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스웨덴서 시작..북유럽 이어 전세계로 확산
- 식탁까지 침투하는 미세 플라스틱...해양 생물에게도 위협
- 한국에서도 환경 정화 운동 확산...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하는 '자원재활용법'도 제정

플로깅 하는 사람들.
플로깅 하는 사람들. (사진=Global plogging)

[데일리비즈온 이은지 기자] 자신의 건강과 지구의 건강을 동시에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을 포함한 이웃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살기를 원해 '플로깅' 운동에 동참한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바다가 오염되는 것에 경각심을 느낀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해양 정화 활동을 하는 사례도 늘고있다. 단순한 봉사활동으로 여겨졌던 환경 캠페인 참가가 자발적 운동의 패러다임으로 변화했다. 일상속으로 들어온 환경 운동은 어떤 모습일까?   

쓰레기 주우며 달리는 사람들...플로깅

"수년 동안 저는 서로를 존중하지 않고, 건강에 좋지 않은 사회의 징후라고 생각되는 행동을 바꾸려고 노력했습니다.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우리는 단지 plogga를 시작할 것입니다." Plogga의 설립자 에릭 알 스트롬은 '플로깅'(plocka+jogging) 운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Plogga는 공식적으로 100개가 넘는 이벤트를 통해 스웨덴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던 새로운 운동이다. 조깅하는 동안 쓰레기를 집어 들고 거리를 청소하고, 바다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 차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다. 운동을 하면서 도로 주변에 있는 플라스틱 병을 포함한 일상쓰레기들을 줍기만 하면 된다.

2016년 스웨덴에서 시작된 plogga는 북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현재는 미국, 아시아 등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중이다.

조깅이 일상화된 서구에서 깨끗한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고, 환경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알려진 플로깅은 건강과 환경을 함께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트렌디한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인스타그램에는 '#Plogging'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3만7000여 개에 달하는데, 이는 경험한 것을 인스타그램 게시물로 '인증'하는 경향이 있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참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플로깅을 실천하는 플로거(Plogger)들은 "쓰레기를 줍는 동작이 근력운동인 스쿼트(Squat) 동작과 비슷해 근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며 또한 "플로깅이 계속될수록 쓰레기의 무게가 늘어나 점점 무거워지면서 소비되는 열량도 증가하기 때문에 운동효과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환경도 지키고 건강도 지킬 수 있어 일석이조인 셈이다.

식탁 안전까지 위협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비치코밍으로 대응

플로거들이 조깅을 하면서 줍는 쓰레기가 쓰레기봉투를 꽉 채우고도 넘칠 만큼,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쓰레기들이 많다. 특히 해양쓰레기 문제는 심각하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바다새는 매년 100만 마리, 고래, 바다표범, 바다소 등 해양 포유동물은 10만 마리가 해양쓰레기 때문에 죽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 해안에서 죽은 고래의 뱃속에서 플라스틱 컵 115개와 페트병, 슬리퍼 등 6㎏의 쓰레기가 나왔다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나라 서해에서 잡힌 아귀의 뱃속에도 아귀의 크기와 맞먹는 500㎖의 플라스틱 생수병이 들어있어 충격을 안겼다.

바다에 버져진 비닐(플라스틱) 쓰레기를 마주한 바다거북이의 모습. (사진=Pixabay)
바다에 버져진 비닐(플라스틱) 쓰레기를 마주한 바다거북이의 모습. (사진=Pixabay)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이처럼 해양생물의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햇빛과 파도에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의 형태로 해양 생물에 축적이 될 수 있어 우리의 식탁까지 위협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매년 우리나라 바다로 들어오는 해양 쓰레기는 약 17만 톤이다. 넘쳐나는 해양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 등 해양오염의 심각성으로 해양 정화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기존의 해양 정화활동 방식과는 차별화된 일상생활 속으로 다가가는 새로운 방식의 해양 정화 활동이 대두되고 있다.

앞서 소개한 플로깅보다 한 발 더 나아간 형태인 비치코밍(beachcombing)이다. 비치코밍은 바다(beach)와 빗질(combing)의 합성어로, 해변으로 밀려온 쓰레기를 줍거나 그것을 재활용하여 예술품으로 창작까지 하는 것이다. 해양 정화 활동 이후 재활용을 통해 예술 창작 활동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도 환경 정화 운동에 동참...'줍깅'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해양 정화 활동의 일상적 참여를 독려하는 시민단체와 동호회들이 생겨나고, 지역구들도 동참하고 있다.

국내에서 비치코밍으로 가장 유명한 단체는 '재주도좋아'라는 단체로, 30대 청년 4인이 해양쓰레기 문제의식을 같이해 만든 곳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수거한 해양쓰레기 가운데 폐목재, 밧줄, 유리병을 재가공해 작품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또한, 지난 9월 부산 해운대구는 '에코에코협동조합'과 공동으로 제 1회 해운대 비치코밍 축제를 열었다. 축제에서 화덕헌 에코에코협동조합 대표는 "최근 해양 플라스틱이 전 지구적 문제로 떠오르는 상황이니 만큼 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비치코밍으로 즐겁게 쓰레기를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작가들 중에서도 해양 쓰레기를 활용하여 만든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고 있어, 비치코밍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에서 플로깅은 한강을 중심으로 붐이 일고 있는데, 플로깅보다 '줍깅'이라는 단어로 불리고 있다. 장소에 제약을 받지 않고 일상생활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어, 환경운동에 쉽게 동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가하는 인원이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 #plogging_seoul 게시물. (사진=instagram)
인스타그램 #plogging_seoul 게시물. (사진=instagram)

이처럼 플로깅과 비치코밍은 환경을 위한 일방적인 봉사가 아니라,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하면서 나의 건강도 함께 챙길 수 있는 운동 패러다임의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UN 등 국제기구에서의 논의와 결의안 채택을 시작으로 각국 정부는 미세플라스틱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문제 해결을 위해 플라스틱 폐기물 또는 발생원 관리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8월부터 모든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하는 '자원재활용법' 등 관련 규제를 마련 및 시행하고 있으며,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2015년부터 해양수산부의 지원으로 '미세플라스틱 오염·영향 평가기술 확립 및 오염실태 규명'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서는 매월 셋째 금요일을 '연안 정화의 날'로 지정했고, 시민단체들은 '플로깅 데이' 지정도 촉구하며 생활 속 쓰레기를 줄여나가는 운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을 위한 실천은 특별한 누군가만의 일이 아니라 공동의 책임이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태도와 함께 주변의 생활쓰레기를 땀흘려 치워보는 플로거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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