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유경제, 시대의 대세로...박지순 고려대 교수, "노동법이 시대의 변화 따라가지 못해" 지적
- 서구권에서는 크라우드워커의 근로자성을 빠르게 인정...한국에서는 지지부진
- 취업자별 노동법의 다층화 제기되기도

경기도는 2일 오전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2018 공유경제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사진=경기도)
경기도는 지난 2일 오전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2018 공유경제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사진=경기도)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저성장과 내수경제 및 노동시장의 침체가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학적 문제들의 해결책으로 최근 플랫폼 기반의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관심을 받는다.

공유경제에 주목하는 전문가들은 미래 경제활동의 패러다임으로 공유경제를 규정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늘 “기술의 발달로 인해 등장한 공유경제 플랫폼을 통해 기존 소유의 시대에서 사용의 시대로 전환됐다"고 주장하곤 한다.

에어비앤비나 카풀서비스 등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한 경제활동의 확산은 오늘날의 현실이기도 한다. 이는 노동시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동반한다. 특히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주목한다. 가령 중국에서 우버를 몰아내고 대표적인 차량공유 기업으로 발돋움한 ‘디디추싱’의 경우, 2016년 한 해 동안 약 17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아울러, 약 14%에 해당하는 238만4000개의 일자리는 석탄, 철강 등 중국 정부에 의해 구조조정된 사양산업 종사자들에게 돌아갔다.

반면 현재 한국에서는 제도적인 문제로 자가용 승용차를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는 없다. 얼마 전에는 카풀 서비스 도입을 놓고 카카오와 택시업계 측이 크게 충돌하기도 했다. 카풀 서비스를 찬성하는 측은 "각종 규제를 철폐해야 민간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한다.

실제로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일 경기도에서 열린 국제포럼에서 "공유경제와 관련된 산업을 규율하는 법적 규제는 여전히 전통적 규제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공유경제의 활성화는 법제적으로도,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관련 일자리도 크라우드워크(Crowdwork), 긱워크(Gigwork) 방식의 취업형태에 집중되고 있다. 현행 노동법이나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제도의 변화가 현실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했다고도 볼 수 있다. 박지순 교수는 이를 "노동법의 미래가 달린 일"이라고 설명한다. 공유경제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새로운 취업형태의 등장, 법적 쟁점으로 대두

박 교수는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중개형과 계약형으로 나뉜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다양한 규율내용을 가지고 있어 어느 한 유형으로 귀속시키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독립적인 경제적 활동자'라고 규명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근로자로서의 성격보다 자영업자로서의 성격이 더 강하다는 설명이다. 

물론 1인 자영업자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디지털화 이전에도 분명 존재하는 개념이었지만, 문제는 늘 그들이 노동법 적용대상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몇몇 전문가들도 이들이 최저임금, 해고보호, 단체협약에서 제외되고 상당수가 경제적으로 저소득계층에 편입되는 점을 지적한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개념도 있지만, 그 범위 역시 제한적이고 보호 내용도 산재보험 적용으로 제한적인 편이다.

반면, 우리 노동시장에서 전체 자영업자 규모는 약 570만 명으로 전체의 약 21%에 이른다. 이 가운데 디지털 관련 1인 자영업자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독일의 경우 디지털 관련 1인 자영업자 수가 최근 10년 간 32% 증가하기도 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2016년에 있었던 영국 런던의 고용순회재판소의 판결은 더욱 눈에 띈다. 런던 고용순회재판소는 2016년 10월28일 2명의 우버 운전자가 우버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원고들은 우버의 피용인 신분이며, 따라서 유급 휴가와 병가, 최저 임금을 보장받을 자격이 있다"고 판결했다. 우버는 지금까지 자사 운전자들은 개인 사업자라고 주장하며 근로자성을 부정해 온 바 있다. 이에 우버 측은 현재까지 각국에서 영업비용이 급증할 것을 우려해 운전자를 피용인으로 인정하는 데 극렬 저항해오고 있다.

우버 측이 내세우는 논리는 자신들은 '운수업체'가 아닌 '기술업체'로서 앱을 개발한 것이며, 따라서 운전자들에 대하여 고용계약을 채결한 사용자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비슷한 논쟁에 대해, 당시 캘리포니아 주 법원은 "우버의 주된 사업은 차량을 통한 사람의 운송이다. 기업의 생존이 앱을 이용하는 운전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지배권 여부를 통해 근로자성을 판단해야 한다"며, 우버 운전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바 있다. 2017년에는 크라우드워킹 플랫폼인 크라우드플라워의 이용자들이 해당 기업을 상대로 낸 최저임금법 위반 등의 소송에 대해서도, 결국 실제임금과 최저임금의 차액을 사측에서 지급하는 것으로 결론난 바 있다.

