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씨는 은행 창구에서 내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상담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직급은 대리이며 입사경력은 10년 정도이며 여성이다.

은행상품, 펀드, 대출 등 은행에서 취급하는 다양한 상품소개는 물론 각종 서비스를 지원하는 일이 그녀의 주 업무다.

그러다 보니 그를 찾는 다양한 고객들이 있다. 심지어 고객들 중에서는 상담 도중 자신의 신세타령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경우에는 매우 난감하긴 하다. 그렇다고 고객이 이야기할 때 그 이야기를 중간에서 끊을 수도 없다. 오죽하면 자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까 하는 마음으로 들을 때도 있긴 하다.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면 여지없이 뒷통수가 따갑다는 느낌을 받는다. 뒤에서 자신에게 레이저를 강렬하게 쏘고 있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헛기침 등으로 신호가 온다. '뭐하고 있는 거야? 빨리 보내~'라는 메시지다. 그럴 때면 J씨는 자신도 모르게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또 오늘 일과 끝날 즈음에 그에게 한 소리 들어야 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뒤에서 J씨에게 레이저를 쏘는 사람은 그 지점의 지점장인 K씨다. 그는 J씨 뿐만 아니라 지점 중 소위 돈되는 일이 아닌 일로 시간보내는 직원들에게 여지없이 한 소리 한다. 은행 직원으로 일하면 회사 이익에 기여해야 한다고 귀가 따갑도록 이야기하며, 빠릿빠릿하지 못하고 굼뜨게 행동하거나 J씨와 같이 성격이 물러터져 고객에게 끌려 다닌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겐 그의 눈매만큼이나 날카로운 레이저를 쏘아 댄다. 이미 여러 차례 K씨에게 심한 이야기를 들었던 J씨는 갑자기 마음이 급해지다가 목소리 톤이 낮아지고 우울해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직장에 보면 유난히 자신과 맞지 않아 부담스러운 상사가 있거나 눈에 아주 거슬리는 후배사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도대체 저 상사는 뭐가 그리 못마땅한 건지 알 수 없으며, 반대로 저 직원은 회사에 나오면 일을 제대로 해야지 무슨 생각으로 회사에 나오는지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상사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 서로간 불만이 생기고 갈등이 생길 여지가 충분히 있을 것입니다. 

특히 K씨가 자신의 시각으로 볼 때 J씨는 '물러터졌다'라고 보일 것이며, 반대로 J씨는 K씨를 '냉혈인간'으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자신보다 직급이 높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사고과를 쥐고 있기에 K씨를 대해야 하는 J씨 입장에서는 대단히 난감할 것입니다. 고객과 K씨 사이에 끼어서 눈치 보게 되기에 소신있게 일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루가 끝나면 일이 어려워서 라기보다 뒤에서 쏘아 대는 레이저로 인해 파김치가 되는 느낌일 것입니다. 

도대체 왜 이럴까요?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보통 사람을 살필 때 가장 기본적으로 짚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그 사람의 기질성향입니다. 기질성향이란 비교적 마음의 균형이 좋은 상태이거나 집중을 잘할 때 드러나는 것으로서 천성적인 특성을 말합니다. 좀 더 부연하면 마음이 움직이는 어떤 패턴으로서 자신의 고유 특성에 따라 자신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마음이 움직임을 의미합니다. 

