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선진국들, 선형경제 대신 순환경제로 전환...우리나라는 이제 도입 단계
- 서울시, 쓰레기 문제에 적극 대응...'플라스틱 프리 도시' 선언

(사진=권순호 기자)
(사진=권순호 기자)

[데일리비즈온 권순호 기자] 회사원 A씨는 카페에서 머그잔에 담은 커피를 마시는 게 아직 익숙하지 않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점심 식사 후 매장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한껏 여유를 부리다가, 시간이 되면 남은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사무실로 다시 돌아가곤 했다. 하지만,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이 금지되면서 그런 소소한 즐거움은 누릴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개인용 텀블러를 들고 다니기엔 너무 번거롭다. 

카페 매장 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이 중단되게 된 계기는 지난 4월 쓰레기 대란이 발생하면서 부터다. 쓰레기 대란은 중국이 환경문제 등을 이유로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면서 일어났다. 중국은 2016년 기준 전 세계 재활용 쓰레기의 절반을 수입한 세계 최대 쓰레기 수입국이다. 우리나라도 국내 폐기물의 상당량을 중국에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활용 쓰레기 대란 사태가 발생한 후, 정부는 지난 5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50%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지난 8월부터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내부에서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되었으며, 오는 11월부터는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서의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도 전면 금지할 예정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주요 선진국들, 자원의 지속가능한 사용을 위한 순환경제로 전환

유럽연합(EU)은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하고 재활용 폐기물 문제에 대처해 나가고 있다. 선형경제라 불리는 이전 방식이 생산과 소비를 거쳐 폐기로 끝나는 수준에 머무르던 것에 비해, 순환경제는 생산 단계부터 재활용을 고려하는 방식을 말한다. 

2015년에 이미 유럽은 'EU 순환경제 패키지'를 도입해, 2030년까지 폐기물 재활용을 위한 생산·소비·관리로 이어지는 단계별 이행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올해 1월엔 'EU 순환경제 플라스틱 전략'을 공개하고 203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의 50% 이상 재활용 하도록 관련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EU는 이를 통해 자원의 친환경적 사용과 지속가능한 활용을 통해 환경문제와 일자리 등 경제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30년까지 220억 유로(29조 원) 규모의 환경피해를 예방하고, 플라스틱 분리수거와 재활용 산업 분야에서 2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순환경제를 도입한 재활용 쓰레기 처리의 모범 사례로는 일본이 꼽힌다. 일본용기포장재활용협회에 따르면 일본에서 페트병을 포함한 플라스틱 폐기물의 자국 내 처리 비율은 88%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플라스틱 페트병을 쓰는 일본 업체들은 생산할 때 색이 없는 투명한 페트병을 이용하고 포장지를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절취선을 만들어 놓고 있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일본은 이물질이 묻어 있으면 재활용품으로 수거하지 않는 엄격한 분리배출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폐기물을 버리기 전에 물로 세척하고 포장재를 깨끗이 제거해야 한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지난 5월 정부세종청사 제2공용브리핑룸에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지난 5월 정부세종청사 제 2공용브리핑룸에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분리수거 불구 재활용 어려워...아직 순환경제 도입 단계

우리나라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쓰레기 버리는 날’을 적용해 가정에서 폐기물을 버릴 때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는 편이다. 환경부에서 지난 3월 발표한 ‘5차 전국폐기물 통계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배출된 전체 재활용 쓰레기 가운데 분리수거된 비율은 69.1%로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막상 재활용하기에 적합한 폐기물은 적다는 업계의 지적이 나온다.

생산 측면에서 국내 업체가 사용하는 플라스틱 페트병의 경우 제품별로 서로 다른 색상이나 재질로 인해 재활용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더라도 재활용이 어려워 처리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2015년 기준 국내 페트병 중 재활용 용이성이 1등급인 제품은 전체의 1.8% 수준에 불과했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플라스틱에 먹고 남은 음식물이나 택배박스에 붙은 테이프같은 이물질이 많아 재활용 업체에서 다시 한 번 분류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재활용 업계에서는 유럽 등에서 들어오는 이물질이 없는 페트병 폐기물을 수입해 재활용하는 비용이 국내 폐기물을 이용할 때보다 저렴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 5월 발표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에 제조·생산 단계에서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은 퇴출시키고 2020년까지 제조업체에서 사용하는 모든 생수·음료수용 유색 페트병을 무색으로 전환시키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분리·배출하는 단계에서 소비자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대국민 분리·배출 안내서를 마련하고 스마트폰 앱 개발 등도 추진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지난달 4일엔 일회용 컵·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2027년까지 '제로화'하는 10개년 '자원순환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서울 종합계획’을 발표...2022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 절반 감축

한편, 서울시는 지자체 차원에서 환경문제 관련 정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서울시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는 '플라스틱 프리(free) 도시'를 선언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서울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오는 2022년까지 시내 플라스틱 사용량 50% 감축, 재활용률 70% 달성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단독주택 지역에도 ‘분리배출 요일제’를 도입하고 ‘주택가 재활용정거장’도 2022년까지 6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광진구와 동대문구 2개 지역에서 활용하고 있는 인공지능 재활용품 자동회수기도 2020년 25개 전 자치구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앞으로 서울시가 관리하는 시설에 입점하는 매점, 음식점, 푸드트럭 등은 일회용품 사용을 억제한다는 규정을 도입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신규 계약이 제한된다. 특히, 한강시민공원은 주변 배달음식점에서 플라스틱 용기를 종이용기로 대체할 수 있도록 협의를 진행하여 ‘플라스틱 아웃 공원’을 만들 계획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시민단체와 함께 ‘5대 일회용품(컵·빨대·비닐봉투·배달용품·세탁비닐) 안 쓰기’ 실천운동을 실시해 다소비 업종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순회 캠페인을 벌이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는 누구 하나만의 노력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공공과 민간, 업체 등 모든 주체가 협력해야 할 사안”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분리수거를 못 하게 하는 요인인 검정비닐의 경우 생산과 유통 자체를 금지하도록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쓰레기 이슈와 관련해 환경 문제가 심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다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아직은 부족해 보인다. 분리수거만 잘하면 해결될 줄 알았고, 그러면서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편리함에, 중국으로 수출하면 해결되는 편리함에 익숙해진 탓이다. 이제부터라도 소비자뿐만 아니라 관련 제조·유통업체와 지자체 공동의 노력을 통해 폐기물 관리 문제를 개선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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