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 참여안하는 등 실효성 의문 제기돼
- 우리나라 기후변화 대응 수준은 미흡하다는 평가, 정부의 개선 노력 필요

무더운 여름철 더위를 피하는 그늘막 쉼터.(사진=서울시)
무더운 여름철 더위를 피하는 그늘막 쉼터. (사진=서울시)

[데일리비즈온 권순호 기자] 올 여름은 살인적인 무더위가 계속 됐다. 올해 폭염일수는 31.3일로 2004년 31.1일이었던 최고 기록을 넘었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폭염을 특별재난으로 보고 전기요금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등 폭염 대책을 추진한 바 있다.

국립기상과학원과 기상청은 한반도를 덮친 폭염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를 지목했다. 국립기상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20세기 초 1912~1941년 30년간 12.6도에서 최근 30년(1988~2017년)엔 14도로 높아졌다. 또한, 기상청 측정 결과 한반도 전 해역의 7월 평균수온은 2010년 21.3도에서 올해 24.2도로 상승했다. 

지구가 점점 더워지기 시작한 것은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사용량이 급증했던 19세기부터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19세기 후반 이래 지구의 온도는 이미 1.1도 올랐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기온상승은 남극, 북극의 빙하에 갇혀 있던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결과로 이어져 지구 온난화가 더 심화하는 악순환을 야기한다. 

유럽 지구과학 연합(European Geosciences Union) 기관지 ‘지구 시스템 역학’(Earth System Dynamics)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연구결과를 통해 “2035년까지 세계 여러 나라가 기후변화대응에 단호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2100년에 기온 상승 2°C 이하를 유지할 수 있는 한계점을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요국가들, 국제협약 통해 기후변화에 공동 대처

기후변화는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전 세계가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1992년 리우 협약을 시작으로 몬트리올 의정서, 교토의정서, 파리협정 등 국제 환경협약을 통한 대응 체제가 마련되기 시작했다.

1985년 채택되어 1989년에 발효된 오존층 파괴물질에 대처하기 위한 ‘몬트리올 의정서’는 프레온가스가 오존층을 파괴해 피부암과 백내장을 유발하는 등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입증되면서 관련 물질의 소비를 감축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2년 가입했으며 현재 200여 개 국가가 참여 중이다.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는 지구온난화 및 해수면 상승을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메탄 등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선진국(부속서 1)에 해당하는 미국, 일본, 유럽 등 38개국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받았다. 이외 개발도상국들은 감축 의무를 부여받지 않았다. 2002년에 교토의정서에 가입한 우리나라도 당시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없었지만, 자발적으로 감축하는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교토 의정서는 2005년 2월 발효된 이후 기후변화에 대한 대표적인 국제 환경협약으로 자리 잡았다.

2015년에 채택된 ‘파리협정’은 2020년부터 모든 국가가 기후변화 대응에 참여하는 신(新)기후체제다. 기존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하던 교토의정서 체제의 한계를 개선해 모든 국가가 자국의 상황을 반영하여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는 보편적인 기준을 마련했다.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공동 목표로 두고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해 관련 정책을 추진한다. 2023년부터는 5년 단위로 파리협정의 이행 및 장기목표 달성 가능성을 평가하는 전 지구적 이행점검을 실시한다는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하는 목표를 제출했다.  

2015년 파리 유엔 기후 변화 회의에 참석한 반기문 전(前) 유엔 사무총장과 각국 정상들.(사진=환경부)
2015년 파리 유엔 기후 변화 회의에 참석한 반기문 전(前) 유엔 사무총장과 각국 정상들. (사진=환경부)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 캐나다 등 불참...실효성엔 의문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개발도상국 참여 문제를 놓고 국가 간 입장 차이로 난항을 겪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국 1위인 중국을 포함한 주요 개발도상국들은 의무 감축 대상에서 배제됐다. 온실가스 배출국 2위인 미국은 1998년 교토의정서에 서명했지만 의회 비준을 받지 못했고, 2001년엔 교토의정서에서 아예 탈퇴해버렸다. 뒤를 이어 캐나다도 탈퇴하고, 일본과 러시아 등 주요국들이 기간 연장에 불참하면서 교토의정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파리협정’도 각국이 자발적으로 달성목표를 세우기 때문에 사실상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참가국들은 다른 국가들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묻어가는 무임승차 유인이 강하다. 현재 각국의 자발적 감축목표(INDCs)를 종합하면 2100년까지 지구 온도가 2.7℃나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자발적 참여의 한계가 드러난 바 있다. 

또한, 이번에도 미국이 참여하지 않는 점도 문제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5년 파리협정이 체결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자국 산업에 대한 부담과 경제적 타격이 우려된다며 파리협정을 탈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이 만들어내는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원인이라는 학계의 가설을 중국이 지어낸 거짓말이라며 파리협정을 탈퇴하고, 화석연료 산업을 장려하고 있다.

지난해 6월1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백악관 공식 유튜브영상 캡처)

우리나라 기후변화 대응 수준은 ‘미흡‘ 평가...정부의 개선 노력 필요

우리나라 정부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해 2009년부터 ‘202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 대비 30% 감축’이라는 자발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관리제 실시, 배출권거래제 실시 등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에도 참가해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관련 정책을 추진 중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이 국내 경제에 타격을 줄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5월 국회에서 열린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정·보완, 쟁점을 논하다’ 토론회에서,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배출전망치(BAU) 기준과 관련해 “성장이 필요한 기업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산업계 입장을 전했다. 특히 “감축목표만 중시하다 보면 선진국 환경기술 의존도가 심해져 환경 분야를 포함한 국내산업 전반의 발전을 제약할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온실가스 배출 1, 2위인 중국과 미국이 앞장서지 않으면 기후변화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힘들다.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한 상황에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다간 오히려 관련 산업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처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경제에 더 큰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지난달 뉴욕타임스는 미국 UCLA대학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기온이 1도씩 올라갈 때마다 노동생산력이 2%씩 감소한다고 보도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서도 2016년 발표한 ‘폭염과 추석물가’ 보고서를 통해 1990~2015년 16년 동안 폭염이 심했던 기간의 물가상승률이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높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특히, 농산물을 포함한 식료품, 교통, 숙박부문의 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결국 기후변화에 따라 폭염 등 이상기온 현상이 잦아지면 근로자들의 노동생산성이 떨어뜨리고 농산물 등 물가를 상승시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독일의 저먼워치와 유럽 기후행동네트워크가 지난해 발표한 ‘기후변화대응지수 2018’에서 한국은 60개국 중에서 58위로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국제기후정책 분석기구인 기후행동추적(CAT)도 지난해 한국의 국제 기후변화 대응 수준을 '매우 불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이는 6개 등급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미래 세대가 살기 좋은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기후변화 문제는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7위인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수준은 아쉬움이 남는다.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관련 산업의 타격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를 늘리는 등 정부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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