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근해 오징어 어획량이 2000년대 들어 최악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트롤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경북 울릉군 서면 남서리에서 주민들이 오징어를 햇볕에 말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오징어 가격이 치솟고 있다. 소매가가 마리당 8000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이맘때보다 40% 올랐고, 3년 전에 비해 160% 치솟았다. 무게로 따지면 ㎏당 2만 원이다. 원인은 두말 할 것 없이 어획량 감소다. 국내 대표 오징어 산지인 울릉군은 올해 사상 최악의 어획량을 기록했다. 어선 대부분이 출어를 포기하고 정박해있는 상태다. 동해를 가득 메웠던 오징어들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지역 어업인들은 중국 어선의 쌍끌이 조업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북한 수역에서 조업 중인 중국 어선은 2304척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는 2013년 1326척, 2017년 1711척에서 폭증한 수치다. 지난 2004년 북한이 중국과 맺은 공동어로협약 체결 후 매년 7월부터 중국 어선은 북한 수역에서 조업에 나서는데, 동해안 오징어 조업 시 울릉도 어민들이 채낚기를 쓰는 것과 달리 저인망 쌍끌이를 사용해 사실상 오징어를 싹쓸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엔 중국 어선들이 울릉도 인근까지 남하해 불법 어획을 일삼는다. 지난해 울릉도 어민 1000여 명이 오징어 어획으로 벌어들인 돈은 49억 원이었으나 올해엔 19억 원으로 38%가 감소했다. 피해는 울릉도 어민을 넘어 소비자에게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발표에 따르면 물오징어의 전국 평균 판매가는 6317원으로 평년(2938원) 대비 가격이 2배 이상 폭등했다. 여기에 수온 변화도 오징어 어획량 감소에 한몫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연근해 수온 상승으로 인해 한류성 어종인 오징어가 수온이 낮은 북쪽으로 이동해 조업 어장 규모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탐험가로 활동 중인 해양전문가 엔릭 살라 박사는 중국 정부의 데이터를 인용해 전 세계 공해에서 잡히는 오징어의 60%를 중국 어선이 포획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수치는 올해 70%로 늘어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6월 중국의 오징어 어획을 ‘해양 정복’(conquer the world’s ocean)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연구원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수개월에 걸쳐 공해상에 있는 오징어 어장을 발견했으며, 앞으로 예측 정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자연히 오징어를 주어종으로 하는 트롤 선사들도 비상이 걸렸다. 부산에서는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소속 트롤 어선 40여 척이 제주나 여수 해역을 중심으로 오징어 조업을 하고 있다. 수협 관계자는 "예년에는 트롤 어선 한척이 3~5일간 조업하면 2억~3억 원의 어획고를 올렸는데, 올해는 1억 원 올리기도 버겁다"며 "내년 1월이면 어기가 끝나는데 대부분의 선사가 운영 경비조차 뽑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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