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경찰서 과학수사대원들이 사고 현장에서 경찰서로 견인한 최 씨의 차량.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김동현 기자]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던 한 택시기사가 국회 앞에서 분신 시도 끝에 숨졌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택시기사 최 모씨(57)는 10일 오후 2시경 여의도 국회 근처에서 차 안에서 휘발성 물질을 뿌린 뒤 불을 붙여 분신 시도를 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오후 1시 59분쯤 자신의 택시를 몰고 국회 정문으로 향했다.

택시 조수석에 휘발유통이 보이고, 차에서 기름냄새가 심히 나는 것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차를 검문하려 하자 최씨는 곧바로 여의2교 방면으로 도주했다. 도주한 택시는 여의2교 직전 4거리에서 차량이 밀려있자 하위차로에 멈춰섰고 이후 차량 내부가 연기에 휩싸였다. 택시를 추적하던 경찰이 곧바로 소화기로 진화하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최씨는 곧 숨졌다. 

분신해 숨진 최씨가 ‘JTBC 손석희 사장에게 보내는 유서’라는 제목으로 남긴 유서에는 "택시근로자들이 제대로 급여를 받을 수 있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이 한 몸 내던져 본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혔다.

최씨는 유서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를 비판했다. 최씨는 "카풀의 취지는 차량 정체를 줄이기 위해 정부에서 같은 방향으로 출퇴근하는 이웃끼리 같이 차량을 이용하라고 허용한 것"이라며 "최근 카카오는 불법적인 카풀을 시행해 사업 이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카풀의 취지를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카풀의 요금을 택시요금의 70~80% 수준으로 해 20%의 수수료를 취하겠다고 하는데 승객을 수송한다면 정부에서 유상 운송요금을 신고하고 허가를 얻은 후에 미터기를 장착하고 그에 따른 정상적인 요금을 받아야 한다"며 "카풀 요금을 카카오에서 무슨 근거로 책정해서 손님에게 받을 수 있는지 정부는 답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씨는 택시를 운영할 때의 어려움도 호소했다. 최씨는 "현재 서울 시내 법인 택시 255개 회사의 가동률을 보면 6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며 "택시 수입으로는 생활이 안 된다"고 적었다. 이어 "택시도 물론 승차거부, 불친절 등 반성을 할 부분이 있다"면서도 "택시는 12시간 근무해도 5시간만 근무로 인정해준다. 특수업종으로 분류를 해놓고 장시간 근무에도 제대로 보수를 못 받는다"며, "이번 기회에 택시 근로자들이 제대로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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