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과 도서관은 밀접한 관계...'4차 산업혁명의 원유'
-정보의 공유는 시대적 대세, 모두에게 열려있는 국회도서관 지향
-도서관에 블록체인 기술을 입혀야...정부 지원 부족은 아쉬워

국회도서관 내부 전경. (사진=국회도서관)
국회도서관 내부 전경. (사진=국회도서관)

[데일리비즈온 이은광·박종호 기자] 4차 산업혁명. 어느 순간부터 유행처럼 번져 일상용어처럼 쓰이고 있지만, 아직 누군가에게는 미래 세상 속 먼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반면, 도서관은 -마음만 먹으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친숙한 장소이자, 수 천년을 이어온 전통적인 공간이다.

하지만, 허용범 국회도서관장은 도서관과 4차산업혁명이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역설했다. 허 관장은 우리가 이미 4차 산업혁명을 체험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얼마 전에는 국회도서관 자체적으로 『블록체인 총분석』이라는 도서까지 발간했다. 도서관과 4차 산업혁명의 관계에 대해 더욱 궁금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유난히도 맑고 따뜻했던 가을날 오후, 국회도서관을 찾아 허용범 관장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서관장님이 특히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하여 일가견이 있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우선 도서관과 4차산업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우선 4차산업 혁명이라는 단어는 우리만 쓰는 용어라는 점을 짚고 싶습니다. 유럽에서는 인더스트리 4.0이라고 부르지요. 이것이 혁명인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쓰인지도 사실 얼마 안 되지 않았잖아요? 다만 산업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만은 사실입니다. 오늘날 휴대폰으로 모든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데, 이것은 과거에는 정말 상상하지 못한 발전입니다. 스타워즈 영화를 보세요. 그때는 정말 영화 속 한 장면에 불과했던 장면이 오늘날의 현실이 되지 않았습니까. 로봇과의 의사소통이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겠죠. 

따라서, 혁명적 변화는 실재합니다. 도서관도 예외는 아닙니다. 도서관은 인류사에서 5000년간 이어져 내려온 자산입니다. 과거에는 직접 찾아가서 정보를 검색해야 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백과사전이 필수였고 백과사전에 없다면 도저히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없었죠. 지금은 어느 누가 백과사전 갖고 있습니까? 이제는 정보가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되고 이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 저희 도서관에는 3400명 정도 이용자들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수십 배의 사람들이 시간과 장소의 구애없이 우리 도서관의 존재를 디지털로 이용합니다. 도서관도 본질적인 변화를 체험하는 셈입니다. 형식과 내용이 전부 바뀌기 때문에 도서관도 4차 산업혁명의 직접적 당사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제가 북유럽 국가들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로봇화로 해석하더군요. 사람의 기능을 대체하는 로봇에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이를 보면서, 4차 산업혁명은 데이터가 인공지능 기술과 합쳐지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데이터의 경우, 검증을 거쳐 신뢰성을 갖춘 데이터를 구하는 것이 관건일텐데, 도서관의 자료는 이런 걱정할 필요가 없죠. 따라서 도서관은 4차 산업혁명의 본질적인 기반입니다. 도서관 자료의 데이터화가 4차 산업혁명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말인즉슨, 도서관은 '4차 산업혁명의 원유'라고 비유하고 싶습니다.

관장님께서 올해 5월 '국가 학술정보 신경망 조성 프로젝트'를 발표하셨는데 그동안의 추진경과와 미비한 점, 향후 보안대책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요?

지난 5월에 열린 ‘제 16차 한국학술정보협의회 정기총회 및 콘퍼런스’에서 ‘국가 학술정보 신경망 조성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 도서관이 정부의 지원 속에서 학술정보를 중심으로 함께 데이터를 구축하고 공동 활용하는 생태계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국가 학술정보 신경망 조성 프로젝트’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을 국가학술 정보 통합 관리에 도입해 데이터 구축과 정보 공유 인프라를 강화하자는 것입니다. 그럼 블록체인과 도서관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몇 가지 숨겨진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사진=국회도서관)
허용범 국회도서관장. (사진=국회도서관)

첫째로, 디지털 처리된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국회도서관에서는 학술정보 클라우드 서비스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주요 기관과 디지털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유와 개방은 시대적 대세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국가기밀을 제외하고는 정보는 기본적으로 공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국회도서관은 학술정보 분야, 학위논문, 학술지, 연구논문을 중심으로 클라우드 상에서 14개 기관 대학들과 650만 건의 문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16년 전에는 전국 1833개 도서관이 모여 한국학술정보협의회라는 모임도 결성되었습니다. 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문서를 합치면 2억4000만 페이지에 해당합니다.

