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내년에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지역
-무역분쟁 등 외부요인 영향 제한적...경제 펀더멘탈은 이전과 달라
-아시아 역내 무역도 증가할 전망...한국도 신남방정책 확대해야

파블로 로레즈-머피 IMF 아시아·태평양국 지역연구실장. (사진=KIEP)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내년에도 아시아가 세계경제를 선도하는 주역이 될 수 있을까?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는 지역인 아시아가 각종 글로벌 리스크로 인해 주춤하고 있는 세계 경제에 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IMF가 최근 열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와의 컨퍼런스에서 의미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파블로 로페즈-머피(Pablo LOPEZ-MURPHY) IMF 아시아·태평양국 지역연구실장은 아시아 지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은 각각 5.6%, 5.4%로 여타 지역에 비해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몇 년과 비교하여 큰 차이가 없는 수치다.

한국의 경우 올해 2.8%, 내년 2.6% 성장할 것으로 밝히며, 한국이 역내·외에서 활약해야 한다는 점에 이견이 없는 것이다.

◆ IMF "아시아에 무역전쟁 리스크는 제한적"...통화정책 등 변수 요인도

로레즈-머피 실장은 아시아 경제의 빠른 성장세를 언급하며, "아시아는 아직 소득격차와 관련해서는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세계 총 GDP의 30%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경제성장의 60%를 차지하는 점에 주목해아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33%)과 인도(15%)를 합치면 약 45%로, 중국과 인도가 세계 경제성장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는 수치다.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의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도 상존하기 마련이지만, 로레즈-머피 실장은 크게 우려할만 한 수준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래프1. (자료=IMF)

IMF의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 대부분 국가들의 2018년 인플레이션 수치가 인플레이션 추정치에 미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프1. 다이아몬드 모양이 인플레이션 추정치) 다만, 필리핀과 인도의 인플레이션 수치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인도의 경우 만성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해 올해내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관측되었으나 최근 유가 하락 덕에 석유수입 가격이 낮아졌고, 다시 인플레이션 압박이 한시적으로 가라앉은 상태다. 내년 경제 성장에 큰 리스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분명히 변수는 있다. 첫번째는 미 금리인상 등 양적완화 축소로 야기될 통화정책 정상화(Monetary Policy Normalization)이다. 자본 유출의 흐름을 보면 흐름은 명확해진다. 아시아 지역의 최근 몇 년간의 자본 흐름을 보았을 때, 2017년은 지역 전체로 놓고 보았을 때 최고 수치의 자본 유입이 발생했던 해였다. 작년 6월에는 약 900조 달러의 순자본유입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5월 미국 금리인상 이슈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이래, 월마다 큰 폭의 순자본유출이 발생했다. 10월까지 약 600조 가량의 자본이 아시아에서 기타 지역으로 빠져나갔다. 

주가 흐름도 이러한 논의를 뒷받침한다. 뉴질랜드 등 몇몇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국가들의 무역전쟁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 주가가 대체로 빠지는 흐름이다. 베트남의 경우 3윌 이후로 주가가 연초보다 평균 20%가량 빠지는 등 매우 부진한 모습이다. (그래프2의 왼쪽)

아시아 개별국가별 주가흐름과 10년만기 소버린채권(달러표시채권) 수익률 그래프2. (자료=IMF)

다음은 무역전쟁이 실질GDP에 미치는 영향을 표시한 그래프다. (그래프3) 녹색의 경우 수출입, 투자, 소비에 대한 영향을 의미한다. 노란색은 이로 인한 사기업의 투자 감소, 빨간색의 경우 이로 인한 파급효과를 의미한다. 무역전쟁의 당사국인 중국과 미국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예측되었다. 인도네시아와 인도의 경우 무역전쟁의 직접적인 영향은 받지 않으나 무역전쟁으로 인해 민간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관측되었다. 이들의 경우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듯 보인다.

