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 미래산업 지형 바꿀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
-한국, 출발 늦고 규제 심해 미래 산업 지형에서 뒤처질 우려 높아져

[데일리비즈온 신동훈 기자]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의 산업지형을 바꿀 차세대 기술로 급부상하며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제 2의 인터넷 혁명’이라거나 그 이상이 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심지어 오는 10월에는 평양에서 블록체인 관련 세미나가 열린다는 소식마저 들릴 정도다. 

선진국들과 글로벌 주요기업들은 일찌감치 블록체인 관련 정책 연구와 기술 투자를 진행하며 한 발짝 앞서 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상대적으로 출발이 늦고 관련 규제 벽이 높아 블록체인 분야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행히 올해 들어 민·관·학계를 중심으로 각종 논의가 활발해지며 격차를 좁혀가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은 블록체인 분야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고 IT강국의 면모를 되찾을 수 있을까?

블록체인 기술, '새판' 짤 기회로 급부상

블록체인 기술이란 분산 컴퓨팅을 기반으로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이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데이터를 검증하고 저장함으로써 특정인의 임의적인 조작이 불가능하도록 설계된 플랫폼을 가리킨다.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 비용 절감, 해킹 등의 외부 공격에 대한 안전성 등과 함께, 기술 기반 사업으로의 확장성 및 참여주체에 대한 합리적 보상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탈중앙화에 따른 정보나 비즈니스 기회의 독점을 방지하고, 기존의 산업 생태계를 근본부터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게임 체인저’로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 국제연합, 국제결제은행 등의 주요 국제기구와 단체들은 물론, IBM, MS,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이 미래의 정부 정책과 산업 시장 분야에서 커다란 중요성과 영향력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5년이면 전 세계 총생산의 10%가 블록체인 기술로 저장될 것으로, 시장조사 기관인 가트너는 블록체인 시장이 2025년 1760억 달러, 2030년 3조1600억 달러 규모(약 3500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세계 주요국가들은 대부분 2016년부터 블록체인 관련 정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이미 2015년에 비트코인을 디지털 자산으로 인정했으며 지난해부터 공공분야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헬스케어 연구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은 역시 지난해 사물인터넷 지원 규제계획을 수립하고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으며, 호주는 블록체인을 국가미래 기반 기술로 선정하고 다양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중국은 위안화를 위한 블록체인기반 전자화폐를 추진하며 31개 중국회사를 묶어 블록체인협의체를 발족했으며, 일본은 비트코인을 전자화폐로 인정하고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을 위해 다양한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에스토니아는 2015년 일찌감치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시민권(e-Residency)을 도입해 ‘블록체인 강소국’으로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우리나라 행정자치부도 2017년 전자정부 50년을 맞아 지능형 정부를 이끌어갈 10대 기술 트렌드 중 하나로 블록체인을 선정했다. 지난 6월  과학기술정통부는 “국내 블록체인 시장이 향후 5년간 10배 이상 성장하고 2022년까지 약 1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주요 글로벌기업들 역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거나 도입 후 확대 적용을 준비 중이다.

IBM은 지난해 100건 이상의 블록체인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MS, 아마존 등은 클라우드 기반의 블록체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앞서나가고 있고, 구글이 그 뒤를 바짝 바짝 뒤쫓고 있다.

물론, 블록체인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블록체인 커뮤니티인 크립토서울이 주최한 ‘블록체인 밋 아카데미’ 밋업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최근 블록체인에 쏟아지고 있는 지나친 낙관론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아직 완성도가 높지 않아 보완을 위해 더 많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한데, 언론 등을 통해 긍정적인 측면만 부각되거나 막연한 환상을 갖게 된다는 점을 경계한 것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승주 고려대 교수는 "블록체인은 암호학 등 컴퓨터 과학만 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 이론 등 사람의 심리를 해석하는 학문도 결합돼 있기 때문에 향후 5년에서 10년은 더 개발해야 한다"고 했으며, 김용대 카이스트 교수는 "블록체인은 많은 이들의 생각과 다르게 안전하지 않다. 기존 인터넷 네트워크 위에서 가동되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 4월에만 인터넷의 취약점을 이용한 해킹으로 이더리움 15만달러 어치가 도난당했다. 블록체인의 지향점은 굉장히 좋지만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승주 교수는 또한 "지난해 말 독일에서 전문가 50여 명을 인터뷰해 블록체인 관한 전망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쓰이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결론이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블록체인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를 계기로 처음 관련기술이 고안돼 2009년 비트코인을 통해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진 신생기술이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개발자들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과 확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초기단계에 있으며, 표준화·상용화·범용화에 있어 명확한 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한계점도 지니고 있다.

