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대 "원전, 전력생산비용 낮고 환경오염 적어"
- 찬성 "원전도 환경문제 있어...신재생에너지 기술 발달로 비용문제 해결될 것"
- 독일 사례에서 배우자...국민적 합의와 에너지 산업 환경 분석 통해 탈원전 추진할 여건이 충분하다고 판단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모습. (사진=연합뉴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모습.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권순호 기자] 2011년 3월 일본 동부에서 대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해 후쿠시마 원전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위험 수준인 7등급으로 평가받았다. 예상치 못했던 자연재해에 일본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후쿠시마와 주변지역에 살던 주민들은 하루 아침에 이재민이 돼 다른 지역으로 떠나야만 했다. 이 사고로 사람들은 더이상 원전의 안전성을 믿을 수 없게 됐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자, 지난해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국민들에게 원전의 철폐를 약속했다. 지난해 문 정부는 신규 원전 백지화,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에너지 탈원전 정책을 공식화했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4기 가운데 15기를 없애고, 신규 원전이 건설되더라도 2038년에는 14기만 남긴다는 구상이다. 또한,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30.3%에서 2030년 23.9%로 낮추고, 6.2%인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원자력 업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 반대 "전력생산비용 낮고 환경오염 적어"  

탈원전 반대 측에서는 먼저, 탈원전 정책은 세계 시장규모가 600조에 이르는 원자력 시장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원전 기술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4단계 설계인증(DC)과 유럽사업자요건(EUR)을 모두 획득하고 있다. 현재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 5개국(한국, 프랑스, 일본, 중국, 러시아)으로 그중 미국과 유럽의 인증을 모두 획득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탈원전 정책은 원전시장에서 어렵게 쌓아올린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다. 

반대측은 또 탈원전을 추진하는 국가가 원전을 수출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한다.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수주 계약에서 한전이 우선협상자 지위에서 떨어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탈원전으로 주춤하고 있는 틈을 타 중국이나 러시아 등 후발주자들이 세계 원전 시장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탈원전에 따른 전력비용 상승 등 경제적 타격도 우려되고 있다. 아직까지 신재생에너지의 전력생산량이나 생산 단가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어, 전력생산 비용과 수급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전기차 등 전력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탈원전을 할 경우 미래에 충분한 전력생산량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도 전력생산량과 비용 문제로 원전을 다시 가동하고 있다. 원전 비중을 1.7%까지 줄이고, 83.8%를 화력발전에 의존하면서 전기료가 크게 인상되자, 일본 정부는 원전 재가동을 승인하고 발전 비중도 높이고 있다. 일본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주력 전원'으로, 원전을 '기반 전원'으로 하는 에너지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이를 실행해나가는 중이다. 2016년 기준 14.5%인 신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22~24%로 높일 계획이다. 2016년 3기에 불과했던 가동 원전 수를 현재 9기로 늘렸다. 또한, 다른 19기 원전이 재가동을 신청한 상태로 향후 가동 원전 수를 30기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신재생에너지가 아직 전력 생산효율성이 뒤떨어지는 상황에 탈원전을 추진하게 되면, 다른 석유나 LNG(액화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할 수 없고,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가 파리협정에서 제시한 ‘2030년까지 온실가스배출량 전망치(BAU) 대비 37%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1kWh의 전력을 생산할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원전이 10g인데 비해 석탄(991g), LNG(549g) 등 화석연료는 현저히 많다.

또한, 태양광과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들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 필요할 때 쓰지 못할 수 있다. 전력 수급이 불안정해지는 상황에 대비해 LNG(액화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이 늘어나고, 결국 온실가스 배출량은 원전을 사용하던 때보다 더 많아지게 된다.

아그네타 리징 세계원자력협회 사무총장은 "원자력 없이 지속 가능한 미래 에너지원은 없다"면서, "원자력은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깨끗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전국 9개 대학교 원자력 학과 학생 대표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탈원전 정책 졸속 행정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일 전국 9개 대학교 원자력 학과 학생 대표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탈원전 정책 졸속 행정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찬성 "원전도 환경문제 낳아...신재생에너지 기술 발달로 비용문제 해결될 것"

탈원전을 찬성하는 측에선 원전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실제 들어가는 비용이 더 많다고 주장한다. 원전의 발전단가는 저렴해도 건설에 드는 비용과, 가동중단 이후 처리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찬성 측에 의하면, 원전은 온실가스 배출은 적지만 폐기물 방사능 처리 문제 등 환경 문제는 계속해서 지적받아왔으며, 이를 경제적 비용으로 환산하면, 다른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것보다 결코 적지 않다. 원전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처리할 때 들어가는 경제적 비용에 더해, 원자력 폐기물을 보관할 지하수 오염 가능성 등이 없는 안전한 장소를 물색하면서 사회적 비용이 더해진다. 방사선 차폐복만 해도 독성이 없어지는데 300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 후 핵연료 등 폐기물의 독성이 완전히 없어지려면 최대 30만년이 걸린다. 사실상 영구적인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찬성 측은 또한 가격이 비싼 태양광, 풍력 에너지 단가 문제도 기술이 발전하면서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기술개발, 세제 지원, 시장 확대 등으로 태양광발전은 5년마다 가격이 50%씩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한, 신재생에너지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분야다. 블룸버그는 2018년 보고서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투자가 지속되면,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2015년 23%에서 2050년 64%로 늘어나고, 원전은 20%에서 10%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즉, 미래에는 기존 화력‧원자력 중심에서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구조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원전이 지진이나 쓰나미 등 자연재해에도 충분히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빈도수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원전이 밀집되어 있는 부산‧경상 지역에서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2016년 경주에서 국내 지진 관측 이래 가장 큰 규모 5.8의 강진 발생 후, 지난해 11월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한 여진이 발생하면서, 지역 주민들이 크게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1998년 기간 동안 연평균 19.2회의 지진이 발생했으나, 1999~2016년까지는 연평균 58.9회 발생해 3배 이상 늘어났다. 

