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은 만감이 교차했다.

시멘트회사에 입사해서 이번에 부장이자 신규사업의 팀장으로 발령받은 것이다. 시멘트생산과 관련해서 대부분의 업무를 섭렵했고 매우 유능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좋은 대인관계를 맺어 왔던 그는 내심 본사 시멘트생산팀장이 되길 바랬으나 그 자리대신 시멘트와 먼 발치에 해당될 수 있는 신환경분야 팀장으로 발령받은 것이다. 이 말인즉슨, 이제는 자신이 원했던 시멘트생산팀 쪽으로는 더 이상 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동안 회사의 전례를 보면 시멘트총괄팀장은 언젠가 1순위로 기술분야 임원이 되어왔으며 상무, 전무는 물론이고 부사장까지는 잘 만하면 승진의 길이 열려 왔다. 그런데 자신은 그 첫 관문에서 그 방향이 전혀 달라졌으므로 더 이상 그러한 꿈을 꾸는 것은 허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그 자리는 자신만 노리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었을 것이다. 이번에 그 자리에 오른 동기도 마찬가지이지만 쟁쟁한 선후배가 얼마나 그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지 않았겠나. 기업문화상 보수적인 회사였으므로 모난 놈은 언제든지 정에 맞아 깨져 나갔으므로 대부분 사람들이 부드럽고 예의바른 모습들이다. 그러나 김 부장도 속으로 그랬듯이 그들 모두 마음 속에는 '네가 죽어야 내가 살 수 있다'라고 외치지 않았을까?

여기까지 만감이 교차할 때만 하더라도 '새로운 팀에서 잘 해야겠지?'라고 스스로를 다독거리고 있었지만 한편으론 마음 속에 수치심이 올라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눈이 '결국 당신은 밀렸군. 그럴 줄 알았어~'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나마 여기저기서 승진발령에 대해 축하전화와 문자전화, 건물 다른 사람들의 축하인사가 몰려왔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자신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멍함에 빠졌을 때 헤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아마도 직장생활을 좀 하신 분들이라면 인사발령의 경험이 있을 것이고 각자 나름대로의 에피소드와 그 당시의 심정을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오랜 동안 직장생활을 했었기에 인사발령 당시 여러 차례 제 이름이 오르내렸었고 그 때마다 콩닥콩닥 심장 뛰었던 느낌들을 아직도 제 마음이 기억하고 있군요.

사례의 내용을 보아, 김부장은 차장에서 부장으로 직급의 승진과 함께 한 팀의 팀장으로 발령받았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평사원에서 한계단한계단 올라와서 이제 부장까지 올라왔으면 웬만한 기업이라면 올라갈 때까지 다 올라간 것이라고 봐도 될 정도일 것입니다. 임원이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느 회사나 별들의 전쟁이라고 하지요. 사실상 0.0...%가 적용되는 아주 미미한 확률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제 3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본 것일 뿐이지요. 사람은 누구나 위로 올라가고 싶은 욕구가 있으며 이 욕구 중에는 타인에게 존중받고 싶은 욕구가 있으며 또한 이를 통해 자신이 살아있음도 느끼게 되며 더 나아가 자신이 무언가를 실현한다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존재하므로 제 3자적 이성적인 것과는 상관없이 인간은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또한 현실적인 면도 당연히 감안할 수 있습니다. 사회에서 기업이란 조직에 몸 담게 되었다는 것, 특히 관리자의 길을 간다는 것은 평지를 걷는 것이 아니라 계속 산을 올라가야 하는 숙명을 띄고 있음도 의미할 수 있습니다. 올라가서 한동안 평지를 걷다가도 다시 올라야 하는. 오르지 못하면 언젠가는 자의든 타의든 그 조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되기에 더 이상 오르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심리 중 불안과 공포와 관련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불안과 공포는 인간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감정들은 모두 아주 어린 시절부터 체득된 부정적인 감정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아기시절에 자다가 깰 때 엄마가 없으면 아기는 공포에 빠질 수 있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아기는 엄마가 있을 때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으며 엄마가 없다는 것은 자신이 생존할 수 없다는 극단적인 감정이 드러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공포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포란 감정은 공포를 일으키는 대상이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감정이라면 불안은 그 대상이 없더라도 마음에 자리잡은 감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포의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불안이란 감정이 그 만큼 자신의 마음 속에 내재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지요. 그래서 불안 중에는 특정 불안도 있지만 '범불안'이라는 것도 존재하는 것입니다.

