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물로 나온 롯데카드·손해보험, 누가 인수할까…기존 금융그룹 물망
- "최적의 인수자 찾아 고용안정과 처우보장 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
[데일리비즈온 이은지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금융사업에서 손을 뗀다. 롯데그룹이 금융 계열사인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를 매각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롯데는 지주사 체제 전환의 마무리 작업으로 금융 계열사를 반드시 매각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롯데지주를 설립한 데 따라 2년 이내에 롯데손해보험, 롯데카드 등 금융 계열사들을 정리해야 하는데, 이같은 매각 방침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로 풀려난 뒤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어 왔다.
롯데지주는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롯데는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한 끝에, 그룹 내 금융 계열사 중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외부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는 27일 롯데그룹의 카드 부문 매각 공식화와 관련해 "최적의 인수자를 찾아 고용안정과 처우보장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며 사내게시판의 CEO메시지를 통해 이같은 입장을 임직원들에 전달했다.
그는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지분 소유 금지조항에 따라 법적 규제를 준수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방향을 정하는 것이 롯데카드와 임직원을 위한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했다. 이어 외부 매각 절차가 매우 초기 단계로 아직 어떤 결론이 날지 판단하는 건 섣부르다면서도 향후 매각 진행 상황에 대해 임직원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이 공식적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오면서 누가 인수할지 관심이 크다. 시장에서는 롯데카드를 인수할 후보군으로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를 꼽고 있다. 최근 카드와 보험 경영여건이 좋지 않아서 비금융 기업은 인수 후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배경이다.
27일 카드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가장 큰 매력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 그룹 유통계열사 고객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사는 크게 은행계(신한·KB국민·하나·우리카드)와 기업계(삼성·현대·롯데카드)로 구분되는데, 롯데카드는 기업계 카드 중에서도 유통그룹 계열사여서 다른 카드사와 고객이 크게 겹치지 않는다.
특히 은행계 카드사가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새로운 고객군이 늘어나 시장점유율이 확대할 여지가 크다. 다만, 롯데지주가 롯데카드를 매각하면서 롯데그룹과의 제휴 관계를 명시적으로든 묵시적으로든 약속하지 않으면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과거 LG카드의 경우 신한금융그룹에 매각된 후에도 LG그룹 계열사로 있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현재 신한카드가 LG그룹과 사업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엘포인트(L.POINT)와 호환성도 관건이다. 롯데카드가 제삼자에 매각된 후 지금처럼 엘포인트를 쓸 수 없다면 롯데그룹과 제휴 관계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한편, 롯데손해보험은 직원 1690명, 101개 지점에 1342명의 모집인을 두고 지난해 원수보험료(매출액) 5793억 원을 올렸다. 시장점유율은 올해 3.1%로, 2008년 롯데그룹에 인수되고 나서 10년 넘게 3%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김현수 롯데손보 대표는 이날 임직원들에 보낸 글에서 "현재 외부 매각절차가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나, 매우 초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