래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3년 내 6배의 성장이 요구된다. 그 자체로 매우 어려울 뿐더러 글로벌 아웃소싱 시장이 갈수록 위축된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카림 역시 “(그간 잘 해왔던) 항공, 호텔, 보험 분야에서 더 이상의 수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글라데시의 아웃소싱 산업은 활기를 띄고 있다.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방글라데시의 우버, 파타오(PATHAO)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의 유니콘 ‘GO-JEK’으로부터 20억 원을 투자받았다. 모바일 금융을 담당하는 바카시(bKASH) 역시 4월에 알리바바의 한 축인 알리페이가 20%의 지분 구매를 단행한 적이 있다. 한 컨설팅 기업의 CEO인 칼리드 역시 사모투자를 중심으로 혁신과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주목할 사항은 약업이다. ‘최빈국’이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제약 특허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을 적극 공략 중이다. 말하자면, 방글라데시 산 복제약을 특허 관계없이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과거 이 지위를 누렸던 인도와 최근 글로벌 업계에서 정면충돌하고 있다. 업계 선두를 노리는 기업으로는 인셉타(Incepta)가 대표적이다. 방글라데시 제약사에서 두 번째로 큰 기업이지만, 최근 60여 개국에 수출을 성공시키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인셉타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의약품을 제조하는 모습. (사진=인셉타) 

인셉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을 보라. 제약업체의 생산기지가 점차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른바 아시아에서 의약품을 생산하는 것이 가성비 측면에서 더 낫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방글라데시 복제약의 성능은 이미 여러 국제적인 규제 기관으로부터 인정받은 바 있다고 말한다. 다만 “대용량 생산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물량 소화능력이 중국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라며 “최근 중국으로부터 기술 이전에 열심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 방글라데시 진출을 고려한다면?

빠르게 성장하는 방글라데시 경제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내에서도 방글라데시에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동남아와의 경제관계를 중요시하는 신남방정책의 시야를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남아시아의 인도 시장과, 그보다 더 주목받지 못하는 방글라데시 시장이 우리 경제의 수출입 다각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이기도 하다. 셰이크 하시나 정부가 집권 4년차를 앞두고 정치적 리스크가 감소하고 있으며, 로힝야 난민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듦에 따라 업계의 우려도 잦아들고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나, 방글라데시 경제가 한 발자국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만성적인 인프라 부족의 개선이 요구되는 만큼, 국내 기업의 진출이 양국 간 서로 이로운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성되고 있다. 더군다나 하시나 총리 역시 늘 “8%대 경제 성장을 위해 방글라데시 정부는 GDP 대비 인프라 투자 비중을 29%에서 35%로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도, 방글라데시는 최근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각종 기계류 수입이 활발한 편이다. 국가별로는 일본·인도·중국 기계가 많이 수입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역시 올해 보고서를 통해 기계 및 기자재 납품이 가능한 우리 기업의 경우 프로젝트 동향 파악을 통해 수주기업에 납품하는 사업모델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국제기구 프로젝트 이외의 일본·중국의 유상원조가 투입되는 프로젝트에도 기계 및 기자재는 별도 납품 가능한 국가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이어, 현지 중고기계 수요도 많아 중고기계 수출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기업에게는 방글라데시 진출을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시장정보를 파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회의 땅’으로서의 가치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육로를 통한 ‘일대일로’가 한창 진행 중인 중국을 제외하고는 강력한 경쟁자들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우리가 먼저 진출을 시도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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