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연중 최대 글로벌 쇼핑시즌이 임박했다.

중국 광군제(11월 11일)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11월 넷째 주 금요일)가 이어지면서 가성비 높은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11일 하루간 열린 광군제를 맞아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 거래규모는 우리 돈으로 약 35조 원을 기록, 지난해 기록인 27조 원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중국인들의 해외 직접 구매도 활발한 가운데 한국은 일본, 미국에 이어 3위를 기록하면서 작년보다 두 계단 뛰어올랐다. 신세계, 롯데 등 국내 기업들도 이에 지지않고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해 해외 직구를 노리는 국내 소비자들의 맘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 올해 광군제, 역대 최대 매출 또 갈아치워...무역전쟁 무색

독신자들의 쇼핑할인 행사로 출발했던 광군제(光棍節 싱글데이·11월 11일)의 하루 거래규모가 사상최대치인 2135억 위안(약 35조 원)을 기록하며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 경기 한파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올해 광군제 거래규모는 매 시점별로 연거푸 지난해 판매 실적을 경신하며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거래 개시 2시간도 안돼 1000억 위안을 달성 후 자정에 다가서며 2000억 위안을 돌파, 마감시간에 2135억 위안이라는 최종 성적표를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거래규모(1682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27조 원)보다 27% 증가한 수치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하강 조짐에도 중국 소비자들은 올해 광군제를 맞아 ‘광클릭’을 하며 식지 않은 구매 열기를 보여줬다. 시장조사기관 중국전자상거래연구센터(中國電子商務研究中心)에 따르면, 알리바바 톈마오의 판매액에다 핀둬둬(拼多多) ,쑤닝(蘇寧)등 기타 쇼핑몰의 실적을 합할 경우 광군제 당일 소비금액은 약 3550억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 대비 40% 넘게 증가한 수치다.

올해 광군제 소비의 주력군은 전체 구매액의 40%를 넘게 쓸어담은 90허우(90년대 출생자)로 나타났다. 한 시장 전문가는 “20대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왕훙(網紅)제품’에 열광하며 유행에 민감한 특징을 보여준다”며 “신세대 소비자들은 고품질 제품을 선호하며 중국의 소비 고급화를 주도하는 계층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알리바바가 광군제 행사가 진행된 11일 24시간 동안의 매출액을 집게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광군제 구매열풍 속 한국산 제품은 해외직구 3위 복귀

이 날 알리바바에서 물류 거래 주문은 10억4200만 건에 달해 역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하루 '10억건 주문 시대'를 맞이한 셈이다.

알리바바와 협력 물류 업체들은 이날부터 주문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배송 전쟁'에 들어갔다. 작년 주문량 이맘때의 주문량은 약 8억1200만 건인데, 약 2억 건 이상 증가한 수치다. 알리바바는 폭증하는 물류랑 처리를 위해 최근 무인 로봇 700대가 투입된 첨단 물류센터를 장쑤성 우시(無錫)시에 열었다. 애플, 메이디, 하이얼, 샤오미, 아디다스 등 237개 브랜드가 전날 하루 1억 개 이상의 물건을 팔았다.

이 가운데 중국인들의 해외 직접 구매 순위에서 한국은 일본, 미국에 이어 3위를 기록하면서 작년보다 두 계단 뛰어올랐다. 해외 직구 형태 외에도 아모레퍼시식 화장품, 이랜드 의류, 인삼 제품 등 인기 제품을 중심으로 알리바바 중국 판매 채널에 입점한 한국 업체들도 평소 대비 높은 판매 실적을 올렸다.

한국은 2016년 3위를 차지했지만 작년에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여파로 5위로 밀려난 바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제 사드여파를 완전히 벗어난 것이라고 보아도 되지 않겠느냐"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인기품목인 화장품이나 의류를 중심으로 중국발 직구 열풍이 다시 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 국내 유통기업들, '우리도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만든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중국의 광군제 등 국제적 대규모 할인행사에 쏠린 국내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국내 기업들도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선포하고 나섰다.

창고형 할인점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12일부터 3주간 트레이더스 ‘블랙위크’ 행사를 열어, 1주일에 30개씩 90개 품목을 파격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유통기업 라이벌인 이마트와 롯데도 대규모 할인행사를 준비했다. 이마트는 오는 28일까지 4주간 2000 여 품목, 3000억 원 규모의 물량을 준비했다. 품목의 수량과 종류를 고려했을 때는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롯데쇼핑도 롯데마트를 중심으로 신선식품을 파격가에 선보일 계획이다. 실제로, 11월 초부터 국내 온라인 업체들이 진행한 할인행사도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11월 세일 행사를 처음 도입한 11번가는 단 몇 분만에 완판 행진을 이어가는 등 목표치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위메프가 1일부터 8일까지 진행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서는 지난해 대비 거래액이 87% 올랐고, 같은 기간 G마켓과 옥션의 ‘빅스마일데이’ 행사 역시 40% 이상 매출이 늘었다.

다만 일부 업체는 지나치게 적은 물량의 품목을 ‘미끼상품’으로 활용하면서 눈총을 받기도 했다. 소비자 참여를 늘리려면 유통업체 중심에서 제조사 중심으로 공급주체를 변경해 할인폭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아쉬움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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