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활동 최적수면시간’ 도출

잠을 충분히 잘 자면 신체 건강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상식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인지활동에 가장 적절한 수면시간은 과연 얼마일까?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인지능력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 수면시간은 7~8시간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하루  7~8시간의 수면을 가진 사람이 이보다 적은 시간을 잔 사람에 비해 훨씬 더 뛰어난 인지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잠을 잘 자야 두뇌가 맑아진다. ⓒPixabay
잠을 잘 자야 두뇌가 맑아진다. ⓒPixabay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대학교(University of Western Ontario)의 두뇌및마음연구소(Brain and Mind Institute)는 10일 수면(SLEEP) 저널에 이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017년 6월에 시작된 이번 연구는 수면에 대한 연구 중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된 것이다. 전 세계 4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심층 질문지에 대한 답변을 작성했을 뿐 아니라 일련의 인지활동에 대한 조사에도 참여했다.

추론 및 단어 활용 능력에서 큰 차이

웨스턴 대학의 아드리안 오웬(Adrian Owen) 박사는 “지금까지 수면에 대한 여러 연구가 있었지만, 대부분 실험실에서 소규모로 진행됐다. 우리는 실제 생활에서 수면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온라인으로 12개 부분으로 구성된 ‘캠브리지 두뇌 과학’ (Cambridge Brain Sciences CBS)테스트를 벌였다. 이 테스트는 선택적 집중, 추론하기, 단기기억, 공간활동기억, 계획하기, 인지 유연성 등 다양한 인지기능을 측정하는 수단이다.

온라인으로 조사에 응한 사람들은 소셜미디어 광고나 입소문 등을 통해서 모집됐으며 일체의 대가를 받지 않았다. 응답자 중 18세 이하나 100세 이상은 분석대상에 제외으며, 한 잠도 못잤다거나 16시간 이상 잔 사람도 제외됐다.

질문지를 작성하는 시간이 무려 1시간이나 될 만큼 CBS 조사지는 방대한 내용을 담았다.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응답자의 대략 절반은 통상적으로 하루 밤사이에 6.3시간을 잔다고 답변했는데, 이는 가장 적합한 수면 권고 시간 보다 1시간이 적은 것이다.

그런데 하루 밤사이에 4시간 미만을 자는 사람의 인지능력은 거의 9세 이상 늙은 사람처럼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50세 남성이 3시간을 잔 경우, 59세 남성과 동일한 수준의 인지능력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인지활동과 연관된 수면의 양은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똑같이 7~8시간이었다. 이는 물론 사람의 신체를 가장 좋은 상태로 유지하는데 필요한 시간과도 일치한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사실도 나타났다. 오웬연구실의 코너 와일드(Conor Wild) 박사는 “너무 많은 시간을 자는 사람들 역시 인지능력에 손상을 입는다”고 말했다.

이는‘수면 무력증’이라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적당히 잔 사람들이 잠에서 깨면 심장박동은 낮은 상태이고, 두뇌는 덜 활동적이며, 혈압은 낮다. 이렇게 모든 기능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잠에서 깨는 행동은 신체 시스템에 충격을 덜 준다.

7~8 시간대에서 가장 두뇌 활동이 활발하다. ⓒ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
7~8 시간대에서 가장 두뇌 활동이 활발하다. ⓒ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

반대로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져 꿈을 꾸는 상태인 렘(REM) 수면 중에 깨어나면, 안구가 가볍게 떨리는 것과 같은 다양한 활동이 중단되기 때문에 수면무력증을 초래해서 아주 피곤한 느낌을 준다.

 

와일드 박사는 “너무 많이 자면 마치 안개를 뚫고 나오는 것 같이 때문에 인지기능이 약간 손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수면에 의해서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은 인지 능력은 무엇일까. 추론능력과 단어능력이었다. 단기기억력은 비교적 영향을 받지 않았다.

긍정적인 면은 단 하루라도 제대로 된 야간 수면을 실시하면 인지능력은 회복된다는 점이다. 다만 이렇게 두뇌를 리셋하기 위해 어느 정도를 더 자야 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잠 자는 동안 두뇌의 쓰레기 청소, 효율 높아져

어째서 수면이 이렇게 인간의 인지능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많은 과학자들은 수면 중에 두뇌가 깨끗이 청소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람이 잠을 자는 동안 두뇌는 마치 목욕을 하듯 알츠하이머와 연관된 정크 단백질을 처리한다.

최근 미국에서 25만명을 대상으로 한 건강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9.2%는 하루 야간 수면이 평균 6시간 미만이었다. 이렇게 잠을 적게 자는 사람들은 부분적인 수면박탈(SD)을 겪는데, 이것이 생리적 인지적 기능에 손상을 가져온다. 부분적인 수면박탈로 인해 매년 손실되는 생산성은 캐나다에서만 21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사람들이 매일 겪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지시스템의 협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간단한 주의력을 유지하는 것 같은 낮은 수준의 기능에서부터, 정보를 해석하고 가공하며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 같은 높은 수준의 기능 등이 다 포함된다.

앞으로도 수면과 인지기능에 대한 연구는 지속될 전망이다. 그간에는 완전히 수면을 박탈당했을 경우에 대한 연구가 주로 이뤄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밤을 새는 경우보다 수면이 약간 부족한 경우가 훨씬 많다. 때문에 세부적인 수면 시간과 인지능력의 상관관계를 고찰한 이번 연구는 학계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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