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 수술 증가에 경각심

출산에 관련된 속설 중 하나가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으면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단순 속설이 아닌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생쥐를 대상으로 제왕절개와 자연분만의 차이점을 보여주는 연구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

특히 제왕절개로 낳은 생쥐는 뇌 발달에서 미숙한 점을 드러내면서 장내 미생물 균형도 무너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아는 자연분만이 좋다. ⓒ Pixabay
신생아는 자연분만이 좋다. ⓒ Pixabay

미국 조지아주립대학의 뇌과학연구소의 알렉산드라 카스티요-루이스 (Alexandra Castillo-Ruiz) 박사와 낸시 포저(Nancy Forger) 박사 연구팀은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생쥐와 제왕절개로 태어난 생쥐가 젖을 떼는 시간까지 성장하는 과정에서 뇌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그 결과 제왕절개로 태어난 생쥐의 뇌는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생쥐의 뇌와는 다른 방식으로 발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연구는 15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저널에 발표됐다.

시상하부 뇌세포 발달에서 큰 차이

차이가 나는 부분은 ‘뇌 신경세포의 죽음’이다. 이는 뇌 발달 초기 신경회로의 재구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생쥐의 경우 신경세포가 죽는 과정은 태어난 지 처음 일주일 동안 발생한다.

연구팀 관찰 결과 자연분만한 생쥐는 태어난 지 수 시간 안에 뇌 전반에 걸쳐서 신경세포의 죽음이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생쥐에게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가장 극적인 차이는 스트레스 반응과 뇌면역을 조절하는 시상하부(hypothalamus) 영역에서 나타났다. 다만 출생 방법 차이가 전체 두뇌 크기 같은 일반적인 발달까지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제왕절개 분만은 장내 미생물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생쥐와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생쥐는 장내 미생물에서 중요한 차이가 나타났다.

연구팀이 관찰한 결과 자연분만 생쥐의 장내 미생물 구조는 정상적으로 성숙했지만, 제왕절개 생쥐는 시간이 지나면 미성숙해졌다.

이는 제왕절개로 태어난 포유류의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유류의 미생물 군집은 수 백만 년 동안 면역이나 소화 및 신진대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면서 변화해왔다. 때문에 장내 미생물 다양성 감소는 비만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제왕절개는 체중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대 의대(NYU School of Medicine) 연구팀은 지난 11일 “제왕절개로 태어난 생쥐는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생쥐에 비해서 체중이 높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생쥐 34마리는 제왕절개로 분만했고 35마리는 자연분만으로 낳았다. 이후 두 그룹의 생쥐들이 다 자랄 때 까지 장내 박테리아 DNA를 분석하는 유전기법을 사용해서 체중을 추적했다.

연구팀이 젖을 뗀 지 15주가 지난 후의 생쥐 체중을 비교하니 제왕절개 출산 생쥐는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생쥐 보다 체중이 평균 33% 높았다. 특히 암컷은 체중이 무려 70%가 높았다.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마리아 도밍게즈-벨로(Maria Dominguez-Bello) 박사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는 제왕절개와 포유동물에서의 체중 증가의 인과관계를 처음으로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제왕절개 분만 숫자 15년 사이에 급증 

이렇게 제왕절개와 자연분만의 차이점을 보여주는 연구가 진행되는 가운데, 제왕절개 출산이 급증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11일 의학전문 란셋(Lancet) 저널에 발표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제왕절개 수술은 2000년부터 2015년 사이 매년 4%씩 늘었다. 이번 조사는 169개국의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서 이뤄졌다.

보고서는 의학적으로 제왕절개 분만이 필요한 경우는 약 10~1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실제 제왕절개 분만은 2000년 이후 급증, 전체 분만의 21%에 달한다.

2000년에 태어난 1억3,200만명의 신생아 중 12%인 1600만명이 제왕절개로 태어났으나, 2015년에 태어난 1억4,100만명의 신생아 중 21%인 3000만명이 제왕절개로 태어났다.

가장 증가율이 높은 지역은 동남아시아로 6%에 달한다. 제왕절개 수술이 남용되는 곳은 동남아시아 외에 미국, 캐나다, 유럽, 라틴아메리카, 카리브 연안 국가들이다.

북미지역에서는 제왕절개 분만이 2000년 24%였으나 2015년에는 32%로 늘었다. 40%가 넘는 국가는 모두 15개 국가로 멕시코, 쿠바 등이 포함됐으며, 이집트와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산모의 63%와 58%가 제왕절개를 선택했다.

우리나라도 제왕절개 비중이 높은 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 청구 기준을 보면 2017년 출산한 임신부 35만8285명 중 45%인 16만1325명이 제왕절개 수술로 분만했다.

의사들은 출혈이나 고혈압 혹은 태아의 비정상적인 위치와 같은 복합적인 요인이 발생했을 때는 산모와 신생아가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제왕절개 수술을 권유한다. 그러나 제왕절개 수술이 완전히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며, 특히 추가로 출산을 할 때는 방해가 될 수 있다.

 

제왕절개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10% 정도이다. ⓒ Pixabay
제왕절개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10% 정도이다. ⓒ Pixabay

런던 킹스 칼리지대학교의 제인 샌덜(Jane Sandall) 교수는 “제왕절개를 한 산모는 다음 번 아이를 낳을 때 조산 위험, 자궁 파열이나 태반이 자궁의 잘못된 부위에 유착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제왕절개 전력이 없는 산모는 2만5,000분의 1의 확률로 자궁적출이 발생하지만 제왕절개를 3번 이상 한 산모는 20명 중 1명이 자궁적출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취에 의한 다리의 혈전, 감염 위험 등도 제왕절개를 한 산모가 겪을 수 있는 위험이다. 이에 따라 제왕절개의 장단기 효과에 대해 산모들이 명확히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샌덜 교수는 밝혔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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