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이제는 오래된 광고 카피이지만 김 과장은 스트레스가 쌓였다고 스스로 느낄 때에는 여지없이 이 카피가 마음속에서 요동을 한다. '그래~ 나, 열심히 일했잖아. 이젠 떠나 신나게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해, 그래야 내가 살 수 있지~' 이 생각이 들 때면 마음이 왠지 들썩거리고 벌써 지난 번에 다녀왔던 하와이의 호놀룰루 해변이 머리에 떠오른다. 그뿐인가? 일본의 북해, 대만은 물론이고 동남아 좋다고 한 웬만한 곳은 벌써 섭렵하였기에 이에 따른 자부심도 함께 흐믓하게 올라온다. '이제는 유럽이야~'

사실 그가 처음부터 해외 여행광은 아니었다. 아니 이전에는 갈래야 갈 돈도 없었고 굳이 멀리 해외여행가면서 돈을 쓸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러나 입사하고 몇 년째인가 프로젝트 업무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대로 받아 '이러다 나, 죽는 것 아닐까?'란 불안이 온몸에 엄습했을 때 친구가 해외여행 한 번 다녀오라고 강력히 추천했었다. 

또한 그 당시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녀 역시 남친인 그에게 여행가자는 이야기를 자주 했었기에 그 때 한 번 큰맘 먹고 가까운 일본으로 다녀온 것이다. 

그런데 '아' 이제는 알아 버린 것이다. 집과 회사, 그리고 가끔 여자친구 만나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그가 해외여행을 가서 가슴에 가득 뭉쳐 있던 힘들고 답답했던 그 무엇을 '뻥~'뚫어 버리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나선 그는 기회만 되면 해외로 여행을 나간 것이다. 

그는 매사에 주어진 일을 잘하려고 대단히 열심히 하였으며 상사가 시키는 일은 철두철미하고 완벽하게 하는 스타일이다. 그러하기에 상사들은 그에게 일을 맡기면 안심이며 또한 성실한 그를 좋아했다. 하지만 그 만큼 그는 일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여행을 몰랐던 이전에는 스트레스를 풀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여행으로 지나치게 해외에 자주 나가는 경향이 있으며 그에 따른 경비 역시 만만치 않다. 월급 등 모아둔 돈은 대부분 여행 경비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김과장은 말한다. '해외여행은 한마디로 행복이다. 그것이면 되지 않은가?'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다른 사회생활도 그렇지만 직장에서는 항상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사실상 스트레스를 받는 대가로 월급을 받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강도는 매우 높습니다. 일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스트레스지만 직장동료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가지는 스트레스는 더욱 사람을 미치게 할 수 있습니다. 갈등으로 생기는 스트레스는 생산적인 것은 하나도 없고 부정적인 감정과 함께 심리적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이야기하려면 스트레스 정의를 먼저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쉽게 '스트레스 받아~, 스트레스 쌓여~'란 말을 하는데 좀 더 정확하게 이 말의 뜻을 안다면 스트레스에 대한 대책도 함께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나누어 표현한다면, 스트레스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나를 힘들게 하고 나의 마음의 균형을 깨도록 만드는 어떤 스트레스 인자들이 존재한다는 뜻이 됩니다. 이것은 나를 자극하는 그 무엇이기도 하고 그러한 상황이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나는 그런 자극이나 상황에 대응하여 나를 원상태로 되돌리도록 하겠지요. 즉 스트레스란 어떤 자극이나 상황으로 인해 마음의 균형이 깨지는 것을 다시 원상 복구하려는 반응 혹은 대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나를 넘어뜨리려 공격하는 자극 그 자체'를 스트레스라고 표현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스트레스 인자가 되고 그 인자에 대한 대응이 스트레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원상복구를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는 육체적 및 심리적 에너지와 또한 어떤 자원들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스트레스 인자들이 나를 자꾸 자극하면 원상복구시키기 위해 에너지들을 사용합니다. 그 때마다 에너지들이 소진되는 것이지요. 즉 스트레스 인자들을 이겨내기 위해 우리의 육체와 정신은 에너지들을 소진하므로 피곤해지고 힘들어지는 것이지요.

만약 스트레스 인자들이 나를 지속적으로 공격하면 나는 결국 모든 에너지들을 다 사용하고 말 것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번-아웃'이라고 부릅니다. 번 아웃이란 결국 내 안의 모든 에너지, 즉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는 물론 모든 자원이 다 고갈되었다는 뜻이 됩니다. 당연히 몸과 마음 모든 곳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몸은 병들고 마음은 피폐해지게 되는 것이지요.

때론 스트레스 요인들이 한꺼번에 나를 공격할 때가 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보다 훨씬 강력하게 공격하기에 도저히 이를 감내할 힘이 없습니다. 그런 경우를 우리는 '트라우마'라고 부릅니다. 특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란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급격한 스트레스(정신적 외상)를 경험하고 생기는 심리적 반응을 말합니다. 즉 도저히 감내하지 못할 강한 자극을 받아 생기는 심리적 반응이라는 뜻이지요.