원전은 한 번만 사고가 발생해도 대처 불가능한 대규모 재앙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가장 두려운 점이다. 예를 들어, 고리원전에서 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할 경우 고리원전 반경 30㎞에 살고 있는 부산·울산지역 340만 명이 피난이주를 해야 할 최악의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 탈원전, 독일 사례에서 배우자

독일은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독일 내에서 원자력에 대한 회의적인 여론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후 1998년 출범한 녹색당과 사회민주당 연립정부가 2000년부터 탈원전을 단행하기 시작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다시 원전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커지자 메르켈 정부는 노후 원전 8기의 가동을 즉각 중단하고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더작센주에 위치한 풍력발전소 모습. (사진=독일 정부 홈페이지 및 픽사베이 취합)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더작센주에 위치한 풍력발전소 모습. (사진=독일 정부 홈페이지 및 픽사베이 취합)

하지만, 일찍부터 탈원전을 추진해온 독일은 그에 따른 여러 부작용도 앓고 있다. 전기요금은 오르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증가하고 있다.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30.3%다. 하지만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태양광과 풍력의 한계 때문에 전력수요 대비 전력생산이 불안정해,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졌다. 특히, 2017년 1월 독일은 150%의 높은 전력예비율에도 불구하고, 겨울철 최대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정전 위기 직전까지 갔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독일의 화석연료 발전량 비중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6년 기준 독일의 총 발전량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33.4%, 화석연료는 51.4%다. 이 때문에 독일은 EU국가 중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2016년 독일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7억6080만 톤으로 프랑스(3억1600만 톤)보다 2배 이상 많다. 이에 따라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4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된다.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신재생에너지 부과금과 송전망 증설 등으로 인해 2017년 2월 1kwh당 29.16 유로센트로 2010년 23.69 유로센트보다 23% 증가했다. 유럽에서 독일은 전기요금이 가장 비싼 나라다.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유럽 평균보다 50% 이상 비싸고 프랑스의 2배, 우리나라보다 2.8배 비싸다.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기하는 탈원전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국민적 합의와 에너지 산업 환경에 대한 분석을 통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 국민들은 탈원전은 반드시 필요하고 다른 국가들도 이에 동참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전기요금 상승이나, 온실가스 배출도 예상했던 일이며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독일 정부는 단순히 여론에만 의존해 탈원전을 단행하지 않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2017년 발표한 ‘독일의 탈원전정책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독일은 탈원전의 정책적 판단을 위해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새로운 에너지원이 원자력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가”에 대해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들어보는 작업을 실시했다. 윤리위원회는 최종 보고서에서 “탈원전은 독일의 산업 경쟁력 및 산업 입지 조건이 위험에 처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밝히며, “독일은 지금까지 과학과 연구 그리고 기술의 진전 등으로 새로운 에너지자원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기 때문에 탈원전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즉, 독일은 원전에서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구조를 전환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 우리나라는 탈원전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탈원전을 감당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신재생에너지로 중심 구조로 넘어갈 수 있는 여력이 갖추어졌을까? 

글로벌 에너지기업 BP가 발표한 ‘2018 세계 에너지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신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은 2.8%에 불과하다. 반면, 석탄(46.2%)과 원자력(26%) 발전비중은 70%를 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탈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늘리는 ‘재생에너지 2030정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6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안에 위치한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6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안에 위치한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지난 6월 발표한 ‘탈원전 에너지전환정책의 성공 요건’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 84.6%가 에너지전환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탈원전에 따른 외부비용을 발전 단가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67.7%로 월 평균 1만5013원을 추가 비용으로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이제는 실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세부 실행계획을 구체화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전력공급 때 경제성뿐 아니라 환경과 국민안전을 고려한 전기사업법 개정의 시행령·시행규칙 조속한 정비, 외부비용을 반영한 발전원별 세제 개편, 적정 전기요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 등을 제시했다.

우리나라도 지속적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장려해왔지만, 아직까지 원자력발전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많다. 전력요금 상승, 온실가스 배출 증가 등 문제는 에너지 전환을 시도하면서 겪어야할 문제라고 하더라도, 섣부른 탈원전 정책은 국내 경제와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7월 탈원전 로드맵에 대해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고 설계수명이 다 된 원전을 연장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밝혔다. 해당 방침을 유지할 경우 원전 제로가 달성되는 시점은 2079년으로 예상되며 앞으로 60년 정도 시간이 남았다. 

따라서 정부는 앞으로 탈원전과 관련한 폭넓은 사회적 의견을 수집하고 동시에 산업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부작용들을 완화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