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이용, 초당 10조 번 촬영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사용하는 레이저포인터의 버튼을 누르면 아주 빠른 속도로 레이저 빛이 나온다. 버튼을 누르자마자 해당 포인트에 점이 찍히기에 레이저 빛이 이동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호스에서 물이 나오듯이 광자가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다만 워낙 빠르기 때문에 이동하는 궤적이 안 보이는 것 뿐이다.

그런데 빛이 이보다 더 빠르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최근 빛이 지나간 흔적까지 촬영 가능한 카메라가 나와 화제다.

프랑스국립과학연구소(INRS) 진양 량(Jinyang Liang) 박사와 미국 칼텍(Caltech)의 리홍 왕(Lihong Wang) 박사 연구팀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초고속 ‘T-CUP’ 카메라를 개발했다.

이 카메라는 초당 10조(10¹³) 프레임을 찍을 수 있다. 이는 빛이 공간을 지나가는 흔적을 기록할 수 있을 만큼 빠른 속도이다.

 

T-CUP 레이저 카메라 ⓒ INRS
T-CUP 레이저 카메라 ⓒ INRS

연구팀은 먼저 초당 1천 억 번을 찍을 수 있는 사진기를 개발했다. 이 카메라는 초당 1천억 번을 찍을 수 있지만, 동시에 정지화면도 기록할 수 있는 엄청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연구원들은 10월 초 ‘빛 : 과학과 응용’ (Light: Science & Applications)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카메라에 초고속압축사진술(CUP compressed ultrafast photography)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너무 빨리 찍다 보면 사진이 흐릿하게 나올 수 있다. 연구팀은 이미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다른 카메라를 하나 더 보완해서, 정지화면도 선명하게 획득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이어 수학적 방식을 적용, 초당 10조 번을 촬영하도록 기능을 향상시켰다.

생물학, 재료공학, 의공학 연구에 활용 

이렇게 초당 조 단위로 기능이 높아진 카메라에 연구팀은 조(trillion)을 의미하는 T자를 붙여 T-CUP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 새 카메라는 레이저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INRS에서 사용하는 레이저는 10의 15승 분의 1초인 펨토(femto)초로 엄청나게 짧은 펄스를 생산한다.

 

펨토 초로 찍은 사진 ⓒINRS
펨토 초로 찍은 사진 ⓒINRS

이 장비는 생물학, 의과학 분야에서 즉각 이용될 전망이다. 생물체 내에서 미세하고 아주 빠른 속도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을 실시간으로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리학에서도 그 활용이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불가능했던 역동적인 현상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빛과 매질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

한편 T-CUP 레이저 카메라는 2015년에 개발된 초당 4.4조 번 찍는 초초고속카메라의 기록을 2배 이상 높인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기록에 만족하지 않고 후속연구를 벌여 초당 1000조 프레임을 촬영하는 카메라 개발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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