이젠 사례인 김과장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지요.

먼저 김과장의 성향을 보면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서는 끝장내듯이 하는 스타일로 보입니다. 설정된 목표에 대해서는 마치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반드시 해내야 하는 식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마음의 상태가 좋고 무언가에 집중을 할 때의 그의 보편적인 모습을 말합니다. 이를 '결과추구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와 반대되는 성향을 '유연형'이라고 부릅니다. 유연형의 경우 자율적이고 융통성있는 방식을 좋아하기에 일을 하더라도 다양성을 추구하고 다각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며 새로운 방식으로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요. 일하는 분위기도 아주 심각하고 불도저식이 아니라 상황에 맞춰 일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굳이 오늘까지 필요없으면 내일하자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결과추구형이 높은 사람은 오늘 다하지 않고 가면 뭔가 찜찜한 마음이 잘 작동합니다. 불안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그러하기에 결과추구형의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일을 열심히 한다는 이야기를 잘 듣습니다. 그래서 항상 따라다니는 이야기가 '근면ㆍ성실한 사람, 책임감이 높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지나치면 즉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강박적인 모습을 보일 수가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기질적인 면보다는 심리적인 문제이기에 기질성향과 연결시켜 결과추구형만 강박적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지만 좀더 그런 경향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강박이란 '어떤 생각이나 감정에 사로잡혀 심리적으로 심하게 압박을 느낌'이라는 뜻과 '남의 뜻을 무리하게 내리누르거나 자기 뜻에 억지로 따르게 함'이란 뜻이 있습니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자신이 맡은 바를 잘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심한 압박감을 가지는 것으로 이는 자신이 자신을 짓누르는 모습이 됩니다. 직장에서 직위가 낮은 사람들은 남에게 일을 시키는 위치가 아니므로 자칫 이런 모습을 보일 수가 있습니다. 또한 강박의 두 번째 뜻과 같이 타인을 압박하여 억지로 따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직장에서 위치가 높은 사람들이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이런 모습들은 모두 스트레스가 높아질 때 드러나는 심리적인 모습들입니다. 

또한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앞에서 말한 강박증상 등 평상시에 드러나지 않는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일 가능성이 커집니다. 평상시에는 원만했던 사람이 까다롭게 보이거나 독선적이 되기도 하며 아니면 무력해지기도 하고 감정기복이 심해지기도 합니다. 또한 그런 감정에 휩싸이므로 생각이 정지되거나 의존적이 되기도 하며 짜증이 많아지고 어떤 경우는 폭력적이 되기도 하지요. 당연히 합리적인 판단과 행동을 못하게 되며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됩니다. 스스로 상대방을 밀어내 버리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내가 '내가 아닌 것'처럼 변해버리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스트레스를 푼다는 말을 합니다.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말이 '자극이나 상황에 의해 마음의 균형이 깨진 것에서부터 복원하기 위해 육체적 심리적 에너지가 소진된다'는 의미가 있으므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말은 '소진된 육체적 심리적 에너지를 다시 공급한다'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김과장이 해외여행에 눈을 떠서 '열심히 일한 나, 스트레스를 풀자~'라고 한 것은 현명한 처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스트레스 푸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의 스트레스 푸는 방식이 획일적이거나 시간이 많이 소요되거나 많은 경비를 필요로 하면, 여기에도 뭔가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해외여행의 경우도 무리하게 1년에 몇 차례나 가며,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다고 할 때면 답답하고 짜증나거나 무력해지는 등의 현상이 일어난다면 그것 역시 심리적 문제에 갇혀 버리는 것입니다. 특히 김과장의 경우와 같이 여행을 다니지 않던 자가 갑자기 거기에 빠져 버렸을 때는 더욱 그러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이 자주 있는 경우라면 심리적인 면에 무언가가 있다는 뜻도 됩니다. '여행 좋아하는 자가 여행을 못 가서 안달이다'라는 정도로 생각해선 안될 부분이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이런 경우라면 심리상담 등이 길게 보면 도움이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물론 경비 역시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모아 둔 돈을 모두 여행경비로 쓰거나 카드로 여행경비를 써서 이를 오랜 기간 메우는 악순환이 있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현재는 여친도 없고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인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 결혼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김과장의 경우 스트레스를 모아다 한꺼번에 해소하려는 그런 패턴이 있어 보입니다. 그로 인해 다양한 새로운 문제도 생길 수 있고 말입니다. 스트레스는 한마디로 육체적 심리적 에너지가 고갈되어 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스트레스를 모아두는 것 만큼 미련한 것은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푸는 다양한 방법을 가지는 것, 그중 평상시에 쉽게 자주 할 수 있으면서도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 거기다가 나중에 그것이 좋은 취미활동이나 2차 직업이 될 수 있는 활동이라면 꽤 근사할 것입니다.


글ㅣ오명철 (100세시대좋은가족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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