둘째로, 클라우드가 최신 기술이기는 엄연히 리더와 구성원 관계가 존재합니다. 자기 것을 제 3의 공간에 꺼내놓고 공유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블록체인은 각자가 정보를 외부에 꺼내지 않으면서도 모두가 자기 것처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리더와 구성원이 구분되어 존재하지 않고 모두가 ‘동등한 참여자’인 상황이죠. 다시 말하자면 자기가 자기 정보를 들고 있으면서 동시에 남의 정보도 자기 것처럼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서로의 공간에서 정보에 대한 중복투자를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게 아주대 산학협력단에 외주를 맡겨 국가학술정보 신경망 협력모델을 발간했습니다.

물론 국가에서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면 좋겠죠. (웃음) 하지만 현재 정부가 그러한 입장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우리가 앞장서서 추진하는 것입니다. 어제 마침 이사회를 거쳤습니다. 모두가 동의했습니다. 개별 도서관은 역량이 부족하니 국회도서관에서 앞장서 달라는 것이 모두의 입장입니다. 우리가 역량이 될 뿐더러 정부로부터 받는 예산도 많은 편이니까요. 

4차산업 분야에서 대한민국은 어디쯤 왔을까요? 앞으로 나아가야할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우리나라가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트렌드가 빠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탑이냐? 그것은 아닙니다. 사실 많이 떨어집니다. 예전에는 국경이 있고 각자가 어느 정도는 고립된 사회라 세계에서 3등 4등해도 먹고는 살았습니다. 하지만 요새는 1등 아니면 힘듭니다.

4차 산업혁명을 4차 산업혁명이라 부르든 뭐라 부르든, 우리나라가 시대적 트렌드에 국가 미래를 걸고 달리고 있습니까? 아닌 것  같습니다. 말은 요란하고 기구도 많지만 블록체인만 봐도 투기를 막는 규제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습니까? 세계 유명 업체들은 이미 우리나라 다 떠났습니다.

원희룡 도지사는 제주도를 블록체인 천국으로 만든다 했습니다. 제주도만 좀 이것저것 다 해보게 특별조치 해 달라 했는데 아직도 안 됐습니다. 박원순 시장도 비슷하게 해보려 했는데 이것은 더욱 어렵겠죠. 서울은 서울만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으니까요. 어느 시(市)든, 어느 도(道)든 한 3년 동안 시범 지역 만들고 결과에 대한 책임은 지자체장이 지게하면 어떨까요. 개인적으로는 국가가 그런 과감한 시도를 한번 해봤으면 합니다. 

도서관 입장에서도 과연 인공지능을 개발할 만한 데이터가 충분한가요? 기술개발은 열심인데 데이터에 대한 인식도가 낮은 것 같습니다. 좋은 데이터 없이 좋은 인공지능이 나오지 않습니다. 왜 도서관이 가진 신뢰성 있는 정보를 활용하지 않는지 의문입니다. 

물론 의미있는 시도들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재작년부터 exobrain(뇌 밖의 뇌라는 뜻)이라는 인공지능을 국책사업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예산은 수천 억이 들어갑니다. 우선은 법률분야와 특허분야의 인공지능을 개발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인공지능에 들어갈 법률데이터를 우리 국회도서관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 막바지 단계라고 들었습니다. 완성될 시 현재 활동하는 입법조사관 수준의 기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진=국회도서관)
허용범 국회도서관장이 국회도서관의 미래와 포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국회도서관)

두 번째로, 저희는 현재 내년 예산 문제로 노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매번 호소합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데이터 보관소는 국회도서관 아니냐. 특히 입법자료를 갖고 있는 도서관은 우리밖에 없다고요. (웃음) 대한민국의 삼라만상이 결합된 것이 입법 아닙니까. 더군다나 국회도서관은 예전부터 학술정보에 특화된 곳입니다. 현존하는 한국의 모든 학술논문은 다 여기 있습니다. 그것을 모두 데이터화하면 175만 권 정도가 됩니다. 그리고 사실 이미 50프로는 데이터화가 되어있죠. 나머지를 진행하는데 예산은 1000억 원 정도가 듭니다.

