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에 빠진 위기의 ‘아베노믹스’
딜레마에 빠진 위기의 ‘아베노믹스’
  • 박종호 기자
  • 승인 2018.12.21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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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올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 기록
-양적완화 이어지지만 경기 부양으로 이어지지 않아
-아베노믹스 한계 다다랐다는 분석
-한국의 통화정책은 미 금리인상 잘 따라가며 안정적
일본의 경제상황이 악화되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지율도 연말이 가까워질 수록 하락하는 모양새다. (사진=SBS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일본 정부가 올해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5%로 대폭 하향 수정했다. 지난 1분기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마이너스 성장률이다.  

10일 일본 내각부는 3분기 GDP가 전 분기에 비해 0.6%, 연율 기준으로는 2.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14일 공개된 이 기간 GDP 성장률 속보치(연율 기준 -1.2%)에 비해 1.3%포인트나 낮아진 수치다. 지난 2014년 2분기(4~6월)에 연율 기준으로 -7.3%를 기록한 이래 4년여 만에 최저치다.  

이날 공개된 수치는 법인기업 통계를 비롯한 최신 통계를 반영하면서 속보치보다 한층 낮아졌다. 도소매와 운수·우편업 등을 중심으로 침체가 심해지면서 당초 0.2% 감소로 집계됐던 기업 설비투자는 -2.8%로 하락폭이 커졌다. 개인소비도 0.1% 상승에서 0.2% 감소로 돌아섰다. 종합적인 물가변동을 표시하는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 동기 대비 -0.3%를 기록했다. 

제조업의 부진으로 일본 경제의 시름은 한층 깊어졌다는 분석이다. 올해 잇따라 내수시장을 강타했던 지진의 여파가 유독 심했다고 분석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일본의 통화정책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제한 없는 양적 완화'로 대표되는 아베노믹스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전망도 있다. 아베노믹스의 통화정책에 무슨 일이 생겼을까? 그리고 미 금리인상에 비추어 한국에 보내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 아베노믹스는 현재 어디까지 왔는가?

디플레이션은 일본 경제의 경계 대상 1호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로 디플레이션이 재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지난달 22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에 디플레이션의 그림자가 다시금 드리워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해서 하락하는 현상이다. 물가가 하락하면 화폐 가치가 올라 소비가 멈추고 투자가 감소한다. 일본은 약 20년간 이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에 시달려 왔다.

일본은 1990년대 버블경제 붕괴 이후 디플레이션을 2차례 공식 선언했다. 특히 2009년 11월 디플레이션 선언은 2006년 6월 회복세에 접어든 이후 3년만에 반복된 일이라 더욱 충격이 컸다. 장기 불황에 시달리던 일본 경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집권 후 2013년부터 아베노믹스가 시행되면서 성장세를 탔고 2015년을 기점으로 회복세에 들어갔다. 디플레이션 탈출을 견인한 건 일본은행(BOJ)의 대규모 양적 완화 정책과 제로금리였다.

BOJ는 고정금리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콜금리에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등 2016년 4월부터 강력한 디플레이션 억제 정책을 폈다. 장기 채권 수익률을 제로(0)%으로 유지하기 위해 인플레이션이 시작돼도 국채를 BOJ가 매입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시장의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양적완화도 처음의 연간 80조 엔(약 814조5520억 원)에서 절반으로 줄었다. 

BOJ는 2016년부터 꾸준히 인플레이션율 목표를 2%로 설정했지만, 실제 지표는 목표치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달 20일 발표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0.7%였고 신선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0.2%에 그쳐 전문가 예상치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CNN 역시 "일본의 극단적인 경기부양책은 일본 금융시장 일부를 왜곡시켰고, 만약 새로운 위기가 닥치게 될 경우 중앙은행의 성장 옵션이 더 이상 마땅치 않게 될 것이다"고 보도했다.

일본은행 전경. (사진=연합뉴스)

리서치 회사인 캐피탈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마르셀 틸리안트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의 자산 매입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BOJ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채 공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틸리안트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일본은행은 채권 매입 속도를 크게 늦추고 있지만 매입은 여전히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본 은행이 채권 매입 속도를 줄인 것은 일본의 전략이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시중은행들이 이익을 내는 것을 너무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마이너스 금리가 시중은행들의 수익성을 짓눌렀고, 중앙은행의 막대한 자산 매입은 한때 수익성이 높았던 채권 시장의 일반 거래를 완전히 소멸시켰다는 평가다. 이에 일본은행의 극단적 양적 완화 정책은 향후 또 한번의 큰 위기가 닥쳤을 때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중앙은행의 노력을 크게 저해할 것이라고 전망이 나오고 있다. 

◆ 한국 상황은 달라...하지만 흐름에 잘 따라가고 있다는 분석도

한국의 상황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대규모 양적완화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압박이 가장 큰 이유로 손꼽힌다. 일본 자산의 경우야 달러와와 마찬가지로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니 미국발 금리인상에 대한 후속 조치에 둔감한 편이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그 점을 의식한 듯 한국은행 역시 1년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30일 기준금리를 기존의 연 1.50%에서 0.25%p 인상된 1.75%p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당시 기준으로 6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0.25%p를 인상한 이후 다시 1년 만의 인상한 것이다. 하지만 20일 미국이 추가로 금리인상을 단행하며 한미 간 금리격차는 다시 0.75%p 벌어졌지만,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에 대한 시그널을 잘 따라가고 있다는 평이다. 이와 관련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경기 여건에 비춰 한은이 내년 상반기 중 금리 인상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국면"이라며 "정부의 정책 효과에 따라 하반기께에나 금리 인상 시도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20일 보고서에서 "국내 경기 둔화 경계감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며 "한은이 내년에는 기준금리 동결 기조로 전환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카르스텐스 BIS 사무총장이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한국의 통화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전망도 있다.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이달 초 한은과의 세미나에 참석해 한국은 굉장히 견조한 성장을 해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인상과 관련 "시장에서 시그널을 보내고 소통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썼다"며 "신흥국이 대비할 시간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거시경제가 견조하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을 잘 다루고 있으며 금융시장이 안정적"이라며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큰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BIS 측은 앞서 통화정책 정상화를 미뤄선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클라우디오 보리오 BIS 경제부 이사는 앞선 6월 기자회견에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융시장 혼란을 우려해 금융위기 이전의 통화정책으로 복귀하는 것을 미뤄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BIS 연례 보고서 공개에 맞춰 진행된 인터뷰에서 보리오는 “통화정책을 정상화시킬 필요가 있으며 일관성있게 진행해야 한다”며 “변동성을 견딜수만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리오는 변동성이 통제가 가능하고 실질 경제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은행들의 통화정책 정상화를 막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오늘날 특히 금융 부분이 취약한 것은 중앙은행에 지나치게 의존한 경제 회복의 결과이며, 따라서 통화정책을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통화정책의 팽창을 유지함으로써 잠재적인 리스크를 안고가려는 일본, 시장의 시그널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한국 양 국에 전하는 메시지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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