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주범’으로도 지목돼 사용금지 법안 제정 시급
전 세계적으로 사용 자제 추세, 한국은 사용제한 없어

[데일리비즈온 엄정여 기자] 세안제 등 화장품과 치약에 들어가는 작은 알갱이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세 플라스틱(마이크로비즈)은 폴리에틸렌 혹은 폴리프로필렌으로부터 만들어지는0.001mm~5mm의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로 모래 알갱이보다 더 작다. 특히 각질이나 때를 벗겨내기 위해 화장품과 생활용품에 가장 많이 들어 있는데, 주로 각질제거제와 클렌징제, 스크럽제, 필링제에 사용된다. 그 외에도 바디워시, 샴푸, 아이섀도, 매니큐어, 치약 등에 사용되며 심지어 팔자주름을 펴는 용도로 노화방지 화장품에도 들어가 있다.

기업들은 1990년대부터 각질제거와 상쾌한 느낌의 까끌까끌한 감촉을 위해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미세 플라스틱 성분을 제품에 넣어왔다.

 스케일링을 해도 알갱이가 치석으로 잇몸에 남아 염증을 일으키거나 눈꺼풀에 잔존해 염증을 일으켜 병원을 찾는 사례들이 늘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화장품과 치약에 들어있는 미세 플라스틱은 입자가 너무 작아 하수처리장 여과시설로도 걸러지지 않고 강으로, 바다로 스며들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은 분해되거나 녹슬지 않기 때문에 지구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골칫거리다. 클렌징 제품 한 개에는 35만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 있으며 이것은 1리터짜리 페트병 28개를 바다에 버리는 것과 같다.

▲ 왼쪽 두 제품은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 있는 제품들,
오른쪽 두 제품은 살구씨, 코코아 열매 등 대체성분이 들어있는 스크럽 제품.

국내 플라스틱 소비량은 세계 1위이고, 우리나라 바다 미세 플라스틱 오염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유류 유해물질 연구단에 따르면, 거제 해역의 바닷물 1㎥에서 평균 21만 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된다고 한다. 이는 싱가포르 해역의 100배에 달하는 양이다.

매일 수십억 개의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들이 날마다 폐수로 흘러들어가고 있으며, 미세 플라스틱들이 스펀지처럼 주변의 유독물질들을 빨아들여 한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주변 수질보다 백만 배 더 독성을 띌 수 있다. 소화시킬 수 없는 플라스틱을 먹고 바다 생물들이 죽어가고 있고, 먹이사슬로 인해 이렇게 오염된 플라스틱이 축적된 해산물을 먹는 인간 역시 안전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2015년 유엔환경계획(UNEP)은 각국 정부에게 미세 플라스틱 규제 방안을 권고했으며, 미국은 마이크로비즈를 2017년 7월부터 전면 사용금지하는 법안까지 제정한 상태다.

유니레버, 존슨앤드존슨, 러쉬, 로레알, 바디샵, P&G 등은 자사 제품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단계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여성환경연대가 국내의 각질제거제, 스크럽 등 9,000여 개의 제품을 조사한 결과 약 440여 개의 제품에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 있었다. 호두껍질, 코코넛껍질 등 미세 플라스틱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대체성분이 나와 있기 때문에 이미 일부 회사는 미세 플라스틱을 쓰지 않은 제품을 출시하고 있고 많은 나라들이 미세 플라스틱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고 있다. 세계적으로 사용을 자제하는 추세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 관련 규제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논란이 커지면서 식약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월 화장품업계의 미세 플라스틱 사용 현황을 조사해 정책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밝혔으며, 대한화장품협회는 지난 4월 8일 ‘플라스틱 마이크로비즈 사용에 대한 자율규약’을 제정한 바 있다. 화장품에서 플라스틱 마이크로비즈 사용에 따른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씻어내는 제품에 플라스틱 마이크로비즈의 사용을 제한하는 자율규약으로 현재 15개사가 협약에 참여했다.

화장품 속 미세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국내 캠페인을 진행 중인 여성환경연대 고금숙 환경건강팀장은 “소비자들이 미세 플라스틱이 함유된 제품을 불매하고, 이에 따라 산업에서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자발적으로 줄여나가길 바란다”며 “정부에서도 잠재적 위험성을 고려한 예방 및 관리 방안을 통해 미세 플라스틱의 양을 단계적으로 감축, 최종적으로는 사용이 금지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캐나다와 미국은 이미 마이크로비즈 사용 금지 법안을 마련한 상태다. 이제 우리나라도 미세 플라스틱의 단계적 금지 법안 제정이 필요한 시점으로 관련 법안 마련을 논의할 때다.

[사진출처 = 여성환경연대 공식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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