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의 교육적 자질과 능력향상은 면밀한 조언과 평가를 필요로 한다.

(사진=Henry van Dake 헨리 반 다이크 ⓒ wikipedia)
(사진=Henry van Dake 헨리 반 다이크 ⓒ wikipedia)

[홍후조 논설위원] 온갖 교육 수단과 도구가 나왔지만 학생에 대한 교사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좋은 교사는 학생들이 그 어깨 위에 올라 멀리 내다볼 수 있게 해준다. 필자는 대학시절 윤사순 교수님으로부터 신유학을 배운 적이 있다. 그분의 바램은 당신의 제자 중에 당신보다 더 뛰어난 분이 나와서 한국철학계를 빛내주었으면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청출어람(靑出於藍), 쪽에서 나온 푸른색 물감이 쪽빛보다 더 푸르다는 경구는 제자가 스승보다 낫다는 것을 두고 한 말이다. 필자는 남의 선생으로서 이 말씀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산다. 어쩌면 인류역사는 제자들이 그 선생보다 더 나았기에 발전을 거듭해오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시험과 평가는 당사자들에게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사람의 자질과 능력을 개선하는데 일정한 효험이 있다. 우리나라 초중등 교원들은 근평, 다면평가, 교원능력개발평가 등 3가지 평가를 받는다. 하나로 통합할 것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각각 쓰임새가 달라서 통합은 쉽지 않다. 근평은 승진을 앞둔 몇몇 교사들에게 중요하고, 다면평가는 학년 초 교사들 사이에 업무분장을 하고 후에 평가를 거쳐 성과급을 차등지급하는데 쓰인다.

교원능력개발평가는 교사의 교육활동을 중심으로 학생만족도조사, 학부모만족도조사와 동료평가로 나뉜다. 따라서 교원들은 교장과 교감, 동료, 학생 및 학부모들에게 모두 평가를 받는다. 교원평가는 교원의 능력신장 및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만족도 제고, 공정한 평가를 통한 교원의 전문성 강화를 통한 학교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이루어지는 제도이다.

일부 교사들은 이에 대해 불만을 피력한다. 교육철학은 교사마다 다르고, 가르치는 학년이나 교과도 다르며, 학교에서 맡은 바도 다른데 같은 잣대로 평가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한 두 차례 수업을 참관하거나 학교에 한 번도 온 적이 없는 학부모가 자녀의 말을 듣고 교사를 평가하는 것도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학생을 잘 가르치는 것을 으뜸으로 삼아야 하는데, 승진을 염두에 두고 행정업무를 잘 처리한 공로로 더 높은 평가를 받게 되면 교육의 본질이 왜곡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교원평가를 어린 학생들이나 낯선 학부모들에게 하라는 것도 무리가 있다. 그렇지만 자신을 위해서나 학생을 위해서도 일정한 평가는 필요하다. 평가를 하되 잘 알지도 못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복잡하고 긴 문항으로 평가하라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오히려 그 평가질문은 간단할수록 좋다. 전체적인 총평을 하면 어떨까한다. 사실 중요한 평가일수록 더 종합적이면서도 더 간단하다.

가령 참모총장을 뽑을 때 종합적인 총평이면 될 일이다. 이미 그 전에 여러 자리를 거치면서 평가를 거쳤고 거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교원평가도 겪어본 이후에 하는 것이므로 논란이 될 수도 있는 항목들을 일일이 평정하라고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평가항목을 더 많이 한다고 하여 더 나은 평가라고 할 수 없다.

흔히 대학생들은 앞서 강의를 들은 학생들의 입소문과 추천으로 그 강의의 수강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교사와 교장의 총평도 그러면 될 것이다. 학생들에게 묻기를 “네 동생이 있다면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이 되면 좋겠느냐?” “네 동생이 ○○○선생님으로부터 수학을 배웠으면 좋겠느냐?”와 같이 한 가지만 물으면 어떨까? 학기와 학년을 마치면서 한 차례씩 묻고 그 결과를 취합하면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한 종합적인 추세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장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교사들이나 학부모들에게 “○○○교장선생님이 내년에도 우리 학교에 계시면 좋겠습니까?”를 연간 수차례 묻고 종합하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속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 분도 있고, 추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분도 있을 것이다. 이를 기초로 담임과 관리자로 누가 적절한가를 어느 정도는 가릴 수 있다고 본다. 교원의 교육적 자질과 능력향상은 동료교원들의 또 다른 면밀한 조언과 평가를 필요로 한다.

평가는 교원의 능력을 신장하는데 활용하기 위한 것이지 지나치게 상벌에 치우치면 역효과가 난다. 교직은 명예와 사기를 기본으로 한다. “젊은이들을 올바르게 이끄는 것은 무명의 교사로다. 가르침으로 학문의 즐거움을 옮겨주며 지극히도 값있는 정신적 보물을 젊은이들과 더불어 나누는 무명교사들은 민주사회의 귀족적 반열에 오를 만하다.” 여름방학때 Henry van Dake의 무명교사예찬론을 수고하신 선생님들께 들려드리고 싶다.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한국교육과정학회 제25대 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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