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최저임금과 고용에 대한 연구 매우 활발...결과는 매우 다양
- '맛 없는' 식당이 가장 직접적인 타격 받아...아마존 등 대기업들, "외식 줄 것" 예측
- 롯데·신세계, 프리미엄 슈퍼마켓 늘려가...자영업자 고충 심화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최저임금 인상은 어느 나라에서나 큰 관심과 논란의 대상이 되는 주제다. 동시에, 학계에서도 최저임금의 상승과 자영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늘 새로운 결과를 쏟아내는 소재이기도 하다. 전 세계의 비즈니스 연구가 탄생하고 모여드는 미국의 유수 MBA에서도 '영향이 거의 없다'에서부터, '부정적인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지만, 그 여파가 커서 영향 자체를 무시할 수 없다' 등 갑론을박이 활발하다. 

◆ 미국 사례로 본 최저임금 영향..."제한적" vs. "무시할 수 없어"

미국에서 진행되는 연구를 살펴보기에 앞서, 한 가지 특이한 사항을 주목할 수 있다. 미국에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제정하는 최저임금과 각 주(州)의 법률에 따라 정해지는 지역별 최저임금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50개 주 대부분이 각자의 최저임금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 수준은 연방 기준과 같거나 이를 상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바마 정부 집권 2기에 이르러서는 다수의 주가 연방정부의 권고 사항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왜냐하면 미국의 연방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로 2009년 이래 인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 시절에도 연방정부 차원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려는 노력이 있었으나,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의 반대가 심해 번번히 무산된 바 있다. 공화당 소속의 현 트럼프 정부도 최저임금 인상은 연방정부보다는 지역 실정에 맞게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라, 당분간 연방 차원에서의 최저임금 인상은 요원해 보인다.

미국의 주 별 최저임금. (사진=Factmap)
미국의 주 별 최저임금. 초록색이 10달러 이상, 파란색이 연방정부 임금 이상 10달러 이하, 노란색이 연방정부 임금, 빨간색이 그 이하를 의미한다. (사진=Factmap)

한 전문가는 지역 별로, 혹은 업종 별로 자체적으로 최저 임금을 정해놓고 있는 기업 등 변수가 많다 보니 미국의 연구는 어디에나 적용될 수 있는 통일된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에, 호주의 더쿨리아고스(Doucouliagos) 교수와 미국의 스탠리 교수는 아예 그 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된 최저임금과 고용의 관계에 관한 통계를 종합하여 2차 결과를 도출하기도 하였다. 대다수의 연구가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주장했으니, 실제 영향도 그럴 확률이 높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위 연구는 1500개의 과거 연구를 종합한 결과, 최저임금의 효과가 '0'이라는 분석이 가장 많았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자료=Deakin University)
위 연구는 1500개의 과거 연구를 종합한 결과, 최저임금의 효과가 '0'이라는 분석이 가장 많았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자료=Deakin University)

하지만 역시나 반론도 많다. 흔하지는 않지만 부정적이라고 밝힌 연구 논문들은 대체로 그 효과가 긍정적일 때보다 '많이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자료에서 볼 수 있듯, Negative(부정적)라고 밝힌 점들의 위치는 -5에서 -20까지 다양하다. 이에 최저임금의 상승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자체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앞서 언급한 교수들과 린드 레오나드 교수가 협업해 2013년 런던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도 대체로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일부 학자들은 "케이스가 좌우로 넓게 퍼져 있는 사실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의 자영업자들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결국 직접적으로 규명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결론짓기도 한다.

◆ 최저임금 상승...저소득층이 애용하는 식당에 치명타?

이에 미국의 로버트 고든 교수는 최근 미국의 외식 비용이 집에서 해 먹는 비용과 비슷해지거나, 더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에 주목했다. 외식용 식자재의 값은 안정적이었지만, 임금의 상승이 결정적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 상승은 최저임금 상승분을 상쇄하지 못하다 보니 결국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외식 비용 상승 효과만 더욱 두드러졌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5월 30일 기사에 의하면 의하면, 2012년을 기점으로 외식비용 단가가 '집밥 비용'을 앞질렀고, 그 차이는 해마다 벌어지고 있다.

물론, 외식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전과 변함없이 꾸준히 레스토랑을 찾아준다면 이는 오히려 호재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해당 기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미국의 소득 1분위 그룹은 연 소득이 4000달러도 되지 않았지만 외식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5%에 달한다. 반면 소득 최상위 그룹은 외식 비용으로 연간 1만2000달러를 지출하지만, 그 비중은 소득 대비 10%도 되지 않는다. 이에 월스트리트 저널은 "외식 단가의 상대적 증가는 저소득에게 더 민감하게 영향을 끼칠 것이고, 이들의 레스토랑 이용률을 떨어트릴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에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의 상황은 미국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자영업자 입장에서 고정비용에 해당하는 임대료와 카드수수료의 문제는 부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현재 식자재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점 또한 언급된다. 국내의 한 전문가는 "미국 등 선진국들은 현재 글로벌 경쟁 심화로 농산물 가격이 유례없이 낮은 가격에 유통되고 있다"며, "한국은 폐쇄적인 시장 구조로 늘 식자재 값이 널뛰고, 또 전반적으로 상승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데 역시나 자영업자들에게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 '맛 없는' 식당의 폐업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미국의 최저임금 인상 움직임 역시 외식업계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연구자료 「Leaving a Bad Taste」는 이와 관련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준다. 이 연구는 2017년에 발표되었는데, 이코노미스트 등 유수 언론에 보도되며 미국에서 주목받은 바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레스토랑의 영향은 음식의 맛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연구진들은 최저임금이 1달러 올랐을 때, 레스토랑 평가 사이트 Yelp의 등급에 따른 레스토랑의 폐업 확률을 조사하였다. 음식의 맛이 중간 등급의 경우 폐업 확률이 14% 증가했지만, 등급이 낮을수록 폐업 확률이 커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맛이 없는 식당일수록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이에 한 외식사업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은 저숙련 일자리뿐만 아니라, 저숙련 일자리에 의존하는 사업체의 퇴출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생산성 향상이 더뎠던 외식 산업의 구조조정을 압박하는 효과라고도 볼 수 있다. 이어, "해당 연구는 한국에서도 최저임금의 인상에 대해 왜 유독 편의점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숙련 일자리에 의존하는 사업구조에 기반했기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자영업 구조조정 놓고 의견 엇갈려...외식산업의 앞날은? 

