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업종별·나이별 최저임금의 차등적 적용 대두돼
-유럽에서는 지역별 차이 심화돼...나이에 따른 차별적 적용은 시행 중
-한국에서도 찬반 논란 활발...노동계 반발이 변수
-정계에서도 당정 간 온도차 보여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지난 7월 14일 새벽 4시 30분. 정부 최저임금위원회는 정회와 속개를 거듭한 끝에 2019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했다.

## 최근 서울시 시급 1만148원, 부산시 시급 9894원 등 전국 자치단체들이 줄줄이 2019년 '생활임금' 금액을 확정해 발표했다. 모두 정부의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은 금액이다. '생활임금'은 지난 2015년 서울시가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 도입한 개념으로, 지역 물가를 반영해 3인 가구 기준 근로자가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이다. 실제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비, 교육비, 문화비 등을 보장받도록 설계한 제도로, 법정 최저임금보다 통상 20% 이상 높게 책정된다. 


우리 사회에서 최저임금을 유연하게 적용하자는 주장은 어디까지 받아들여 질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다른 나라들은 최저임금제도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 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을 반대하는 측은 때때로 최저임금을 나이별, 업종별, 지역별로 유연하게 적용하는 안을 제안한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례들을 생각했을 때,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은 필연적으로 최저임금 미준수율의 상승을 불러올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럴 바에는 최저임금이 일상적 삶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계층, 연령, 산업집단을 구분하여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하자는 주장도 있다. 이른바 '단일경제권'에 적용되는 '일괄적 제도'를 지양하고 최저임금의 분권화를 주장하자는 목소리다.

미국이 대표적인 경우다. 미국에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제정하는 최저임금과 각 주(州)의 법률에 따라 정해지는 지역별 최저임금이 동시에 존재한다. 남부의 4개 주를 제외한 50개 주 대부분이 각자의 최저임금을 규정하고 있다. 그 수준은 연방 기준과 같거나 이를 상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바마 정부 집권 2기에 이르러서는 다수의 주가 연방정부의 권고 사항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왜냐하면 미국의 연방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로 2009년 이래 인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 시절에도 연방정부 차원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려는 노력이 있었으나,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의 반대를 극복하지 못했다. 공화당 소속의 현 트럼프 정부도 최저임금 인상은 연방정부보다는 지역 실정에 맞게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당분간 연방 차원에서의 최저임금 인상은 요원해 보인다. 다른 선진국 중에서는 일본이나 독일이 지역별 최저임금제를 채택하고 있다.

◆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유연하게 적용하자"

그렇다고 미국이 최저임금을 다층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연방주의의 전통과, 광대한 영토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지역 격차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캘리포니아 주는 경제규모가 오늘날의 프랑스와 비슷한 반면,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는 국가생산량에서 과테말라나 니카라과 등 주변국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와 니카라과에 동일한 경제정책을 적용하기는 힘들기 마련이다.

유럽 각국역시 지역 별로 최저임금을 유연하게 적용하자는 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역별로 경제력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일 최저임금제를 주장하는 측은 "제도가 복잡해지는 것을 막고 지역경제가 대체로 균질화되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대지만, 현실상의 어려움 때문에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가장 뒤떨어지는 지역에 초점을 맞추면 잘 나가는 지역에서는 효과가 없을 것이며, 런던이나 파리에 기준을 맞춘다면 미준수율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지역별 최저임금 미준수율. (자료=독일경제사회연구소)

독일의 2014년 통계 역시 같은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독일경제사회연구소에서 같은 해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특정 지역에서는 최저임금인 8.5유로 이하의 임금 수령자의 비중이 10.6%인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최대 30.4%에 이르렀다. 거의 3배에 이르는 차이이며, 이는 독일의 경제적 불균등에 따른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영국의 경우도 2016년 기준으로 최저임금 이하 근로 노동자의 비중이 런던은 4.8%였지만, 북아일랜드는 12.9%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영국의 지역별 최저임금 미준수율 (자료=영국 연간노동자료원)