그래프3. (자료=IMF)
그래프3. (자료=IMF)

◆ 아시아경제위기 때와는 달라...아시아 국가들 기초체력 단단해져

IMF 측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는 대체로 충분한 외환보유액,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등 대외 건전성이 양호하며, 재정여력도 충분한 상황이므로 이러한 위험요인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시아 각국의 외환보유고와 GDP 대비 경상수지 그래프4. (자료=IMF)

한국을 포함하여 아시아 전역에 금융위기가 몰아쳤던 1997년과 비교해, 현재 아시아 각국의 외환보유고는 97년과 비교해 국별로 약 20배씩 상승한 모양이다. (그래프4의 왼쪽) IMF 측은 "통화가치 상승폭은 차치하더라도, 대만, 홍콩, 한국 등은 외부 충격에 대처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인해 촉발될 수 있는 환율 전쟁에 대비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평가로 받아들여도 문제가 없을 듯 하다.

다만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GDP에서 경상수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사항이다. (그래프4의 오른쪽)하지만 이에 대해 현장의 한 전문가는 "한국이나 대만 같은 국가들이 국가 경제를 수출입에 의존해 오던 것이 어디 하루이틀인가"라며, "중국이 내수 중심으로 성장전략을 돌리고 있고 인도 역시 전통적으로 그렇다. 아시아 전반의 성장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각국의 정부부채와 10년만기 소버린채권 수익률 그래프5. (자료=IMF)

재정상태도 양호한 편이다. GDP 대비 정부 부채를 보면 문제가 심각한 일본이나, 싱가포르 정도를 제외하고는 아시아 내 선진국들의 부채비율은 아주 양호한 수준이다. (그래프5의 왼쪽) 개발도상국의 경우에도 스리랑카, 몽골, 인도의 부채비율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리랑카와 몽골 같은 경우 최근 무리한 인프라 사업으로 인한 국가 채무가 심각하다고 분석된다. 나머지 국가들의 경우 국가채무가 크게 우려될 사항은 아니며, 따라서 외부 충격으로 인한 연쇄 효과는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10년 만기 소버린채권의 경우에도 2013년과 비교해 스리랑카 정도를 제외하자면, 채권수익률이 대체로 하락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래프5의 오른쪽) 대부분의 국가가 4% 미만에 머물고 있다. 채권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전문가의 경우 "투자 자금이 선진국과 안전자산에서 신흥국 채권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듯 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각국의 채권수익률이 유동성 위기 등 투자자들이 신흥국 채권의 디폴트 리스크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선진국 중앙은행이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QE)를 시행한 약 10년이 지났지만 아시아 각국의 부채는 생각보다 양호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최근 움직임은 예외적인 현상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한국이 가야할 길은? 전문가들 "신남방정책에 힘 더 실어야"

그렇다면 이러한 환경에 맞선 한국의 대응은 어떠해야 할까?

많은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현재 그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는 '신남방정책'에 더욱 힘을 실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도 및 아세안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에 더욱 치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개발도상국의 성장잠재력만이 아세안 경제의 매력은 아니다. 한국이 아세안과 경제협력을 심화할 때 아세안의 다양성은 한국 입장에서 선택의 폭을 크게 넓힌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처럼 보다 노동집약적인 투자가 유망한 국가가 있는 반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처럼 한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4차 산업 혁명 등 경제의 최신 트렌드에 관해 협력하고 공동의 길을 모색할 수 있는 국가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처럼 상당한 공업, 제조업 기반을 바탕으로 한 국가들도 있다. 따라서 한국과 아세안의 경제협력은 아세안의 다양성으로 인해 매우 다채롭게 펼쳐질 수 있다.

현대정책연구원의 한 연구원도 "한국도 하루 빨리 잠재력이 과거에 비해서 떨어지는 중국 대신 새로운 경제적 대안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최근의 무역분쟁 이슈가 말해주고 있다. 경제적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방안으로, 아세안과 경제협력의 증대는 필요하고 그만큼 아세안은 한국의 경제적 미래에 더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IMF 역시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근의 대외 이슈들은 아세안 국가들의 역내 협력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로레즈-머피 실장 역시 "각국의 GDP에서 차지하는 수입의 비중을 보았을 때, 아시아 국가로부터의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현대아산연구원의 이재현 연구원 역시 "강대국 관계, 동북아 문제 등은 중요한 사안이지만 복잡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에 쉽지 않다. 그에 반해 신남방정책은 보다 적은 노력으로도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이, 전문가들의 중론은 한국이 아세안, 인도 등과 더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한국 외교·경제정책의 새로운 발판으로 삼아야한다는 데 수렴되고 있다. 무역전쟁, 남북·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급변하는 국제 환경에서, 신남방 정책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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