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 매출의 3% 세금 부과하는 구글세 도입 추진
- 우리나라도 구글세 도입하자는 목소리 많아져...국내와 해외 인터넷사업자간 역차별 해소 쟁점
- 섣부른 구글세 도입은 도리어 국내 업체들만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사진=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권순호 기자] 구글이나 페이스북와 같은 글로벌 IT기업들이 제공하는 인터넷서비스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다. 이들은 SNS나 동영상, 앱 플랫폼 등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며, 이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도 그만큼 클 것이라고 예상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들이 국내에서 매출을 얼마나 벌어들이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글로벌 IT기업들이 본사를 세율이 낮은 국가로 이전하고 매출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구글은 국내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싱가포르 등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로 매출을 이전해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 지난해 구글코리아가 낸 세금은 200억 원 정도로, 네이버에 부과된 법인세 4000억 원의 5% 수준이다. 이로 인해 국내와 해외 인터넷사업자간 역차별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태희 국민대학교 교수는 지난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미디어경영학회 특별 세미나‘에서 구글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3조2100억~4조9000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이 향후 ’구글세‘ 도입을 추진할 때 매출 근거 자료에 대한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U, 구글세 도입 추진...조세회피 방지 목적

유럽연합(EU)은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대기업의 온라인 광고나 데이터 판매 매출에  세금을 부과하는 일명 ‘구글세’ 세제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IT기업들이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나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조세를 회피하는 행태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하트비히 뢰거 오스트리아 재무장관은 이날 열린 EU 재무장관 회의 이후 "IT 기업 매출에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기술적인 수준에서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올해 안에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세제안이 시행되면 구글 등 글로벌 IT 대기업들은 온라인 광고, 이용자 데이터 판매 등으로 얻은 매출의 3%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EU는 이를 통해 50억 유로의 세금이 확보될 것으로 추정했다. 글로벌 매출 7억5000만 유로(9750억 원), EU 내 매출 5000만 유로(650억 원) 이상인 IT 기업 150여개가 부과 대상이 될 전망이다. 

지난 19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회, ‘구글세‘ 관련 법안 잇따라 발의

우리나라에서도 EU처럼 구글세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와 해외 인터넷사업자간 역차별 문제를 해결하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9일 서울 삼성동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구글의 1년 광고수입은 5조 원, 유튜브는 3조5000억 원을 넘었다"며 "구글세 부과를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영국은 최근 2년 동안 5000억 원의 구글세를 부과했다"며 "정확한 매출액은 평가가 안되지만 유럽연합도 매출액의 3%를 부과하는 시도를 한 만큼 우리도 국내산업 보호차원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과방위 소속 의원들도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을 겨냥한 ‘역차별 해소’ 법안들을 발의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IT 기업이 의무적으로 한국에 서버를 설치하도록 할 방침이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해 해외 IT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거나 개인정보 관리를 소홀히 하면 서비스를 중단시킬 수 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성태 한국당 의원도 같은 법 개정안에 넷플릭스 같은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업체도 경영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는 지난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해외 사업자에 대한 세금 부과의 문제점’을 주제로 특별 세미나를 개최했다.(사진=권순호 기자)

섣부른 구글세 도입은 국내 업체들의 피해로 되돌아올 수 있어

지난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미디어경영학회 특별 세미나‘에서는 구글세가 성급하게 도입되면 오히려 소비자와 국내 기업들의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차재필 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디지털세(구글세)는 매출에 3%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인데 그 조세부담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고, 자칫하다간 우리나라 기업들만 억죄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대호 성균관대학교 교수도 디지털세 도입이 소탐대실하는 정책이 되지 않을까 우려를 표했다. 그는 “미국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수직결합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자, 유럽과 아시아 등 다른 여러 국가에서도 이를 따라 MS에 과세하기 시작했다”는 사례를 제시하며, 우리나라에서 ‘구글세’를 적용하면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리는 국내 인터넷사업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지은 법무법인 동서남북 변호사 또한 “디지털세를 걷으려면 세원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구글이 제대로 신고를 하지않아 조사하기가 어렵다”며, “현재로서는 국내 기업에만 디지털세가 부과될 것이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한편, 지난 26일 국회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는 오는 10월 1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국정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감은 이날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인터넷사업자와 국내 업체 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리는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구글코리아와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를 증인으로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의원은 해외 경영진까지 증인 출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