프랑스 역시 경제력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가장 부유한 일드 지역에 비해 다른 지역의 소득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UC San Diego 대학교의 필립 로더 교수 역시 2017년 샌디애고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전국 단일 최저임금제는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며, "유럽에서는 지자체에게 최저임금 등 행정상의 권한을 확대하는 행정적 분권화가 촉진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유연하게 적용하자" 

업종에 따른 최저임금의 유연한 적용도 늘 제기되는 문제이다. 하버드나 UC 버클리 등 여러 비즈니스센터에서는 최저임금의 경제적 효과를 이야기 위해 늘 레스토랑을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최근 학계에서 주목받은 연구들 역시 레스토랑의 폐업 확률을 조사하고 있다. 가령,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연구진들은 최저임금이 1달러 올랐을 때, 레스토랑 평가 사이트 Yelp의 등급에 따른 레스토랑의 폐업 확률을 조사하였다. 음식의 맛이 중간 등급의 경우 폐업 확률이 14% 증가했지만, 등급이 낮을수록 폐업 확률이 커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맛이 없는 식당일수록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항상 레스토랑이나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을 이야기할까? 레스토랑 등 요식업이 최저임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업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회과학조사기관인 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미국의 레스토랑 등 요식업은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종사자가 370만 명으로 식료품 종사자 수 90만 명을 압도하고 있다.

2015년부터 8.5유로의 최저임금을 시행하고 있는 독일 역시 2014년 조사에서 8.5유로 이하 종사자가 가장 많은 업종이 호텔 및 레스토랑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호텔 및 레스토랑 종사자 중 무려 51~53%가 1년 후 시행될 최저임금 8.5유로의 임금을 받고 있었으며 농림업, 소매판매, 식료품/담배 등 업종이 뒤를 이었다.

최저임금 이하 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업종 별 비중. (자료=독일경제사회연구소)

영국에서도 업종에 따른 최저임금의 영향은 매우 다르게 드러났다. 최저임금이 6.08파운드에서 7.44파운드로 인상된다면 음식료 산업 종사자 중 68만 명이 12%의 임금 인상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노동부 산하 기관에서 매년 실시하는 노동보고서에 의하면 2016년 요양보호업의 경우 전체 근로자 중 무려 60%가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최저임금 인상은 저숙련 일자리뿐만 아니라, 저숙련 일자리에 의존하는 사업체의 퇴출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생산성 향상이 더뎠던 산업의 구조조정을 압박하는 효과라고도 설명했다. 이어, "해당 연구는 한국에서도 최저임금의 인상에 대해 왜 유독 편의점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숙련 일자리에 의존하는 사업구조에 기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한국을 비롯해 유럽 각국에서는 "레스토랑 등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을 골라 최저임금을 유연하게 적용하자"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영국이나 독일의 경우를 봐도, 업종 또는 산업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제도에 반영될 필요는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런 방안 역시 현실상에서의 적용이 문제가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소속의 한 연구원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에 따른 업종별 차이는 분명 크지만, 산업별 차이에 따른 갈등 유발과 최저임금제가 너무 복잡해지는 문제가 남아 있다"며 위 같은 주장에 난색을 표했다.

