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자율주행버스 탑승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뗀 채 자율주행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자율주행버스는 지난 9일 진행된 시범운행에서 장기 주차장 순환도로 구간 약 2.2㎞를 시속 30㎞로 주행했다. 앞서 KT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달 스마트공항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자율주행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사진=인천국제공항공사)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최근 정부는 ICT융합 대표적인 신사업인 자율주행차 분야에 대한 규제 혁신을 검토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정현안를 점검하며 ‘자율주행차 분야 선제적 규제혁파 로드맵’ 구축안을 논의했다. 현행 법령이 차량 운행과 관련한 각종 의무와 책임 주체를 사람에 국한하고 있는 것을 시대 흐름에 맞게 구체적으로 손질하겠다는 의미다. 자율주행 중 보행자의 영상정보 및 사물의 위치 정보 수집에 관한 규제 법령을 간소화하는 방안도 제기되었다.  

하지만 자율주행 사업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5G 통신기술이 필수적이다. 자율주행차가 주변환경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인식하고 처리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CT융합의 중심축인 통신업계도 최근 자율주행차와 관련한 기술을 개발, 시연행사를 여는 등 관련사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간 통신사들은 정부로부터 자율주행차를 임시 운행할 수 있는 허가를 취득하고 관련 연구에 박차를 가해 왔다. 이에 KT는 지난해 자율주행버스에 대한 임시면허를 국내 최초로 취득했으며, SK텔레콤도 지난달 경차에 대한 자율주행 임시면허를 취득했다. '5G 시대'를 목전에 둔 현재, 이동통신 업계가 최근 개발·시연하는 자율주행 기술은 활용 분야가 각각 달라 ‘3사3색’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KT의 경우, 인천국제공항에서 국토교통부와 인천공항공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시연했다고 11일 밝혔다. KT에 따르면 자율주행 버스는 앞차와의 신호 교차로를 자동으로 인식해 속도를 조절하고, 장애물을 피해 차선을 변경하는 등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2.2㎞ 구간을 안정적으로 주행했다. 자율주행은 5G의 대표적인 융복합 기술인 만큼 KT 역시 다른 업체들처럼 모든 형태의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고 있지만, 특히 버스나 대형 승합차에 기술을 적용해 시연하고 있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조직위로부터 선수촌과 호텔, 경기장 사이 일부 구간을 할당 받아 5G 커넥티드 버스를 운행하며 자율주행 기술을 함께 선보였다. 

KT가 이렇게 ‘큰 차’로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이는 건 활발한 B2B(기업 간 거래) 때문이기도 하다. 평창동계올림픽 시설과 인천국제공항은 모두 한 번에 많은 사람을 태우는 버스 형태의 교통수단이 주로 필요한 곳이다. KT 관계자는 “버스라는 큰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시연의 시각적 효과도 크다”고 부연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소비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자가용 형태의 자율주행 기술을 많이 선보이고 있다. 아직 사업화는 되지 않았지만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에 더 발빠르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최근엔 차량공유 앱 쏘카와 함께 스마트폰으로 호출하면 공유 차량이 자율주행으로 고객의 앞까지 오는 서비스 시연에 성공했다. 교통안전공단과 함께 경기 화성 자동차안전연구원 K시티에 5G 인프라를 갖춰 놓고 경차부터 승합차까지 모든 크기의 승용차에 기술을 적용해 자율주행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7일에는 경기도 시흥시 배곧생명공원 인근 도로에서 시연 행사를 치렀다. 해당 행사에는 SK텔레콤이 서울대 · 연세대 등과 공동 개발한 자율주행차 총 5대가 쓰였으며, SK텔레콤, 시흥시, 쏘카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모집한 일반인 100명이 참석했다. 이날 체험에 참여한 이수민 씨는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호출하니 아무도 운전하지 않은 차가 내 앞으로 다가오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며 "원하는 장소에서 탑승하고, 주차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편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LG유플러스는 한양대 연구진과 자율주행 관련 연구과제를 발굴하는 단계다. 최근엔 LS엠트론과 자율주행 트랙터 개발 업무협약을 맺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도 "최근 이통3사의 유무선 사업이 지지부진하다보니, 자율주행기술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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