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자신의 실력을 기를 수 있도록 무대를 더 넓게 펼치는 것이 좋다.

사진=Ⓒpixbay 이미지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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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후조 논설위원] 경쟁의 사전적 의미는 '같은 목적에 대해 이기려고 서로 겨루는 것'이고, 대개 '승리 혹은 우승을 위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여러 사람들이 치열하게 겨루는 것'을 의미한다.

스포츠에서는 경쟁이 길러야할 중요한 덕목이다. 유럽의 축구팀들 간의 경쟁적 게임에는 수많은 관중이 세계적으로 몰려든다. 스포츠 게임은 규칙이 있는 관리된 경쟁이라 재미도 있고 적당한 긴장감으로 스릴도 넘치고 승부욕으로 인해 게을러지지 않는다. 간혹 침대축구가 나오면 양쪽 편에서 야유를 받기 일쑤다.

경제학에서는 경쟁을 희소한 자원을 여러 사람에게 분배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본다. 완전경쟁은 없다고 하지만 자유 시장에서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나서 시장가격을 형성한다고 본다. 기술과 과학 분야 등에서는 여전히 세계 1등, 세계 최초를 강조한다.

국력이 여기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경쟁을 보면 기업들 간의 신제품을 향한 연구개발 경쟁은 시장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피눈물 나는 노력이다. 밀리지 않고 이기려는 심리 때문에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되고, 열심히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제품이 나온다.

물론 과열된 경쟁이 불러 오는 폐단도 있다. 먼저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구성원들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부정과 편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경쟁에 열중하다 보면 자신 주위에 있는 것들에 대해 무신경해진다. 감정에 휘말려서 싸우던 패배자는 좌절에 빠질 수 있다.

악의를 품고 수단을 가리지 않고 부정하게 이기는 사람들이 생길 수도 있다. 스포츠에서 비신사적인 반칙도 보이고, 기업 간 경쟁은 환경오염, 노동착취, 도산과 합병 등으로 귀결될 수 있다. 경쟁하는 당사자 외에도 어부지리로 제3자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타인 간의 경쟁을 부추기기도 한다.

학교에서도 경쟁을 통해 일부 학생이 성장하기도 하지만 더 많은 학생이 실망한다. 그래서 오늘날 교육에서는 경쟁보다 점점 협력, 협조, 협동을 더 강조하는 추세이다. 심지어 경쟁을 나쁜 것으로 여겨 아예 ‘초식’인간을 기르는 듯하다.

교육적으로는 외적 경쟁보다 내적 경쟁, 자기 자신과의 싸움, 극기克己를 아주 중요하게 본다. 무엇을 하려는 동기도 외적 보상보다 내적 동기를 더 귀하게 여긴다. 일일신 우일신(日日新 又日新),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지속적 성장을 강조한다. 실제로 각 분야의 최고 인재들은 다른 사람과 견주기보다 자기 자신과 싸운다.

초중고교생들에게는 사교육 유발, 대학입시의 과열경쟁을 우려하여 좀처럼 대외적인 경쟁을 격려하지도 않고 일부러 막는다. 그래서 고교에서는 교내경시대회 성적만 학교생활기록부에 적고, 교외에서 거둔 각종 성적은 적지 말도록 한다. 결과적으로 교내의 각종 경시대회는 늘어났고, 참여 학생의 20~60%까지 상을 받도록 규정되어 있다.

참가자가 거의 다 상을 받을 수 있으니, 상을 받고도 머쓱하고 뿌듯하다고도 할 수 없다. 고등학생들은 세계화시대임에도 내신과 수능을 중심으로 우물 안 개구리로 길러지는 셈이다.

무한 경쟁, 무작정 경쟁이 가져오는 폐해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자신의 기량을 펼칠 기회를 막는 것은 비교육적이다. 특히 고교생들을 교내에 가두지 말자. 고등학생이면 심신이 한창 자랄 나이다. 가장 왕성한 기억력과 체력, 열정과 순수한 도덕적 정의감이 충만할 때이다.

이런 청소년들에게는 교내가 아니라 시도, 전국, 세계 수준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한껏 뽐낼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 그나마 예술 콩쿠르, 체육대회, 기능올림픽, 수학 과학 올림피아드 등이 세계를 무대로 진행된다. 더 많은 분야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실력을 기를 수 있도록 무대를 더 넓게 펼치는 것이 좋다.

각자 자신의 소질과 적성대로 기량을 뽐낼 수 있도록 각 분야마다 시도와 전국 단위 대회를 활발히 열어야 할 것이다. 각종 영리단체에서 잇속을 챙기려고 대회를 열고 상을 주는 부작용이 있다면 교육지원청이나 교육청 혹은 교육부를 비롯하여 각 부처에서 주관하여 청소년들이 기량을 펼칠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다.

누구나 가장 좋아하는 분야가 있다. 그것들을 격려하는 마당을 정부, 지자체, 공익단체가 공식적으로 열어주는 것은 바람직하다. 각 분야에서 학생들이 자기 개발과 도전과 극복을 위한 자극제로서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소질과 적성을 개발해주는 교육적 경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필자 :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한국교육과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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