위의 경우 J씨와 K씨 각자 자신의 기질성향을 가지고 있으므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활동하는 가운데 이 성향들이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위의 글에서 보면 J씨는 타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성향을 타고난 것 같습니다. 즉 수용적인 특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이며 내향적이면서도 정서성향을 좀 더 많이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향성향이 높다는 뜻은 사람을 매일 만나는 일보다는 좀 더 정적인 분위기에서 일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계속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한다면 일과 후에는 혼자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므로 심리적 에너지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뜻이 됩니다. 왜냐하면 내향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인 내부세계에서 심리적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J씨는 쉴 틈없이 사람을 만나고 상담하는 일이 성향상 힘겨울 수 있는데 여기에다가 K씨로 인해 심리적 에너지가 더욱 소진되므로 안타깝게도 그는 자칫 무기력한 상황으로 빠질 가능성이 보입니다. 게다가 퇴근 후 집에서도 정신과 육체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 그런 현상이 더 빨리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반면에 K씨는 위의 글을 볼 때 대단히 섬세하면서도 주도적이면서 결과추구를 하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원래 성향파악과 관련하여 섬세하다는 것은 다양한 특성들을 포함하고 있는데 특히 K씨의 경우는 완벽주의적 특성이 높아 보입니다. 주도적인 특성이 있다는 것은 리더십이 있다는 것으로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제시하고 또한 실제 그것을 잘 이룰 수 있도록 이끌어 가므로 높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섬세함과 주도성이 높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성향은 바로 '사고형'입니다. 사고형이 높은 사람은 객관적이면서 분석적인 방법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타인의 비합리적인 것과 약점, 단점들을 기가 막히게 잘 찾아내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옳고 그름, 이익과 손해에 대해 판단과 셈이 빠릅니다. 

K씨의 경우 사고성향이 높아 조직의 수익성에 관심이 높으면서, 조직원들이 이와 관련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할 것입니다. 특히 주도적이기에 자신의 부하직원들을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이끌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그의 성향 중에는 결과추구성향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성향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스타일로서 전진할 때에는 앞 뒤 옆을 두루 살필기 보다는 앞만 보고 전진하는 경향이 좀 더 높습니다. 그러므로 같은 사고형의 사람들 중에도 좀더 목표지향의 면모를 많이 보이기에 높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숲을 보기보다는 나무를 보는 것과 같이 시야가 좁을 수도 있고 융통성과 유연성이 부족하여 갈등소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앞에서 전제한 것과 같이 마음의 균형이 좋을 때의 기질성향과 관련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장이라는 곳은 스트레스가 항상 유발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사람은 누구나 다른 모습으로 변하게 됩니다.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는 것은 바로 마음 속에 숨겨져 있던 심리적인 문제들이 자신도 모르게 드러난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이때 심리적인 문제란 어린 시절 혹은 살아오면서 겪었던 좋지 않은 사건 당시 발생한 상처들이 깊게 내면화되어 있다가 스트레스가 심해지므로 이것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에는 반드시 부정적인 감정들을 동반한 어떤 행동들로 나타나게 되지요.

그런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수용적인 특성이 높은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좀 더 당황하고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심한 경우 생각이 멈추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 경우 직장에서는 능동적으로 무엇을 잘하기 보다는 피동적으로 하라는 것만 겨우 하는 모습, 심한 경우 생각이 멈춰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만약 J씨가 이런 심리적 모습들을 보인다면 이런 현상을 모르는 지점장인 K씨 역시 더욱 스트레스가 커질 것입니다. 그 역시 스트레스에 노출되므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독선적이면서 남들을 몰아세우는 모습, '남 탓'할 수 있으며, 심하게 분노표출을 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K씨의 행동은 회사의 성과를 위한 마음은 이해하는데 이게 도가 지나쳐 보입니다. 아마도 벌써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원래는 합리적인 리더십을 잘 발휘했었는데 자기 마음에 성이 차지 않아 스트레스가 쌓이면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J씨와 K씨는 서로의 기질성향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기에 타인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 사람의 성향을 알고 그 사람을 바라보면 그 사람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가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며, 이 경우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 않게 됩니다. 또한 기질성향이란 그 사람이 천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장점이기도 합니다. 그 장점을 잘 살려 일을 하므로 더욱 높은 성과를 낳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그저 자신의 시각으로만 바라본다면 결국 상대는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으로 오해할 수 있으며 각자 심리적 문제로 빠져 들어가게 되면 회사에서 좋은 성과를 창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괜한 마음고생에 시달리게 되며, 회사가 결코 자신에게 행복하지 못한 곳이 될 것입니다. 이 경우 많은 사람이 퇴직이나 이직을 생각하게 되지요. 

이런 측면에서도 자신과 타인의 성향을 정확히 이해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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