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에서 멀어져 중국과 함께 퇴출될 위기에 있다
-우리는 국제정세교육을 통해 미래 한국을 만들어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

사진=Ⓒpixbay 이미지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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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후조 논설위원] 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문명의 변화를 읽고, 이에 적응하며, 나아가 이를 주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했다. 가상세계의 지능정보화와 함께 물리세계의 세계화는 피할 수 없는 문명변화이다. 유라시아시대, 대서양시대에 이어 태평양시대가 확대되고 있다. 블렉시트, 아메리카 퍼스트 등으로 축소되어 보이기도 하지만 인류의 지구촌화는 불가역적 흐름이다.

세계어문교육과 국제정세교육은 세계화시대에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두 축이다. 여기서는 국제관계와 세계정세교육을 다루어보자. 무엇보다 학생들을 ‘우리민족끼리’ 등으로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가장 먼저 가르칠 것은 국력의 결집으로 이이제이以夷制夷에 따라 어부지리漁父之利를 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외교의 중요성으로 박쥐처럼 시세에 따라 배신을 거듭하면 양쪽에서 왕따를 당한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교육자치나 지방자치를 한다며 애향심, 애교심, 애당심, 애사심 등을 애국심 위에 두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6.25, 월남전, 연평해전 등등 나라를 위해 순국한 이들을 세월호해난사고, 당파적 노동운동․민주화운동한 이들보다 낮게 대접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제관계는 여전히 힘과 이해관계로 움직이는 정글과 같다. 여기에는 규칙도 심판도 없고 착하다고 상 받는 곳이 아니다. 우유부단하고 허약하여 실수하면 국가의 운명에는 치명적이다. 이점에서 우리나라 역사는 18세기까지는 동아시아 발전 속에서 다루어보아야 하고, 19세기 이후에는 세계사의 발전 속에서 다루어야 국내외의 크고 작은 정책․운동․사건 등이 제대로 해석된다.

국제정세를 모르면 자신의 신념적 행동이 자칫 나라를 망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가령 동학농민운동은 서세동점西勢東占기에 혹은 러시아의 남하정책을 방어하는 영국의 세계전략 와중에 있었다. 동학군은 탐관오리 처벌에서 시작해서 쇄국적 외세배척, 종국에는 일본의 조선병탄을 돕는 일진회로 마감했다. 역으로 비슷한 시기에 일본은 세계정세를 읽고 구미의 도움을 받아 메이지유신을 통해 기어이 탈아입구를 통해 부국강병을 이루고 오늘날 선진국이 되는 토대를 놓았다.

우리나라는 세계열강이 각축하는 가장 위험하고도 역으로 가장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오늘날 기축통화, 군사력, 인구, 경제력, 무역시장과 원자재 등에서 세계를 움직이는 국가는 미국이다. 자유, 민주, 평등, 정의, 풍요, 인권 등에서 가장 매력적인 가치를 제시하는 나라도 미국과 유럽, 일본, 한국 등이다.

이들 국가들은 인류사회를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끌만한 매력적인, 지향할 가치를 구현하는 자유민주동맹국들이다. 19세기 영국이 러시아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우리에게 손내밀었을 때 우리는 국제정세를 몰라서 배척했다. 지금 미국은 소련을 손보기 위해 키워준 중국이 그 패권에 도전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크게 손보고 있다. 신냉전시대다. 미국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던 비중을 대폭 줄이고 일본 등에게 넘겨주고 있다. 덕분에 일본은 초호황이고 청년실업률은 매우 낮다.

일본의 식민지지배에 대해 우리는 오늘날까지 위안부문제로 이의를 지속적으로 제기한다. 우리는 베트남전에서 경제발전의 기틀을 잡았는데 만약 베트남이 그 배상을 요구하면 우리는 어떻게 응대할 것인가? 우리의 경제발전은 일본의 기술과 미국의 금융 지원으로 일구었다.

일본은 다음에 우리에게 통화스왑을 해줄 것인가? 민주화운동시기 미국이 독재를 용납하는 듯한 정책에 반대하여 반미운동이 일어났듯이, 남한이 3대 세습독재를 지지하고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외면한다면 훗날 우리는 얼굴을 들 수 있을까?

한국은 지난 70년간 부국강병을 가져온 미국과의 동맹에서 멀어져 이제 미국시장에서 중국과 함께 퇴출될 위기에 처해 있다. 만약 우리나라가 미국과 동맹을 굳건히 한다면 미국은 그 시장을 중국에서 빼앗아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도 넘겨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부국강병의 기반을 쌓고 청년실업, 일자리 문제는 크게 해소될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중국이 G2가 된다고 하여 친중반미파는 늘었고, 반중친미파는 대폭 위축되었다. 무역전쟁에서 시작되는 미중 패권경쟁에서 미국은 19세기 영국처럼 우리와 손잡자고 손을 내민다. 주변 제국 중에서 우리에게 영토적 야욕을 가지지 않은 나라는 미국뿐이다.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를 저지하게 위해 중동을 화약고로 만들고, 동남아, 동아시아지역에서도 방어선을 구축하려 한다. 우리는 누구와 손을 잡을 것인가? 신냉전질서 속에서 남북한의 협력으로 친중․친러로 귀결된다면 우리에게는 큰 재앙이 될 것이다.

국가의 할 일의 우선순위는 국방과 안보security, 국력power의 결집, 경제적 번영prosperity, 나라위신prestige이다. 북한은 첫째와 둘째를, 남한은 셋째와 넷째 일을 잘해왔다. 우리는 학교교육, 특히 사회과 교육에서 국제정세교육을 통해 냉철한 현실 인식을 학생들에게 심어주어 세계사적 관점에서 우리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 한국을 만들어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

세계어문교육과 국제정세교육을 통해 우리는 학생들이 더 넓은 세계, 더 큰 그림 속에서 공부하고 일하며 살아가도록, 즉 대한민국에의 애국심을 기초로 인류와 지구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세계시민을 길러야할 것이다.

필자 :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한국교육과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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