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는 카풀서비스에 '생존위협' 주장
-럭시, 풀러스 등 카풀업체, 올해 인수되거나 사업 부진해
-정부는 택시업계 반발에 뚜렷한 해결책 내놓지 못해...카카오모빌리티 연내출시 불투명

카카오 드라이버 이미지 사진. (사진=카카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차량공유 서비스, '카풀'을 둘러싼 택시업계와 IT업계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정부는 4차 산업ㆍ신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나섰지만 국회는 택시업계의 눈치를, 국토부는 국회의 법 처리만을 바라보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2018년 IT업계의 뜨거운 화두는 단연 '카풀' 업체들의 생존과 확장이었다. 지난 2014년 우버가 서울시를 중심으로 영업 확장에 나섰지만시의 규제와 기존 택시기사들의 반발에 결국 한국 철수를 결정한 이래로, 비슷한 논쟁이 매년 되풀이되어왔다. 갈등은 올해 더욱 첨예해졌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최근 두 차례 택시기사들의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둘러싼 전면 파업이었다.

우버를 비롯한 카풀 업체들의 특징은 운전자로 등록한 사람이면 누구나 택시와 비슷하게 사용자를 태워주고 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국내 택시 업계의 강력한 반발은 사실 불 보듯 뻔했다. 2014년 12월 우버엑스 서비스가 본격화되자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은 "해외대기업인 우버가 대한민국 법을 공개적으로 무시하고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는 사업용 자동차로 등록되지 않은 차량이 돈을 받고 운송을 해주는 행위를 금한다.

◆ '우버 규제' 피해간 카풀 업체들, 올해 줄줄이 위기 

우버를 가로막았던 근거였던 여객자동차법 81조에는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에는 자가용 차량으로도 유상 운송이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이 있다. 다시 말해 '카풀'의 경우에는 우버와 같은 방식도 허용될 수 있다는 것. 많은 신생 스타트업 업체들은 바로 이 지점에 주목했다. 이에 작년부터 국내에서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하나둘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2016년 5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풀러스'와 8월에 시작한 '럭시'가 대표적이다. 두 업체 모두 1년이 넘는 기간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럭시는 누적회원 수가 77만 명 정도라고 집계하고 있으며 풀러스는 누적 이용인원이 350만 명에 달한다.

풀러스 이용 화면. (사진=풀러스 홈페이지)
풀러스 이용 화면. (사진=풀러스 홈페이지)

하지만 이들의 사업모델에도 문제는 있었다. 현행법에 '출퇴근 때'라고만 되어있으므로 이용자가 직접 출퇴근 시간을 설정할 수 있게 한 것이었다. 이는 풀러스의 입지를 오히려 좁혔다. 택시업계가 다시 반발했고, 서울시는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결국 김태호 당시 풀러스 대표는 6월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풀러스는 직원 70%가량을 구조조정하기로 결정했다. '럭시'는 지난해 11월 카카오모빌리티에 인수되는 길을 택했다.

차차크리에이션은 렌터카와 대리운전 서비스를 결합해 규제를 피하려고 했다. 차차 기사회원은 평상시엔 장기 렌터카를 자유롭게 운전한다. 이용자의 콜을 받는 순간 차차 기사는 대리운전기사로 신분이 바뀐다. 승객은 렌터카의 임차인이 된다. 영업이 끝나면 승객은 렌터카를 반납한 게 되고, 기사는 그 렌터카를 다시 빌리는 형태다. 이를 바탕으로 6개월 만에 이용객이 3만5000명이 넘었지만 이 역시 올해 성장이 급속도로 위축됐다. 국토교통부가 "택시운송 행위와 다름없어 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카카오모빌리티도 카풀서비스 예고...택시업계는 거리로

정부와 서울시가 보수적 잣대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결국 28만 명이 종사하는 택시업계의 반발이 결정적이라는 분석이다. 택시업계가 요금이 저렴한 공유 서비스가 반가울리 없기 때문이다. 택시업계는 국회에서 예정됐던 카풀앱 논의를 위한 토론회 개최를 막았고 4차산업 위원회의 논의에도 불참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10월 카카오 티(T) 카풀’에서 활동할 운전자 모집에 나서면서 업계의 반발은 극에 달했다. ‘카카오 T 카풀’은 이동 방향이 비슷한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로 아직 출시되지는 않았지만 택시업계는 이에 즉각 반발, 급기야는 18일 24시간 파업을 강행했다. 같은 날 2시에는 서울 광화문에 모여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파업 참여 택시는 전국적으로 5~6만 대에 달했다.

택시업계가 22일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택시업계가 22일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11월 22일 택시업계는 한 차례 더 대규모 집회를 진행했다. '불법 카풀 여객법 즉각 개정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국회로 모였다. 현재 국회에는 카풀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여객자동차 운수법' 개정안 3건이 발의되어 있는 상태인데, 이 중에는 자가용으로 유상 운송하는 것을 예외적으로 허용한 예외 조항 삭제를 담은 개정안이 포함되어 있다. 개정안의 통과를 압박하는 집회로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은 승차 공유가 가능한 출퇴근 시간대를 오전 7~9시, 오후 6~8시로 제한하고, 토·일요일, 공휴일에는 카풀을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에 ‘여객자동차 운수법’에 막혀 제약을 받던 카풀 업체들도 최근 반격에 나섰다. 한때 서비스를 중단하고 경영난에 직면했던 ‘차차’와 ‘풀러스’는 새 대표를 선임하고 사업을 개편한다. 풀러스의 경우 오는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업 전략을 공유하며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논란의 시발점이 되었던 카카오모빌리티도 카풀 크루를 4만~5만 명 이상 확보하며 언제든지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카카오 T카풀앱 다운로드는 이미 100만건을 훨씬 넘어섰다.  

◆ 카카오모빌리티, 결국 연내 출시 어려울 듯 보여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준비 중인 카풀 서비스의 출시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연내 서비스개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전날 카풀 서비스 개시를 준비했다가 국회와 논의 끝에 이를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카풀 TF는 6일 오전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등과 만난 자리에서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제동을 걸었다. TF에 속한 국회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서비스 이용 시간을 제한해야 한다", "더 논의를 거쳐 내년에 출시해야 한다"는 등을 의견을 내놓으며 카카오모빌리티를 압박했다. 결국 이날 오후 서비스를 출시하려던 카카오모빌리티는 서비스를 전격 보류해야만 했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번에 내놓을 카카오 카풀은 이용 시간에 제한이 없는 대신 하루 2회로 카풀 이용·운행 횟수를 제한하고 있다. 운수법에서 말하는 '출퇴근 시간'이 구체적인 시간대를 정한 것이 아닌 만큼 현행 운수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점이 카카오모빌리티의 반복된 입장이다. 일부는 택시 업계·노조와의 갈등을 조정하려는 목적으로 나선 민주당 카풀TF가 사실상 민간기업의 합법적인 사업을 가로막은 것으로 비판하고 있다. 

결국 2018년 내내 논란은 뜨거웠지만, 실제로 카풀이 전면 금지될지, 부분적으로 허용될지 아직 알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올해는 카풀을 허용하는 방향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제재하자는 움직임이 더 빠르고 강하게 나타났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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