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싱가포르서 기자회견 열고 아시아시장 공략 계획 밝혀
-한국판 좀비 스릴러물 '킹덤' 많은 화제 낳기도
-넷플릭스, 아시아 시장서 부진...한국 발판삼아 아시아 진출 계획

8일 오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 왓츠 넥스트: 아시아’(Netflix See What’s Next: Asia) 행사에서 넷플릭스 창업자이자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넷플릭스가 8일 아시아 지역에서 첫 대규모 행사를 가졌다. 넷플릭스는 이틀간 아시아 언론과 기업을 상대로 향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오리지널 작품들을 소개했다. 아태 지역 11개국에서 300여 명의 기자들이 행사에 참여했으며, 미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로빈 라이트, <나르코스>의 디에고 루나 등 세계적 배우들도 싱가포르를 찾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관심을 끈 것은 다름아닌 한국 드라마다.

바로 조선판 좀비 스릴러물로 일찍부터 많은 주목을 받은 <킹덤>이다. tvN드라마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의 신작이자 배두나, 주지훈, 류승룡, 허준호 등이 출연했다. <킹덤>은 조선판 좀비 스릴러물로, 이번 행사에서 별도의 상영회를 여는 등 큰 기대를 모았다. 이 날 총 6편으로 구성된 <킹덤>의 1·2부가 공개하기도 했는데, 호평 일색이라는 평가다. 넷플릭스 경영진들도 무척 만족했다는 평가인데, 벌써부터 시즌2 작업에 착수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은 “<킹덤>은 저희가 먼저 작가에게 협업을 제안한 경우로, 김은희 작가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냐’고 물었다”며 “김은희 작가가 들고 온 시나리오를 보고 이 작품은 전통적인 시스템에선 만들 수 없는 콘텐츠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는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웹툰도 많다”며 “<좋아하면 울리는>은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 아시아, 스트리밍 격전지...넷플릭스도 고전 면치 못해

넷플릭스는 2007년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190개국 회원수 1억3700만 명을 넘어선 콘텐츠 시장의 '공룡'이다. 아시아는 2015년 9월 일본을 시작으로, 한국은 2016년 론칭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립자 겸 대표는 이날 설명회에서 “각국의 콘텐츠 라이선스 과정을 거쳐 2016년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190개국 소비자들에게 넷플릭스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업계는 넷플릭스가 아시아를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아시아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의 격전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이어 2014년 미국 케이블 HBO가 내놓은 HBO NOW, 내년 연말 선보일 디즈니 플레이 등 앞다투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 여기에 미국 2위 통신사 AT&T도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아시아 시장 진출은 불가피하다. 넷플릭스의 점유율도 미국(48%), 유럽(45%)에 견줘, 아시아 지역은 아직 9% 정도에 머물고 있다.

캐나다의 유력 정보 매체인 FLIXED의 경우 7월 "넷플릭스는 현재까지 아시아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넷플릭스가 아시아 전체 콘텐츠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고작 1.3% 정도"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가 '거대 시장' 아시아에 매달리는 이유로도 설명할 수 있다. 블룸버그·포브스 등도 넷플릭스가 아시아에서는 늘 쉽지 않을 것임을 강조해 왔다. 넷플릭스를 규제한 중국을 제외하고는, 가장 큰 시장인 인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엄청난 인구 수와 IT 강국이라는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인구가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FLIXED는 넷플릭스의 가장 큰 문제점을 "로컬 컨텐츠가 부족하다"는 점으로 꼽는다. 애초에 한국 사람들을 포함하여, 아시아 인구의 대부분과는 문화권도 다를 뿐더러,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로컬 영화나 TV 프로그램에 훨씬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넷플릭스도 한국 오리지널 컨텐츠인 영화 <옥자>를 제작하기도 했지만 반응은 관계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동남아시아의 HOOQ와 iFLIX, 그리고 인도의 Hotstar 같은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하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 넷플릭스 "한국, 아시아 콘텐츠의 거점, 한국부터 노린다"

이에 넷플릭스는 최근 방향을 바꿔, 한국 시장에 유독 집중하고 있다. 아이돌이나 드라마, 게임 등이 아시아 전역에 미치는 한류의 영향력에 주목한 것이다. 행사 전날 넷플릭스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아시아 콘텐츠의 거점”이라고 강조하면서 “아시아에서 한국의 콘텐츠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인지하고 한류를 전세계로 전파할 수 있는 허브로서 한국 전담팀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 날 상영되었던 <킹덤>의 경우에도 한국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일본, 동남아 각국의 기자들이 몰려들어 한국 콘텐츠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넷플릭스의 기대작 <킹덤>의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는 국내 월별 이용자수가 주춤하기 시작하자, 한국 자체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공격적으로 제작하며 한국 공략에 나섰다. 한국에 진출한 이후 투입된 제작 비용만 1500억 원으로 추정된다. 2017년 영화 <옥자>를 시작으로, 2018년 <범인은 바로 너> <유병재의 스탠드업 코미디 비(B)의 농담> <와이지 전자> <라바 아일랜드>를 서비스했다. 현재까지의 반응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향후 <킹덤> <범인은 바로 너 시즌2> <좋아하면 울리는> 등 드라마와 예능을 넘나드는 기대작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국내의 콘텐츠 관계자들은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한편, 제작자들 입장에서는 절호의 기회다. 급성장하는 넷플릭스의 파급력은 할리우드를 위협할 정도다.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비롯해 넷플릭스 제작 콘텐츠는 ‘에미상’에서 총 23개 부문을 수상하며 역대 17개를 받은 HBO의 아성을 깼다. <킹덤>의 김은희 작가 역시 “넷플릭스와 만나 훨씬 자유롭게 창작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킹덤> 회당 제작비는 15억~20억 원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일하는 것은 제작자로서 꿈과 같은 일"이라며,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지급받는 데 이어 제작 과정에서 경영진이 간섭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이런 직장이 어디 있겠나"고 반문한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막대한 투자비로 독점 계약을 하면서 국내 콘텐츠 수급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방송협회는 지난 5월 성명서를 내어 “국내 콘텐츠 제작산업은 넷플릭스의 생산 하청기지로 전락하고, 한류의 해외 확산 기회를 해외 거대 콘텐츠 사업자가 빼앗아 가도록 내버려둬선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외국에서도 디즈니가 넷플릭스에 콘텐츠 제공을 중단하고 자체 온라인 유통 통로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미국, 유럽 등의 국가에서도 넷플릭스 견제 움직임도 시작되고 있어 국내 컨텐츠 관련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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