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ixbay 이미지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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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들은 학교에 가는 자녀에게 무엇을 당부하는가? 보통 등교하는 아이들에게는 우리가 하는 말은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공부 열심히 해라, 친구들과 싸우지 마라, 기죽지 마라....등등이다. 아마 학교에서 돌아와도 이와 유사한 질문을 과거형으로 할 것이다.

이 말에는 부모의 자녀에 대한 기대가 들어있고, 자녀들은 이 말을 여러 번 듣게 되면 학교에 가서 내가 할 일의 우선순위가 무엇인가를 알아차리게 된다. 어쩌면 그 말이 그에게는 평생 갈지도 모른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당부를 할까? 익히 아는 대로 유태인들은 자녀들에게 “오늘은 선생님께 무슨 질문을 했니?”라고 묻는단다. 다른 사람이 아닌 “니 생각은 어떠니?”가 교사의 학생에 대한 질문이다.

유대인 못지않은 교육열을 지닌 한국 어머니들은 하나같이 “오늘 선생님께 무엇을 배웠니?”하고 묻는다. 이런 질문의 차이가 무엇을 달라지게 만드는가? 공자는 묻지 않는 자에게 가르치지 말라고 했다. 호기심이 없는데 무슨 의미 있는 배움이 일어날까? 유태인들은 아마 태교부터 질문을 듣는 것 같다.

기도하는 사람들은 모든 인생의 궁금증을 신(하나님)을 대상으로 끝없이 질문할 테니까. 유대인들이 애독하는 탈무드는 모두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전개한다. 교육하는 방식에도 하부루타라고 하여 짝을 지어 서로 질문하고 답하는 것이다. 그들의 학교 도서관은 질문과 대답으로 늘 소란하단다. 이들의 호기심, 질문, 묻고 답하는 버릇은 평생 간다. 그것이 인구 대비 가장 창의적인 성과를 낸 유대인들의 노벨상 수상자 수로 나타난다.

우리 학생들이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를 지키다 보면 범생이가 될 것이다. 군사부일체로 권위를 수용하는 것이니까. 이런 풍토에서 학생의 질문은 교사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그렇게 되면 대답대신 핀잔을 들을 수도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당부는 학교에 가서 놀지 말고 조용히 책을 읽으며 암기를 하라는 것이다.

암기를 잘하면 어렵다는 공무원 시험에도 합격할 것이다. 투자가인 짐 로저스는 "한국 청년들이 사랑하는 일을 찾지 않고 무조건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대기업만 쫓을 경우, 5년 안에 활력을 잃고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무원은 법과 규정에 따라 일할 것이고, 국민들은 그를 평생 세금으로 먹여살려줄 것이다. 친구들과 싸우지 마라는 당부도 학교에서는 조용히 공부나 하지 친구들과 장난치거나 다투지는 말라는 것이다.

제국주의적 침략을 저지른 국가로서 일본에 대해서는 여러 생각이 많지만, 일본의 보통 부모들은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에게 폐 끼치지 말라”라고 당부한단다. 일본 사람들의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조심성은 어디서나 읽을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신문을 많이 읽을 때에도 옆 사람에게 폐를 끼칠까봐 여러 번 접어서 읽는다. 자기 집 앞이나 상점 앞을 늘 깨끗이 쓸어둔다. 참 좋은 습관이다. 결벽증처럼 조심스러워하며 그들은 스미마셍을 연발한다. 일본에서는 한국인들의 안하무인격의 호탕함을 찾아보기 어렵다.

학교폭력이 일상화되는 사회에서 부모들의 또 다른 당부도 들린다. “기죽지 마라!”는 것은 오히려 학교폭력에서 더 이상 물러나지 마라는 것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대응하면 엄마 아빠가 뒷감당을 다 해주겠다는 가족 결의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전투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면 학교나 밖에서 다툼이 일어나고, 그 다툼은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지는 것이다. 오늘날 학교폭력이 상호 고소와 항소로 얼룩지는 끝없는 싸움의 진창이 되는 사례가 종종 있음이 이를 방증한다. 일본의 학부모들이 자녀에게 당부하는 것과 다르다.

아이에게 다르게 물을 수는 없을까? 당부와 질문을 바꾸어 보자. “오늘 가장 재미있었던 일은 무엇이니?” “오늘 무엇(어떤 식물, 어떤 동물)을 더 자세히 볼 거야?” “오늘 마음속에 떠오른 궁금증은 무엇이니? 그래? 그것을 어떻게 풀어갈거야?” “오늘은 선생님께 무슨 질문을 하였니?” “오늘은 무슨 좋은 결심을 하였니?” “오늘은 무슨 소리가 귀에 쟁쟁하니? 새소리? 귀 기울여 들어보았니? 느낌은 어땠어?” “오늘 읽은 글귀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이니?” “오늘 배운 것이 네와 우리 사회에 무슨 의미를 주는 것이지?” “오늘 가장 중요한 발명, 발견이 무엇이니? 그것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오늘 신문 1면에 나타난 우리나라의 중대사는 무엇이니?” “혹 내가 남에게 폐를 끼친 것은 무엇이니?” 등등으로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우리는 기죽지 마라, 열심히 공부해라”를 대신하여야 한다. 부모가 질문 하나를 바꾸어 자녀가 남들과 다른 그 자신만의 의견, 소리, 빛깔, 표정 등등을 얻도록 도울 일이다.

필자 :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한국교육과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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