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중국이 야심차게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선언하고, '일대일로'를 통해 주변국들에게 영향력을 과시할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하지만 하반기들어 무역전쟁에서 먼저 발을 뺴려는 분위기가 감지된 데다가 최근 각국에서의 정권 교체가 중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인사들의 집권으로 이어지자, 중국은 연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최근 미국은 각국과의 무역협정에 독소조항을 추가하는 안을 통해 중국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필리핀은 아예 미국, 일본을 남중국해에 '초대'해 미국의 봉쇄정책에 적극 찬동하고 있다. 인도와의 '대리전'이 펼쳐지는 장으로 알려져 있는 남아시아의 몰디브에서는 최근 친인(印)파 인사가 집권함에 따라 일대일로가 또 한번의 위기를 맞았다.

◆ 미 상무장관 윌버 로스, "무역협정에 '독소조항' 추가해 중국에 압력"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7일 미국이 일본, 유럽연합(EU)과 무역협정에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독소조항'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5일 "미국은 중국에 압력을 넣기 위한 독소조항(poison pill)을 추가할 준비가 돼 있다"며, "최근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와 체결한 조약에 들어간 이 독소조항은 향후 다른 교역국과의 협정에서 반복될 수 있다"고 밝혔다. 말인즉슨, 최근 합의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는 협정 참여국 중 어느 국가라도 '비시장 경제'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다른 국가들이 이 협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조항을 언급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비시장 경제는 바로 중국을 뜻한다. 중국 정부의 끈질긴 요청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연합은 중국을 '비시장 경제'로 간주하고 있다. 이 조항이 중국에 초래할 가장 큰 타격은 중국의 대미 우회수출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중국이 캐나다나 멕시코와 FTA를 타결할 경우 이들 국가에 무관세나 낮은 관세로 제품을 수출한 후 다시 미국으로 수출하는 '우회수출'이 가능해지지만, 이번 USMCA 조항으로 이는 아예 불가능해졌다. 게다가,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는 물론 EU, 일본 등과 비슷한 내용의 합의에 도달하면 중국은 이들 국가와 FTA를 체결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봉쇄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이들 국가의 자동차 수출이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며 수입차량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일본과 EU로서는 미국의 독소조항 요구를 거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 필리핀은 미국, 일본과 남중국해 합동훈련...미중 군사충돌 위기감 고조
한편 필리핀이 미국, 일본과 합동 군사훈련을 펼치며 중국 측을 도발하고 나섰다. 7일 GMA뉴스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필리핀은 지난 2일부터 필리핀 북부 루손 섬에서 열흘간의 일정으로 미국, 일본과 합동 군사훈련 '바다 전사들의 협력'을 실시하고 있다. 암호명이 '카만닥'(Kamandag, 독 또는 원한이라는 뜻의 필리핀어)인 이번 훈련에는 미군 1000명, 필리핀군 350명, 일본 자위대원 100명 가량이 참여했다. 일본 자위위대의 경우, 해당 병력의 무장차량이 외국 영토에 진입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지난 6일에는 중국이 점령하고 있지만, 필리핀과 영유권 갈등을 빚는 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에서 250㎞가량 떨어진 필리핀 해군기지에서의 상륙작전울 포함한 군사훈련까지 불사했다. 이에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중국 함정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는 미국 구축함에 40m까지 접근하며 일촉즉발 상황을 연출하는 등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었던 것이다. 이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력 시위'가 지속할 경우 양국 간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 몰디브 대선서는 야당측 모하메드 솔리 집권...잇따른 반중파 인사 집권에 중국은 시름
설상가상이다. 중국의 최대 대외경제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가 연안 친중정권의 잇단 선거 패배에 당혹감을 더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현안에서 중국을 지원할 '우호국'을 붙들어 두기 위해 필사적이라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7일 지적했다. 이에 최근 열린 몰디브 대선에서 현직인 압둘라 야민 대통령은 중국의 지원을 업고 교량과 주택 건설 등을 추진하다 거액의 부채를 떠안은 데다 불투명한 건설자금이 부패의 원천이 됐다는 비판에 밀려 선거에서 패했다. 이에 몰디브는 인도양의 지정학적 요충인 만큼 중국은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선거결과가 나온 9월 25일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새 정권에 "현지 중국기업에 양호한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기 바란다"고 논평했다. 경쟁국 인도와 가까운 새 정권과의 관계유지가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집권한 모하메드 솔리 당신인이 상대적으로 친인도파 인사로 분류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번 선거전에서 솔리의 막후에서 십분 활약한 나시드 전 대통령이 집권시절에 특히 그러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나시드 전 대통령은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중국과의 계약사업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신정부가 들어선 임란 칸 정부의 파키스탄, 마하티르 정부의 말레이시아가 잇따라 중국과의 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몰디브마저 인도의 품에 다시 안기게 된다면, 중국의 향후 대외경제정책이 큰 차질을 빚을 것이 분명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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