한국에서도 최저임금 상승과 관련된 자영업의 구조조정간의 상관관계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특히,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못하면서 존속돼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의견과 ‘생계가 얽혀 있는데 구조조정이라니’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양쪽 모두 일리가 있겠지만, 자영업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점차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자영업자의 비율은 OECD 평균 대비 여전히 최상위권이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국정감사장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발언하고 있는 백종원 더본 코리아 대표. (사진=SBS뉴스 화면캡처)

외식사업가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 역시 12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백종원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에는 음식점 매장 수가 너무 많아 창업을 쉽게 할 수 없도록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섣불리 창업했다가 실패하는 사례들이 많은 만큼 무턱대고 창업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분들한테는 죄송한 이야기지만 시장원리에 따라 도태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는 도태도 돼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경쟁에서 하차한다면, 향후 외식산업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이 경우 역시 미국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작년 아마존이 미국 최대 유기농 식품업체인 홀푸드를 인수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아마존이 오프라인 유통시장에 진출하면서 주요 타깃을 '외식비용을 줄이고 오프라인에서 고급 식재료를 직접 구입할 용의가 있는 가정'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의 외식업계는 외식 단가가 점점 비싸지는 추세 속에서, 최저임금에 따른 비용 상승 압박과 동시에 아마존의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외식업계의 한 전문가는 "일단 최저임금의 실질적인 효과보다 외식 비용 상승이 더 빠른 상황이다보니 미국인들은 더 저렴한 식자재를 사다가 집에서 먹거나, 홀푸드에서 장을 본 고급 재료로 샌드위치를 준비해오는 직장인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프리미엄 슈퍼마켓이 자영업자들의 새로운 경쟁자라는 분석도

한편, 국내 대표적 유통업체들인 이마트와 롯데쇼핑도 아마존처럼 ‘대중적인 프리미엄 푸드마켓’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대중적인 프리미엄’을 내걸고, 소득 상위 30%를 위한 프리미엄 제품과 함께 대중적인 상품을 고루 갖춰 고객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세부적으로는 상품 비중을 조정하긴 하지만 프리미엄 푸드마켓은 5%가량을 최상위 프리미엄 상품, 50% 이상을 대중적인 프리미엄 상품, 나머지는 일반 상품으로 채우고 있다.

4월 롯데쇼핑은 기존 롯데슈퍼 잠실점을 폐점하고 프리미엄 매장으로 새로 단장해 ‘프리미엄 푸드마켓’으로 문을 열었다. 2016년 6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처음 선보인 롯데쇼핑의 프리미엄 푸드마켓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마트 역시 소득 상위 5%를 겨냥한 SSG푸드마켓에 이어 보다 대중적인 프리미엄 슈퍼마켓인 PK마켓을 스타필드 하남ㆍ고양에 이어 내년 하반기엔 미국 LA에서도 선보인다.

신세계의 SSG 프리미엄 식품관. (사진=신세계)
신세계의 SSG 프리미엄 식품관. (사진=신세계)

이 같은 현실 역시 자영업자들에게는 큰 시련이다. 최저임금 상승이 그다지 큰 여파로 다가오지 않았던 그간의 자영업자들에게도 직접적인 경쟁자가 생긴 셈이기 때문이다. 한 식당 주인은 "우리는 서빙 종업원들에게도 시급 만 원 넘게 준다. 원래도 최저임금 상승이 별다른 부담이 아니었다"면서도, "좋은 식재료를 사다가 좋은 음식을 만들고,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받는 우리 업자들에겐 부담이 크다"고 우려를 전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과거 주요 유통업체들의 주요 경쟁자는 골목상권이나 전통시장의 상인이었다"며, "최근에는 그러한 개념이 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외식을 덜 하게 되고, 그 기회를 배달업체나 프리미엄 슈퍼마켓이 메울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여력이 되는 사람들에게는 간편 식재료부터, 한 끼 식사가 바로 가능한 간편식까지 상대적으로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슈퍼마켓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해당 전문가는 "롯데같은 경우 내년 내로 매장을 100개까지 늘린다고 한다"며, "프리미엄 슈퍼마켓이 지금은 쇼핑몰이나 특정 부촌 위주로 형성되고 있지만, 사세가 더욱 확산될 경우 자영업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더욱 직접적일 것"이라고 경고를 보냈다.

이렇듯, 최저임금으로 시작해 나비효과처럼 퍼질 자영업자들의 위기는 다방면에서,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올해 겨울도 힘겨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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