위의 김부장은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승진하지 못함으로 이런 불안감이 자신도 모르게 엄습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만약 어린 시절에 엄마가 없는 등 공포의 경험이 많았다면 더욱 불안감에 휩싸였을 수도 있었겠지요.

앞의 김부장을 좀 더 관찰해보면, 그는 평상시에 대인관계도 좋으며 능력도 좋은 사람으로서 보수적인 회사는 물론 어느 조직에서도 잘 어울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는 마음의 상태가 좋을 때의 모습일 것입니다. 김부장이 경험하는 승진발령이라는 상황은 대단히 긴장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그는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있다는 뜻이 됩니다. 

승진발령인데 무슨 스트레스가 존재할까 하겠지만 여기에도 스트레스가 존재합니다. 홈스와 라헤라는 심리학 박사들이 생활 가운데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지수화하였는데 가장 높은 것을 배우자사망으로 해서 100이라고 한다면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은 39, 직무변화 36, 직위변화 29, 커다란 개인의 성취 28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상사와의 불화가 23이고 이사로 인한 주거지변화가 20 이라고 하니 김부장이 경험하고 있는 상황은 결코 낮지 않은 스트레스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김부장은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하고 다른 일을 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자신의 미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 등을 모두 감안하면 앞에서 열거한 스트레스 지수보다도 더 높은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스트레스를 감내하다가도 자신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가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부정적인 심리로 빠져 들 수 있습니다. 김부장의 경우 순간적으로 '멍함'에 빠져 들었는데 멍함이란 한 마디로 생각이 멈추고 감정이 멈추는 상황이 되는 것이지요. 사람마다 그 빠져드는 부정적인 심리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데 '멍함'은 많은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부정적인 감정에 해당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만약 김부장이 그런 상황에 놓인 것에 갑자기 분노감이 올라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왜 자신이  원하는 그 곳으로 갈 수 없는지를 생각할 때 회사탓을 할 수도 있고 말입니다. 김부장의 경우는 이런 부정적인 감정에 있는 것은 아니고 주로 자신을 탓하는 감정을 가지는 경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남들의 눈을 의식했을 때 수치심이란 감정도 생겼다고 했는데 수치심은 자신이 자신을 평가하고 그 값이 낮을 때 스스로가 자신이 못났다고 생각하므로 생기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들은 승진해서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 때, 그는 복잡한 감정과 함께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물론 그 상황에 하루종일 갇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 놓일 때 우리의 마음은 순간적으로 스스로 통제할 수도 없고 자신이 알 수 없는 감정에 빠질 수 있는 것이지요.

우리가 직장생활을 하거나 어떤 상황에 놓일 때 자신도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 갑자기 놓일 때가 있습니다. 이것이 심한 경우 평상시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도 있겠지요. 어떤 사람은 이런 것에 많이 노출됨으로 누구나 그가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도 있지만 김부장의 경우는 그 정도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과연 이러한 때에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다루는 것이 좋을까요?

물론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자신의 심리를 아는 만큼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지요. 그런데 지금 당장 이러한 상황에 놓일 때 임시방편으로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방법은 바로 심호흡입니다. 숨을 길고 크게 들이쉬고 1~2초 멈추었다가 다시 천천히 내리 쉬는 것입니다. 이를 천천히 몇 차례 반복하면 마음이 좀 더 평안해질 것입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이 있듯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릴 때는 먼저 이것부터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글ㅣ오명철 (100세시대좋은가족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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