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산악 고릴라, 최대 5.5배 차이

르완다 산악지역에 사는 수컷 산악 고릴라들은 어린 고릴라들을 끔찍하게 아끼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치 아버지가 사랑하는 어린 자녀와 놀아주듯이 들어 올리거나, 쓰다듬거나, 서로 대화를 나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고릴라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는 매우 공격적이다. 자기 가슴을 두드리면서 호전성을 표시하는 장면이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르완다 산악 고릴라는 아주 친절하고 사랑스럽다. 보통 야생동물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르완다 산악 고릴라는 생김새와 달리 매우 친절하고 사랑스럽다. ⓒ Pixabay
르완다 산악 고릴라는 생김새와 달리 매우 친절하고 사랑스럽다. ⓒ Pixabay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의 스테이시 로젠바움(Stacy Rosenbaum) 박사 연구팀은 15일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논문에서 ‘새끼를 잘 보는 산악 수컷 고릴라는 그렇지 않은 고릴라에 비해서 최대 5.5배 새끼를 갖는다’고 발표했다.

로젠바움은 “처음에는 수컷 고릴라가 자기가 낳은 새끼만 돌보는 줄 알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서 자세히 보니 자기 새끼만 귀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남의 새끼도 자기 새끼처럼 돌보는 산악 고릴라

새끼를 돌보는 일은 고된 일이다. 그런데 고릴라가 남의 새끼를 자기 새끼와 차별하지 않고 돌보는 것이 가능할까?

진화론에 의하면 수컷은 자신의 새끼들을 돌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한다.

인간 사회에서조차 아버지가 다른 자녀를 돌보지 않는 것이 전혀 비난거리가 되지 않는다.

로젠바움 연구팀은 2003년부터 2004년 사이에 르완다 국립화산공원(Volcanoes National Park) 소재 카리소크연구센터(Karisoke Research Center)에 사는 고릴라들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고릴라들이 암수가 섞인 3개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한 그룹은 24~58마리로 구성됐고, 각 그룹에는 7마리에서 9마리의 다 큰 수컷이 살았다.

연구팀은 총 23마리의 다 큰 수컷이 새끼를 돌보는 모습을 1년이 넘게 관찰하고 기록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4년, 연구팀은 유전자 분석 등의 방법으로 어느 수컷이 몇 마리의 새끼의 아버지가 되었는지를 조사해 보았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1985년에서 2014년까지 태어난 109마리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수컷 고릴라는 평균 4.74마리를 낳았는데 이 중 84%는 누가 아버지인지 확실하게 분간이 되었다.

놀라운 것은 새끼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수컷 고릴라들이 그렇지 않은 고릴라에 비해서 5.5배나 많은 새끼를 남겼다는 사실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한 그룹의 두목 노릇을 하는 실버백(silverback) 수컷이라고 특별히 많은 새끼를 남긴 것이 아니었다는 점.

이는 그룹 내 서열이나 나이와 상관 없이 육아에 신경 쓰기만 하면 5.5배 많은 새끼를 남길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유류 동물에서 부성의 중요성 다시 부각 

지금까지 많은 고릴라 연구자들이 고릴라 그룹 안에서의 경쟁관계나 수컷이 암컷보다 몸집이 매우 큰 이유를 밝혀 왔다.

그런데 이번 연구를 보면, 생식에 있어서는 수컷의 몸집 크기나 권력 서열이 중요하지 않았다. 연구팀이 발견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새끼돌봄이었다.

 

새끼를 돌보는 고릴라 ⓒ Pixabay
새끼를 돌보는 고릴라 ⓒ Pixabay

물론 이미 지배권을 확보한 수컷이 가장 새끼들을 잘 돌볼 수도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연구에 등장하는 어떤 수컷은 비교적 젊었고 이제 막 자기 새끼를 돌보기 시작했지만, 단지 새끼돌봄을 잘함으로서 많은 유전자를 남길 수 있었다.

그렇다면 새끼를 잘 돌보는 것이 어째서 더 많은 새끼를 얻게 되는 비결이 될까.

가장 설득력이 있는 해석은 암컷이 이를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암컷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이 힘들여 낳은 새끼를 잘 돌봐주는 수컷이 가장 매력적인 짝짓기 대상일 수 있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오랫동안 암컷 동물의 행동을 무시해 왔다. 이번 연구는 이런 관행을 깨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포유류 동물에서 지도자가 되려면 암컷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는데 그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바로 새끼를 잘 기르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암컷은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을 세운다고 할 수 있다. 동물세계에서 수컷을 움직이는 것은 암컷인 것이다.

이번 연구는 또 포유류 동물에서의 아버지의 역할을 이해하는데도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스테이시 로젠바움 박사는 “산악 고릴라와 인간만이 수컷이 새끼나 자녀들과 정기적으로 사회적 유대를 발전시키는 유인원이다. 때문에 산악 고릴라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왜 그런지를 아는 것은 인간의 부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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