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하파크로이트, 전분기 대비 큰 폭 영업익...현대상선과 대비
-현대상선, 2조 자금 수혈받고도 14분기 연속 적자...산은, 고심 깊어져

 

현대상선이 3분기 1231억 원 적자를 기록하며, 14분기 연속 적자를 갱신했다. (사진=현대상선)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현대상선의 부진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약 2조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며 회생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3분기 실적 역시 큰 규모의 적자를 기록해 많은 이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머스크, 하파크로이트 등 글로벌 해운사들의 때 아닌 호황과 맞물려 현대상선이 아예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현대상선은 올해 3분기 123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 들어 누적 적자만 4929억 원이다. 작년 연간 적자(4068억 원)를 3분기 만에 넘어섰다. 2015년 2분기부터 14분기 연속 적자다. 이 기간 누적 적자만 약 2조 원에 달한다. 이에 작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 현대상선에 2조 원가량을 지원해온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경영진 책임론까지 들고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상선 정상화를 위해서는 추가로 5조 원을 더 투입해야 할 상황”이라며 “현대상선도 구조조정을 포함한 고강도 자구계획안을 마련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게 채권단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글로벌 해운사는 때아닌 호황에 웃음을 감추질 못한다. 2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는 올해 3분기 해상운송 사업부문에서 73억2100만 달러(약 8조24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이익(EBITDA)은 9억2500만 달러(약 1조4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2%, 16% 늘어난 수치다. 업계에서는 머스크가 올해 초부터 해운·물류·항만 등 사업부문별 영업이익을 별도로 공개하지는 않지만, 전 분야에서의 이익이 늘어난 만큼 영업이익도 증가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독일 하파크로이트도 마찬가지다. 하파크로이트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2억5200만 달러(약 2800억 원), 1억3700만 달러(약 1500억 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2억 달러, 5300만 달러에 비해 각각 26%, 159% 급증한 것이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3500만 유로(약 450억 원)에 그쳤지만, 이번 분기들어 반등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한 분기 만에 상황이 급변한 것은 미·중 관세전쟁에 대비한 추가 수요가 증가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의 광군절 등 계절적 성수기가 맞물린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글로벌 해운사들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수송량을 큰 폭으로 늘린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해운업은 선복량(적재량)이 많을수록 운송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효율적인 선박 배치 및 운영이 가능해져 벙커 C유 상승에 따른 비용 증대분을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상선의 선복량은 41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한 개)로 세계 1위 머스크(401만TEU)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로 머스크는 3분기 호실적을 발표한 후 "독일 컨테이너선사인 함부르크수드를 인수하면서 매출 증대 효과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하파크로이트 역시 "중동선사인 UASC를 인수해 수송량이 늘어난 점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현대상선은 별 대책을 취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업계 안팎에서는 SM상선을 비롯한 국내 원양선사와 M&A, 협업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실제로 진행된 것은 없다. 반면 SM상선의 경우 올해 3분기 매출 성장세를 이어나가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상선 부진의 원인을 고유가에서 찾기도 한다. ​​​​​​갑작스러운 유가 급등에 악재가 겹쳤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선박연료용 벙커C유 가격은 지난 10월 t당 526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6% 오른 상황이다. 유류비는 해운사 매출원가의 30%를 차지한다. 하지만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고유가로 인해 원가 부담이 커진 것은 글로벌 해운사들 전체에 해당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현대상선이 적자를 지속한 것은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산은은 고강도 경영혁신을 주문하고 나섰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상선에 모럴해저드가 만연해 있고, 혁신 마인드도 실종됐다"며 "주말마다 실적 보고 체계를 구성해 한 달이 지나도록 개선되지 않으면 퇴출하겠다"라고 발언했다. 업계는 산업은행이 한진해운 대신 현대상선을 살리기로 결정한 뒤 막대한 자금을 퍼붓고 있는 상황에서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하자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풀이한다.

다만 현대상선이 자율협약을 시작한지 2년이 지나도록 실적을 회복하지 못한 것에 대해 대주주이면서 관리 책임을 맡은 산은 책임도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현 경영진을 뽑고, 외부 컨설팅을 받고, 회사를 관리해놓고 지금 와서 모든 책임을 현대상선 임직원에게만 전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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