따라서 영국이나 미국법원의 근로자성 판단 기준은 당사자가 기업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배권을 가지고 있느냐, 혹은 경제적 판단기준을 기초로 삼는다. 독일 역시 사회보장 제도를 수립하는 데 있어 플랫폼 워커의 독립사업자성을 전제한다.

독일에서는 현재 노후연금 의무 가입 제도를 도입 검토 중에 있는데, 이 경우 자영업자에게 보험료를 지원하거나 최저 보험료를 부과하는 안 등을 고려 중에 있다. 크라우드워커 등에게 보수 규정과 휴가수당 등을 지원하는 법안 등도 검토 중이다. 한 전문가는 이에 대해 "이는 장기적 복지재정의 일환이자, 복지국가의 미래 방향을 살펴보는 데 있어서 훌륭한 시사점을 제공해준다"고 평가했다.

◆ 한국 자영업자의 법적 지위, 이들의 보호 방안은?

반면 한국에서 공유경제에 종사하는 자영업자의 법적 지위는 다소 애매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한국에서의 크라우드워커는 인터넷을 매개로 거래를 행하는 취업자로서, 통상 플랫폼사업자나 업무위탁자에 대해 '사용종속관계'가 없으므로 근로자성을 불인정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의 상당수가 불안정 저소득 취업자임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업계 사람들은 이에 더욱 애가 탄다. "공유경제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양산한다"는 비판에 대응하기가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들에게 노동법적 보호나 그에 상응하는 보호수단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근로자 개념을 변경해야 할까? 아니면 경제적 종속성만으로도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을까? 여러 모로 쉽지 않은 문제이다.

판례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의 기준이 되는 사용종속성은 "지휘명령 정도가 근로자성을 인정할 정도로 상당해야 함"을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이들은 근무시간 및 장소가 여타 직종보다 지정, 관리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불리한 점을 안는다. 다른 전문가 역시 "계약 등 경제적 종속성에 관련된 요소 역시 근로계약의 유형을 결정하는 특유한 법적 기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혀 근로자성 기준 확대에 난항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배달원이 업무시간과 환경의 상대적 자유로움을 근거로 한국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판례가 대표적이다. 이에 박 교수는 "법원은 여러 징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 것"이라며, "경제적 종속성 요소는 보충적으로만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디지털 기술 발전과 노동법의 미래' 포럼에서도 배달원의 근로자성 인정 문제는 뜨거운 화제가 된 바 있다. (사진=서울대학교 노동법 연구회)

박제성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법인사업에 종속된 근로자는 근로시간 동안 특정된 근로장소에서만 종속노동을 제공하면 되지만, 디지털 네트워크에서 시공간이 특정되지 않은 채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는 항시적인 종속상태에 놓이게 된다"며 "업무시간이나 근무장소가 별도로 정해지지 않았다는 사정은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지털 플랫폼에서 일하는 음식배달대행기사는 종속성이 없는 상태에서 자유롭게 영업을 하는 자영업자가 아니라 법인사업의 종속성과는 특징이 다른 종속성 속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라며 "비전속형 비임금근로자의 사례는 디지털 네트워크 사업 모형에서 일반적인 모습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판례 법리는 종속성의 변화를 포착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디지털 자영업자를 위한 새로운 사회정책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사회보장제도의 출범 아래 매우 소수의 자영업자들만이 공식적으로 사회안정망 체계에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근로자들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제도들이 도입될 필요도 있다. 가령, 독일에는 독립 예술가들을 위한 사회보험이 존재한다. 90년대 오스트리아에는 피용자를 두지 않은 1인 자영업자를 의무적으로 사회보험에 통합했다. 이 전략은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법적 지위의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한국에서도 통상적으로 크라우드워커는 1인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만큼, 이 같은 방안은 상대적으로 쉽게 도입할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근본적인 법적 쟁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노동자들의 근로자성을 확대하는 문제는 업계 내부에서도 개념과 그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이견이 크다.

박 교수는 다시 "현재의 한국 노동법 시스템은 일자리를 '제한적이고 불변의 업무분야'에서 같은 사용자에게 지속적인 업무를 제공하며 위계질서에 의한 종속적 구조로 인식한다"며, "종전의 종속노동이 완전히 소멸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새롭게 등장하는 디지털일자리는 과거 일자리와 분명히 차별화되고 있다는 점은 주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 프로젝트에 따른 서로 다른 업무영역, 취업능력 형태의 안정성, 조직 내의 자율적, 다자적 구조 등이 대표적이다.

박 교수의 주장은 명쾌하다. 근로자를 위한 노동법을 취업자를 위한 법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분야의 경계를 넘어 기존 노동법, 민법, 경제법을 포괄한 새로운 입법이 요구된다. 박 교수와 마찬가지로 한국법제연구원 역시 최근 다양한 보호필요성을 반영한 단계적 보호입법을 제기한 바 있다. 공유경제가 법조계의 관심을 모으는 이 때, 사각지대에 놓인 공유경제의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토의는 오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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