◆ "나이에 따른 최저임금제의 다층화" 목소리도...한국에서는 찬반 논란 뚜렷

나이에 따른 최저임금제도 고려할 측면이 많다. 독일의 통계를 다시 보면 8.5유로 이하 노동자 중 18~24세 연령대 비중은 44.9%에 이른다. 독일은 2015년 최저임금제를 시행하면서 직업훈련이 끝나지 않은 18세 미만 취업자는 최저임금 적용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견습생의 경우 생산성이 낮으며 노동보다 수련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영국에서도 마찬가지로 12~24세, 18~20세, 16~17세, 견습생의 경우 25세 이상에게 적용되는 생활임금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네덜란드는 영국에 비해서도 나이에 따른 최저임금 격차가 더욱 큰 편이다. 가령 15세의 최저임금은 통상 최저임금의 30%에 불과하다. 정부 측은 "청소년이 조기에 노동시장에 나오는 유인을 억제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네덜란드는 고령자에게도 최저임금 적용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데, 고령자들은 이미 연금을 수령하고 있기에 최저임금 적용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청년층의 경우 부모와 함께 살고 있어서 생활비 부담이 적고, 실업률 해소와 교육이 우선이라는 것이 차등 최저임금제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학의 근로장학생이나 기업의 인턴 같은 경우는 최저임금의 적용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하지만 애초에 근로장학생과 인턴은 연령과 관련이 없는 데다, 업종하고도 거리가 있기 때문에 정책의 유연성과 관련짓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 관계자는 "근로나 인턴의 경우 근무강도나 업종에서의 중요도, 생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이는 최저임금제의 유연한 적용과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어떤 차별화 방안이 제기되었을까? 오늘날 자영업자의 고충에서도 드러나듯이, 산업별 차등화 시행이 가장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다행인 점은 차등화 시행에는 별다른 법 개정이 필요없다는 점이다. 이미 1986년 최저임금법이 처음 제정됐을 때부터 ‘사업의 종류, 규모 등을 고려해’ 차등화할 수 있도록 법적 준비는 되어 있기 때문이다. 1988년에는 제조업의 28개 소분류 업종을 두 그룹으로 구분해 최저임금을 설정한 경험도 있다. 네덜란드, 일본, 미국 등의 사례를 참고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찬성 측의 입장이다.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 역시 이에 긍정적이다. 이재원 본부장은 과거 "지역별 임금수준 격차 발생에 대한 부담은 중앙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형태로 조절할 수 있다"며, "이미 일본은 지역별·산업별 최저임금 차등제를 시행하고 있고, 지역별 편차 완화를 위해 중앙정부가 개정목표치를 제시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과 베트남도 지역별 최저임금 수준이 다르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물론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앞서 예시로 든 국가들과 한국의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는 입장이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2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최저임금이 곧 내가 받을 수 있는 최대임금’인 경우가 적지 않다"며 "최저임금이 사실상 ‘기준임금’이나 ‘표준임금’으로 활용되는 상황에서,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정하면 최저임금이 낮게 설정된 특정 업종을 저임금 업종으로 낙인찍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계에서는 대체로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입장이다. 사진은 광주청년유니온 조합원(왼쪽부터 김동규, 문정은, 조국)들이 지난해 7월 광주 경영자총협회와 광주고용노동청, 충장로 우체국 앞에서 최저임금 차등적용 규탄 1인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광주청년유니온)

연령에 따른 차이도 재고되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기선 위원은 "연령으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하거나 감액하는 것은 고령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며 "고령자를 대상으로 최저임금을 차등하는 것은 안 그래도 늦은 나이까지 일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고령자 취업직종을 다수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정치권에서도 논란은 아직 식지 않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업종별 차등화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됐지만 부결됐고, 지역별 차등화는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 저희(기재부)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폭으로 일정한 밴드(범위)를 주고 지방에 결정권을 주는 것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최저임금의 차등적용은 어렵다"고 밝혀, 당·정간의 온도차를 보이기도 했다.

KDI 소속의 다른 연구원은 조금 다르게 바라보고 있다. 이 연구원은 "최저임금 이슈 또한 한국이 분권화를 적용하기 힘든 이유"라고 지적한다. "정치적, 예산적, 행정적 분권화 중 행정적 분권화가 그나마 실현 가능성이 높은 편인데, 지자체에서 최저임금에 관여할 권한이나 영향력이 없으니 정계가 늘 업계 눈치만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저임금제의 다층화는 분권화로 인해 파생되는 종속 변수이지, 최저임금제를 통해 분권화를 구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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