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PK마켓' 미국 1호점 조감도. (사진=이마트)
이마트 'PK마켓' 미국 1호점 조감도. (사진=이마트)

[데일리비즈온 심은혜 기자]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이 해외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국내 신규 출점 제한ㆍ의무휴업 도입 등 각종 유통규제로 국내 시장에서 한계를 느끼자,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유통업체들의 도전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은 물론, 선진 시장인 미국으로까지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해외 진출로 인한 새로운 활로 모색은 업체들마다 뜻은 같지만 걷는 방향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이마트는 해외 유력 유통기업의 인수를 통해 선진시장인 미국에서의 안착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면, 롯데는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세계이마트는 미국 서부지역을 거점으로 운영 중인 '굿푸드 홀딩스(Good Food Holdings)'를 인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굿푸드 홀딩스는 '브리스톨 팜스(Bristol Farms)', '레이지 에이커스(Lazy Acres)', '메트로폴리탄 마켓(Metropolitan Market)' 등 3개 유통 브랜드를 보유한 유통기업으로, 서부 지역에 24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미 미국 대도시 상권에서 20~40년 이상 실제로 매장을 운영해 온 실력 있는 유통기업 인수로 현지인들에게 익숙함을 내세워 미국사업의 성공적인 연착륙을 이루겠다는 취지다. 

이와는 별도로 내년 하반기 로스앤젤레스(LA) 다운타운에 'PK마켓' 1호점을 열기 위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PK마켓은 그로서란트 매장이다. 식료품점과 레스토랑을 합친 형태다. 매장에는 라이브 랍스터 바(시푸드), 부처스 테이블(스테이크), 비빔밥, 스시 등 아시아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푸드코트가 들어설 전망이다. 전세계적으로 아시안 푸드, K푸드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CJ제일제당 역시 미국 냉동피자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슈완스 컴퍼니를 인수하면서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시장으로 K푸드가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 선진 식품시장에서 글로벌 음식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비비고' 제품 현지화에 초점을 맞춰 새 장르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약 35조 원에 달하는 미국 냉동식품 시장의 대세 역시 에스닉 푸드(Ethnic Food, 각국 전통식품)와 클린 라벨(Clean Label, 각종 식품첨가물을 넣지 않고 가공을 최소화한 원료로 생산된 제품)이다. 한식 기반의 냉동간편식이 현지에서도 먹힐 수 있다는 게 CJ의 판단이다.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발맞춰 '포스트 차이나'로 부상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로의 진출도 여전히 활발하다. 롯데그룹의 행보가 특히 눈길을 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경영 복귀 후 첫 해외 출장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택했다. 지난 3일 하노이로 출국한 신 회장은 5박6일 일정으로 현지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롯데는 1990년대 베트남에 첫 진출한 이래 식품, 외식, 유통, 서비스, 건설 등 다양한 부문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롯데제과, 백화점, 마트, 지알에스, 자산개발, 호텔, 면세점 등이 진출해 있다.

한 유통가 관계자는 "기업들이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각종 규제와 모바일 시장의 성장으로 오프라인 업계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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