그래서 기재부에 일 년에 200억 원씩 주면 5년 내에 완성시키겠다고 어필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5년 내에 대한민국의 국가 데이터 자산으로 구축할 수 있다는 포부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 국가기관 대학 연구소가 국회도서관을 애용하게 될 것입니다. 세계 각국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국회도서관을 검색하게 되겠죠. 

결론적으로, 제 생각으로는 우리가 지금 탑 랭커로서 질주하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당연히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고 그 점에서 우리 도서관 자료가 이용되어야 합니다. 국가예산으로 구축된 국민 자산이기도 하니까요. 따라서 국익을 위해서 꼭 필요한 사업입니다. 제가 여기 있는 동안 사력을 다해서 노력하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하여 국회도서관에서 추천하고 싶으신 자료가 있으신지요?

지난 2월에 '4차산업 선도 국가중심도서관 선포식'을 했습니다. 관련 도서전도 개최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4차 산업혁명 관련 도서와 정부 부처 국회 보고자료 및 각종 입법대응자료 300여 점이 전시되었습니다. 현재도 2층 사회과학자료실에서 ‘4차 산업혁명 도서 특별전’을 기획전시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단행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국회도서관 홈페이지 전자도서관에 ‘4차 산업혁명’을 검색하면 학술기사 5351건, 도서자료 777건을 비롯해 학위논문, 전자자료, 국회회의록 등 국회도서관 소장 자료가 7000건이나 나옵니다. ‘인공지능’을 검색하면 8700여 건, ‘빅데이터’를 검색하면 9000여 건이 쏟아집니다. 전문지에 실리는 관련 기사, 국회의원 정책세미나 자료 등 최신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도 지속적으로 구축되고 있습니다. 입법 정보나 전문지식이 필요하다면 국회도서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시길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앞서도 말했듯이, 우리는 자급자족이 안 됩니다. 거기에서 모든 문제가 출발합니다. 이 땅에서 5000만 명이 먹는 것도 해결 못하는데요. 결국 세계와의 무역과 경쟁으로 살아남아야 합니다. 우리가 산업화는 굉장히 늦게 시작했지만 현재 빠르게 질주하고 있는 것도 IT 정보분야의 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우리가 그 이름을 뭐라고 부르든 간에 현재의 트렌드에 올라타고 앞장서지 못하면 어느 순간 낙오될 수 있습니다. 그러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도 반도체 하나로 먹고 살지 않습니까. 반도체 빼면 난리 납니다. 그 반도체도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라 정부, 기타 산업 등 모든 분야의 지원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몇몇 연구에 의하면 몇 년 지나면 세계 생산량의 10%가 블록체인을 통해 생긴다고 합니다. 시대적 트렌드에 앞장서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춰야하지 않겠습니까? 자칫 잘못하다간 다시 뒤떨어질 수 있습니다. 태국도 요새 난리입니다. 찬스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국회도서관 내부 모습. (사진=이은광 기자)
국회도서관 내부 모습. (사진=이은광 기자)

그렇다면 저희가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요. 종이 자료를 디지털 데이터화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유하고 개방해나가는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도서관계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정보는 흘러 다닐 때 더 가치가 커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예산 500억 원, 66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 국회도서관이 가진 모든 것은 국민의 자산입니다. 따라서 국가기밀이 아닌 이상 모든 것은 공유되어야 합니다. 

가령, 예전에는 의회도서관이기 때문에 대학원생 이상만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들어오지요. 토요일 일요일 모두 오픈합니다. 국민에게 아직까지 멀다? 이것은 모르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자료가 없다? 그것도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4차 산업혁명을 모바일 국회도서관에서 검색해보십시오. 자료가 만 건 이상 검색됩니다. 예전에는 개인 자료나 책도 못 들고 들어왔습니다. 그것도 제가 작년에 폐지했습니다. 부디 국회도서관의 자료를 마음껏 활용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블록체인으로 엮으면 공유까지 되겠지요. 그런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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