한 마디로 잠재력과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으나 그만큼 기회와 위협, 장점과 단점 등이 공존하는 ‘덜 여문’ 유망 기술인 셈이다. 

출발 늦은 한국...올해 들어 각계 논의 활발

한국은 블록체인 분야에서 출발이 늦었다. 게다가 지난해 거세게 불었던 ‘암호화폐 광풍’의 후유증으로 정부의 규제벽도 높다. 국제적으로 주요국 가운데 ICO(암호화폐 공개)를 전면금지한 나라는 한국과 중국뿐이다.

하지만 중국은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 대해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전세계 암호화폐의 시가총액을 확인할 수 있는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4일 기준 전세계 블록체인 프로젝트 수는 약 2000개에 이르며, 이 가운데 약 40%는 영미권, 나머지 대다수는 중국권에 근거를 두고 있다.

블록체인에 대한 국내 규제를 피하기 위해, 국내기업들은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시작하기 위해 싱가포르, 홍콩 등에 해외 법인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블록체인 업계의 한 전문가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일정정도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암호화폐의 원천기술이라는 이유로 블록체인 기술 개발 자체를 막으면 한국은 결국 블록체인 후진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았다. 

(이미지=블록체인서울 2018 포스터)
(이미지=블록체인서울 2018 포스터)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국내 블록체인 업계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민·관·학계를 중심으로 각계의 논의가 활발하고, 세미나·포럼·전시회 등 관련 행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블록체인의 선행 산업분야가 될 금융, IT업계의 주요업체들도 투자에 나서는 등 본격적으로 대비를 시작한 모양새다. 

국내 블록체인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인 것이 사실이나, 업계에서는 블록체인 분야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낸다. 블록체인 분야의 글로벌 주요업체들은 올해 서울에서 열린 각종 관련행사에 번갈아가며 참가해 저마다의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였다.

서울에서 지난 8월에 열린 ‘블록페스타 2018’과 9월 ‘블록체인 서울 2018’에 참가한 해외 전문가들은 “전 세계 블록체인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상징성이 있다, 우리에겐 중요한 시장”이라며 “IT플랫폼 분야에서 쌓은 한국의 기술력과 노하우는 블록체인 분야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과학기술정통부가 블록체인오픈포럼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블록체인 시장규모는 500억 원 미만, 참여기업 30여 개, 종사자 수 600여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 들어 블록체인 기업을 표방하는 다양한 스타트업과 중소 전문기업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삼성SDS, LG CNS, KT, SK텔레콤 등 IT서비스 및 통신 분야 대기업들도 블록체인 기술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지=블록페스타2018 포스터)
(이미지=블록페스타2018 포스터)

한국은 실제로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블록체인 거래시장을 갖고 있다. 한때 세계 10위권의 거래소가 한국에 2개나 포진해 있기도 했었다. 몇몇 코인들이 한국에 거래되면서 글로벌한 가격 폭등을 가져오기도 했다. 또한 수년전 창업한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코인플러그는 올해 초 조사에서, 블록체인 기술 특허 보유건수에서 세계 3위를 차지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기업이나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게임기업들의 움직임은 좀 더 빠르고 구체적이다. 블록체인 기술전문 자회사 설립하거나 메신저나 게임 서비스를 기반으로 블록체인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지난 2월 'NTP(넷마블 투게더 위드 프레스)' 행사에서 "넷마블은 신사업이나 신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미래 기술에 언제나 관심이 있다"며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해 큰 비전을 갖고 있다, 게임과의 연계성도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에서 새로운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그동안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했던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가 거는 기대는 크다.

박현제 서강대 블록체인연구센터 교수는 최근 한 매체의 기고문을 통해 “블록체인은 기존에 한계를 느껴왔던 소프트웨어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개방과 공유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지렛대”라며 “우리의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국제 수준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도구일 뿐 아니라, 분산형으로 디지털 경제를 개혁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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