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기획재정부와 ‘제 5차 한·독 통일 경제정책 세미나’ 개최
-동서독 교역 증가의 주요인은 정치적 화해와 협력정책 추진
-한국, 스윙차관 제공시 만기일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기획재정부와 공동으로 1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제5차 한·독 통일 경제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KIEP)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통일 후 동독 개발정책이 한반도에 주는 함의는 무엇일까. 우리의 상황에 비추어 보아 독일은 어느 점을 잘 했고, 어느 점이 부족했을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독일의 사례로부터 우리의 내일을 가늠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KIEP는 기획재정부와 공동으로 1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제 5차 한·독 통일 경제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독일 연방재무부, 할레경제연구소(IWH-Halle) 연구진과 국내 정부 및 학계, 언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KIEP 선임연구위원인 정형곤 박사는 ‘교역 활성화를 위한 서독정부의 대동독 지원제도’에 대해 발표했다.

정 박사는 동서독의 교역을 위한 법적 근거에 대해 설명하며, 분단 과정에서의 교역을 분석했다.  또한, 동서독의 교역은 교역품목과 교역액, 송금이 철저히 정부 통제하에 이루어진 경협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서독정부는 동독정부에 부가가치세 및 관세 면제, 스윙차관(무이자 장기차관) 제공 등 다양한 특혜를 보장했고, 이에 양국의 절대적 교역량은 크게 증가할 수 있었다.

정 박사는 이를 정치적 의도가 매우 강한 정책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서독정부는 동독의 소련 및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판단해 앞서 언급한 제도적 특혜와 더불어 동독과의 철도 연결 등 다양한 수단을 지원했다. 정 박사는 이것이 향후 동독의 서독시장에 대한 접근뿐만 아니라 서유럽 시장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서독정부가 1957년 로마조약 가입 시 획득한 동서독 내독거래 인정은 동독 제품의 서유럽 시장 진출에 있어서도 무관세 혜택을 보장받는 근거가 되었다. 동독은 서독으로부터 자본재와 중간재를 반입 및 가공하여 동유럽 어느 국가들보다 동서유럽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서독의 대(對)동독 지원정책은 동독의 사회주의권 국가에 대한 종속을 줄이는 동시에, 서유럽 자본주의 국가들과의 교역은 대폭 증가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통일 이후 동독 주민들의 시장경제 적응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정 박사는 1970년대 중반 서독정부가 동독과의 교역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는 중요한 수단이었던 스윙차관을 영구신용대출제도로 전환하면서 만기일을 없앤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으로 평가했다. 오히려 동서독 교역을 증진시키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점을 제외하자면 결과적으로 6000여 개의 서독 기업들이 동독과의 교역을 통해서 이윤을 창출했다. 이를 통한 상호 간 이해 증진은 동독의 시장경제 학습에 있어 매우 유용한 경험을 제공했다는 평가다. 

정 박사의 분석이 통일한국에 던져주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한국의 통일정부 역시 정부에 의해 통제된 경제정책을 추진한다는 점을 가정한다면, 한국 역시 북한 쪽에 무관세 특혜, 부가가치세 경감, 스윙제도를 통해 남북간의 교역 성장을 도모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것은 서독이 동독에게 그러했듯이, 스윙의 만기일을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영구신용대출제도로의 변환이 오히려 동서독의 교역을 증진시키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만기일을 없애는 것은 무상 ODA(공적개발원조)자금을 제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스윙금액 변제기간은 한국에게도 조심스러운 문제라고 볼 수 있겠다.

또한, 제도적 특혜는 동서독 교역을 증진시키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었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충분조건에 해당하는 요인은 역시 동서독의 정치적 화해다. 남북 역시 정치적 화해협력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GATT나 로마조약 가입에 따른 서독정부의 전제적 조치가 동독의 구소련, 혹은 동구권 국가들의 경제적 의존도를 낮추었듯, 이러한 시사점을 발판삼아 남한 정부가 북한의 중국에 대한 상대적 의존도를 낮출 방법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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