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울산 PX(UAC) 공장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잘나가던 국내 정유사들의 올해 4분기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워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엔 2년 연속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한 국내 정유사들이 올해에도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석유화학 제품인 '파라자일렌(PX)'이 올해 정유사들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나가던 정유업계가 4분기 예상치 못한 유가 하락에 발목이 잡혔다.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과 마진 축소로 4분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PX는 원유나 콘덴세이트(초경질유)를 정제해 나온 나프타를 분해해 만든다. 페트(PET)나 폴리에스테르 섬유의 기초 원료가 된다. 당초 PX는 중국·베트남·인도 등의 새 공장 가동으로 공급 과잉이 우려됐으나 최근 글로벌 공장들이 가동률을 높이지 못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빚어졌다. 공급 부족으로 PX 가격이 치솟았고, 국내 정유 업체들에는 큰 호재로 작용했다. 특히 생산규모로는 국내 최대인 SK인천석유화학(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이나 에쓰오일의 실적 고공행진을 이끌었다. 특히 에쓰오일의 3분기 PX 공장 가동률은 90%에 달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문제는 생겼다. 유가 하락이다. 한 때 배럴당 90달러 직전까지 올랐던 국제유가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 등으로 10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두바이유는 10월 4일 배럴당 84.44달러에서 지난달 29일 58.3달러로 30.9% 내려갔고, 브렌트유도 10월 3일 86.29달러에서 11월 30일 58.71달러로 31.9% 급락했다. 물론, 6~7일 비엔나에서 열린 OPEC 총회에서 일일 120만 배럴 규모의 감산 합의가 이뤄지면서 반등하기는 했다. 하지만 유가 반등이 어느 수준까지 가능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업계는 답답할 뿐이다.

국내 업계는 이로써 4분기 재고평가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미리 사둔 원유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제마진도 축소된 상황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수송비 등 각종 비용을 뺀 마진이다. 유안타증권의 12일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2017년 4분기 평균 배럴당 7.2달러에서 지난 11월 월간 평균 4.6달러까지 급락했다. 11월 넷째 주에는 배럴당 3.8달러까지 떨어졌다. 아시아 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이다.

또한, 베트남·사우디 등 경쟁국 PX 설비의 정기 보수가 마무리되고, 내년 중국 신규 설비 가동으로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 공급 과잉 우려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PX 신·증설 규모는 내년 1770만 톤, 2020년 590만 톤에 달해 2020년 전체 생산 능력은 300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전망도 존재한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월에 접근할수록 휘발유 정제마진은 회복이 예상된다"며 "특히 중국의 소형 정유사와 일본의 소규모 정유사에서 생산량 조정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티팟(Teapot)으로 불리는 중국 소형 정유사들이 먼저 가동률 감축에 나섰다. 지난 9~10월 63% 수준의 고율 가동을 유지했던 소형 정유사들은 11월 4주 59%까지 비정상적인 하향 조정에 돌입한 바 있다. 

이는 휘발유 마진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제품 생산 경쟁력이 열위인 소형 정유사들이 먼저 적자에 들어선 것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제품 공급이 감소해 역내 정제마진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10월 이후 이어진 유가 하락으로 발생한 재고평가 손실도 지난 7일 OPEC 및 비OPEC국이 감산에 합의하면서 4분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유사들은 유가 변동에 따른 외부 변수의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 비정유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개선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대표적이다. 비정유 중심 신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발하고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으로의 집중 투자에 나서고 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2일 보고서에서 "SK이노베이션은 그 이후의 추가 성장 모멘텀도 보유하고 있다"며 "늦어도 2019년부터는 배터리 사업 가치도 기업가치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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